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손볼 곳 많다’…실손보험법 통과에 의·병·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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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손볼 곳 많다’…실손보험법 통과에 의·병·치 ‘반발’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5.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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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발표하고 민간보험사 이익 우선되는 법안 단호히 반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논의 최종 결과물 정리 안 된 미완성 법안
의료기관의 환자 보험금 청구자료 의무 제출 조항 ‘매우 부당’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가 국민 피해가 뻔히 예상되고 의료기관에 부담을 지우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혔다.

이들 세 단체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것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서를 5울 17일 발표했다.

그간 의협·병협·치협은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국민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오히려 국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법안이 통과돼 황당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정부·의료계·금융위·보험협회로 구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11차례의 회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성급하게 입법이 진행된 것도 문제 삼은 이들 세 단체다.

세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청구간소화 본연의 취지인 ‘국민편의’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개인정보 보호와 전송 과정에서의 보안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여러 방법과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으며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특히 자료전송을 위해 ‘중계기관’이라는 중간단계를 두는 것이 과연 청구 간소화 방향에 맞는 것인지, 오히려 정보 보완 유출 위험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부터 시작해 부득이 중계기관이 필요하다면 △자료의 집적 금지 △이해단체와 무관한 공적 기능 수행기관 선정 △중계기관으로의 자율적인 전송방법 보장 △중계기관 모니터링 등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전담기구 설치(의료계와 보험사 동수 구성) 등 안전장치를 위한 필요조건 세부사항까지 마련했다.

이를 통해 중계기관으로 논의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점에 협의해 제외키로 하고, 이후 거론된 보험개발원에 대해서도 보험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한 바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다.

또한 중계기관의 명칭을 자료의 집적과 무관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청구간소화 시스템 운영 전반사항에 관여하는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의료계와 보험사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통한 논의와 최종 결과물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정무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세 단체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의료단체의 의견이 반영돼 중계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송하는 방식도 가능하도록 법 조항이 변경되고, 중계기관 명칭도 자료의 집적과 무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전송대행기관’이라고 수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행령으로 위임된 중계기관에 보험개발원을 염두하고 있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결정적으로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보험금 청구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바뀌지 않은 것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실손보험의 실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에서 협조 차원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법안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즉, 아무리 국민편의가 명분이라고 해도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고 현주소라면 향후 국민의 건강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은 요원하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시민단체에서도 국민 진료 내역이 민간보험사로 넘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만큼 국민들도 일순의 편의보다 자신의 진료 정보 보호가 더 중요하고 청구간소화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게 세 단체의 지적이다.

이들 세 단체는 “보험사의 지급 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환자 개인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없는 불완전한 법안이 자명함에도 보험사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뒤에서는 법안통과에 일조한 손해보험사의 이중적인 모습은 지탄 받아야 한다”며 “아무리 기업의 이익과 실리추구가 중요해도 국민에게 위해가 되거나 공익에 반하는 일은 정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기본 윤리임에도 그 선을 넘은 보험사는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아직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과정과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국민의 진료 정보 보호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국민편의를 실질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진정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함께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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