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가입자 만남의 나비효과…1차 밴드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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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가입자 만남의 나비효과…1차 밴드 더 중요해졌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5.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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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재정소위원들, 처음부터 협상 가능한 밴드 제시로 밤샘 협상 탈피 의지
이상일 단장, 예전처럼 1·2·3차로 이어지는 밴드 증가 폭 크지 않을 것 예상
공급자·가입자 간 사전 대면 만남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예측 불가능 전개
ⓒ병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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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수가협상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겼다.

올해 처음 성사된 공급자와 가입자 간 사전 대면 만남이 1차 추가소요재정(밴드) 제시 값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

예년에는 최종협상 당일 공급자 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재정소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밴드값이 2~3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가했다면 이번 수가협상은 애당초 현실적인 밴드값을 처음부터 제시, 이 같은 관행을 사전차단하겠다는 게 일부 가입자 측의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급자와 가입자 간 밤샘 협상을 탈피하자는 공통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공급자들이 통상 최종 수가협상 날에 갖는 ‘단계적 밴드값 증가’라는 일말의 기대감마저 없애는 요소로 자칫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1차 제시 밴드값이 사실상 최종 밴드값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공급자와 가입자의 사전 대면 만남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말 그대로 사전 만남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5월 30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제2차 재정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이날 재정소위 개최 2시간 전, 수가협상 사상 최초로 공급자 단체 대표(단장)들과 가입자 대표들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 대표들과 가입자 대표 재정소위 위원들 대면 만남 장면. ⓒ병원신문.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 대표들과 가입자 대표 재정소위 위원들 대면 만남 장면. ⓒ병원신문.

만남을 끝마친 공급자 대표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그만큼 건보공단을 거치지 않고 가입자와 직접 대화하고 싶은 공급자들의 소망이 절실했다는 뜻이다.

이상일 단장도 공급자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상일 단장은 “공급자와 가입자 각각 나름대로 본인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서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정도로 험악하거나 격앙된 자리는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이번 만남이 공급자와 가입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나,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언급한 이상일 단장이다.

이 단장은 “5월 31일 오후 2시 제3차 재정소위에서 1차 밴드값이 나올 예정인데, 공급자와 가입자 간 만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단하기 힘들 정도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이때 제시되는 첫 밴드값에 가입자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될 텐데, 이 때문에 예전과 달리 2차와 3차 밴드값의 인상 폭이 1차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도 수가협상 당시 1차 밴드 제시 값은 5,700억 원대였는데, 공급자 단체들의 반발에 최종 1조478억 원까지 증액된 바 있다.

해당 선례로 인해 공급자 단체들은 매번 수가협상에서 최종 밴드값을 단 1억 원이라도 늘리기 위해 건보공단 및 가입자를 끝까지 설득했고, 결국 매년 5월 31일 유형별 최종협상 돌입 시간을 지연시켜 밤샘 협상이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는 데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병원신문.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병원신문.

이상일 단장은 “일부 재정소위 위원들은 이전처럼 협상이 불가능한 밴드를 제시해 의미 없이 시간만 끌 바에는 처음부터 협상이 가능한 최대한의 밴드를 통해 밤샘 협상을 탈피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샘 협상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세이긴 하다”고 언급했다.

즉,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공급자가 가입자에게 밴드 인상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과정이 제3차 재정소위 전에 이미 이뤄진 만큼 1차 밴드값 제시 이후에 차수를 계속 올린다 한들 드라마틱한 밴드값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상일 단장의 예상이다.

이 단장은 “공급자와 가입자의 사전 만남이 밴드값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며 “올해는 밤샘 협상을 통한 밴드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재정소위 위원 9명 중 6명은 새롭게 합류, 수가협상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향후 향방을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처럼 2024년도 수가협상에서 처음 성사된 공급자와 가입자 간 대면 만남은 밤샘 협상 탈피를 견인하는 히든 카드가 될지, 밴드값을 사전에 고정시키는 함정 카드가 될지, 그리고 이에 공급자 단체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등이 최종협상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한편, 제3차 재정소위는 5월 31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오후 7시부터 본격적인 유형별 최종협상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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