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밤샘협상 없어진 2024년도 수가협상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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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밤샘협상 없어진 2024년도 수가협상 ‘대성공’...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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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도 예년처럼 출발은 좋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악조건 속에서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공석인 데다가 수가협상 상견례 이후에도 제12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고,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제11기 재정위에 이어 다시 한번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겨우 모면했다.

하지만 1차 협상이 지나도록 추가소요재정(밴드) 규모 설정의 열쇠를 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최종협상 날 자정이 다 되도록 밴드가 확정되지 않은 2023년도 수가협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1차 협상 당시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는 2022년 건강보험재정 당기수지가 3조6천억 원가량 흑자를 냈지만, 이는 지출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닌 성과급이나 월 보수액 등 보험료 수입이 증가해 나타난 현상이기에 가입자 측이 굉장히 보수적일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며 밑밥을 깔았다.

아울러 SGR모형의 개선방안 연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발전협의체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아 결국 올해 수가협상도 기존과 별반 다른 점이 없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급자 단체들은 불안해졌다.

특히, 지난해 진료비가 증가율이 높았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지난해 1조 800억 원가량을 크게 상회하는 밴드 규모였다.

이 때문에 두 단체는 1차 수가협상 이후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건보공단은 건보공단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

가입자 대표인 재정소위와 공급자 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이해를 구하는 만남을 성사시켰고, 밤샘협상을 막기 위해 최종협상 시작 시간을 5월 31일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겼다.

5월 30일.

기대와 달리 가입자 대표와 공급자 단체 대표들은 약 2시간에 걸친 면담에도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최종 밴드는 지난해보다 600억 원가량 줄어든 1조200억 원 수준에서 결정됐다.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들은 올해도 어쩔 수 없이 밤샘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직감했고 이들과 함께 밤샘 취재를 하는 보건의료전문지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도 일찌감치 이른 귀가를 포기, 협상장에 마련된 기자 대기실 의자에서 눈을 붙일 준비를 하기 위해 목베개를 단체구매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낮아진 밴드로는 정상적인 협상을 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던 공급자 단체들이 5월 31일 오후 2시 제3차 재정소위를 앞두고 재차 면담을 요청했고, 이를 가입자 대표들이 수락한 것.

이들의 두 번째 면담은 3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치열한 공방 끝에 밴드 규모는 1조200억 원에서 무려 약 6,000억 원 증가한 1조6,100억 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예년처럼 공급자 단체들끼리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긴 했으나, 대한치과의사협회가 5월 31일 밤 10시 즈음에 가장 먼저 타결을 알렸고 이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10시 45분에 타결 도장을 찍었다.

의협과 약사회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대승적 차원에서 밤 11시 58분, 극적으로 타결에 이르렀다.

이로써 2024년도 수가협상은 전 유형 타결 및 밤샘협상 탈피라는 믿지 못할 결과를 냈다.

이날 이후 좀 더 진일보한 수가협상 방식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건보공단,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잠시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인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서로 웃으며 덕담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공석 3개월 만인 6월 1일 취임한 새로운 건보공단 이사장과 공급자 단체 회장들끼리의 수가협상 사인 계약서를 교환하는 자리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최종 통과뿐이다.

참고로 목베개를 단체구매한 기자들도 무사히 주문 취소에 성공했고, 밤을 새지 않은 것을 축하하며 맥주 한잔 씩 마신 후에 해산했다.

밤샘협상이 없어지고 전 유형 타결에 이른 2024년도 수가협상은 그야말로 ‘대성공’의 역사로 기록됐다...

 

 

 

...는 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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