밤샘 수가협상 극복 ‘실패’…의원·약국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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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수가협상 극복 ‘실패’…의원·약국 ‘결렬’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6.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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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한의·치과는 순서대로 ‘타결’…평균인상률 1.98% 기록
밴드 1조1,975억 원…이상일 단장, “수가협상 불합리 극복 과제”

공급자단체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의 숙제 중 하나였던 밤샘 협상 탈피가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실제 협상에 소요된 시간은 지난해보다 길었다.

이런 가운데 2024년도 수가협상 결과 병원·치과·한의 유형은 타결, 의원·약국 유형은 결렬로 막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5월 31일 오후 2시부터 6월 1일 오전 6까지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원과 약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은 모두 타결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가장 먼저 타결을 선언한 대한병원협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병원계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1.9%의 인상률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도장을 찍었으며 이어 대한치과의사협회 3.2%, 대한한의사협회 3.6% 순으로 협상장을 떠났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치인 1.6%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년 연속 결렬을 외쳤고, 마찬가지로 대한약사회도 생전 처음 받아보는 인상률인 1.7%의 벽을 넘지 못하고 유형별 수가협상이 진행된 이래 처음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2024년도 수가협상 평균 인상률은 전년도와 같은 1.98%이며, 추가소요재정(밴드)은 1조2,000억 원에 근접한 1조1,975억 원이다.

인상률 수치로만 봤을 때 병원에 배정되는 밴드는 6,413억 원이며 그 뒤를 의원 2,490억 원, 치과 1,277억 원, 한의 1,104억 원, 약국 666억 원, 보건기관 25억 원, 조산원 0.2억 원이 잇고 있다.
 

이상일 단장, ‘여러모로 숙제 많아 쉽지 않은 수가협상’ 평가

새로운 수가모형 참고했지만, 공급자 기대한 극적 효과 없어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 ⓒ병원신문.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 ⓒ병원신문.

6월 1일 오전 6시 의협이 공급자단체 중 마지막으로 귀가하면서 모든 수가협상 일정을 마친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최종 재정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전문기자협의회와 브리핑을 열었다.

이상일 단장은 올해 수가협상이 숙제는 많은데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상일 단장은 재정운영위원회 및 재정소위원회(재정소위) 구성이 지연되는 바람에 상견례를 비롯해 최초 밴드 설정부터 가입자와 공급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반면 수가협상 관련 제도 및 모형 개선 적용 문제, 가입자와 공급자 간 대면 만남 추진, 밤샘 협상 탈피, 수가 역전현상 극복을 위한 논의 등 주어진 숙제는 오히려 예년보다 많았던 것.

결과적으로 최종협상 전날 이뤄진 가입자와 공급자 간 대면 만남 성사 이외에는 대부분의 숙제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기존 SGR 모형에 더해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인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 모형 등 5가지 모형을 통해 산출된 환산지수 결과를 밴드 설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재정소위에 제시했으나 공급자단체들은 하나같이 체감하지 못 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상일 단장은 “수가협상 결과에 대한 아쉬움으로 개선된 모형들이 공급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며 “오히려 기존 SGR 모형으로 산출한 값이 음수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은 지난해 평균 인상률과 동일한 1.98%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밤샘 협상 탈피를 위해 통상 오후 7시에 시작하던 최종협상을 오후 2시로 앞당겼는데, 다행히 협상 종료 시간은 지난해보다 3시간(오전 9시→오전 6시) 앞당겨졌으나 실제 협상에 소요된 시간은 더 길었다.

아울러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재정위의 부대의견 중 하나였던 수가 역전현상 해결 방안 논의도 제11기 재정위 임기 종료 이후 제12기 구성까지 약 5개월 간의 공백 탓에 제대로 다뤄지지 못 했다.

이상일 단장은 “가입자 측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수가 인상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점을 우려했고, 공급자 측은 의료관계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상황과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 서로 간의 간극이 더욱 컸던 한 해”라고 언급했다.

이 단장은 이어 “건보공단의 내부 특수 상황 탓에 협상에 세 번 참여하게 됐는데, 매번 주어진 밴드 범위 안에서 협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나름대로 양쪽의 입장 차이를 좁혀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올해 처음으로 가입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공식적인 자리도 마련된 만큼 향후 현 수가협상 체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 고안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단장의 브리핑 끝난 후 열린 재정위 최종회의에서 위원들은 2025년도 수가협상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수술·처치·기본진료료 등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분야의 수가 조정을 통해 소아 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에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부대의견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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