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물 건너간 3차 상대가치 개편…의료계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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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물 건너간 3차 상대가치 개편…의료계 우려 여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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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보험의학회, 상대가치 워크숍…정부, 3차 상대가치점수 내년 적용 언급
병협, “상대가치가 감당 못 하는 영역별 보상 불균형 해소 아이디어 모아야”
의협, “입원료 및 장비가동률 등에 대한 보정작업 통해 종별 격차 줄여야”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5월 14일 SC컨벤션센터에서 상대가치 워크숍을 개최했다. ⓒ병원신문.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5월 14일 SC컨벤션센터에서 상대가치 워크숍을 개최했다. ⓒ병원신문.

의료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린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의 확정·고시가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당초 올해 7월 개편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보고한 업무 추진 방향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라는 포괄적인 표현이 사용돼 한 차례 더 미뤄질 가능성을 엿보이더니 결국 2024년 적용을 목표로 합의 중인 것으로 확인된 것.

이와 관련 의료계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의 시기보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 예상되는 그 내용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 스텝인 4차 개편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등 푸념 섞인 체념을 담아 제언을 건넸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이사장 이영구)는 5월 14일 SC컨벤션센터에서 ‘제22차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임상보험의학회는 바람직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주제로 ‘상대가치 워크숍’을 함께 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대부분의 패널 토론자들은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기대를 걸기보다 불만 토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2차 개편에 이어 3차 개편도 실질적인 행위별 점수개편이 아닌 가산 손질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

토론에 참석한 심평원 관계자는 가산제도 중심의 개편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다.

황인옥 심평원 상개가치개발부 부장은 “2024년 적용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가산제도 중심의 개편이 특징”이라며 “행위별 상대가치점수 개편 연구가 완료됐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점수 산출 및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향은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 부장은 “가산제도를 우선 개편하고 행위별 점수개편은 따로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신설돼 비용분석 수집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향후 점수 산출 시 2차 개편과는 환경이 많이 다를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책 결정에 있어서 어느 방법이 정확하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부언했다.

즉,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계가 원하는 내용은 사실상 거의 포함되기 힘들다는 분위기마저 역력해지면서 전문가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게다가 이번 3차 개편에서 개원가의 기대가 특히 높았던 기본 진료료 가운데 진찰료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행위 재분류 및 행위별 점수개편도 황 부장의 설명처럼 미뤄져 1·2차 개편의 불균형을 해소하기는커녕 새로운 불균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병원신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대안 마련 등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내년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앞두고 새로운 지불제도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필수의료 및 중증질환에 대한 기관보상 방식을 시범사업을 통해 시도하고, 별도재원으로 지원해 주는 등 한정된 재원 아래 현 상대가치 체계나 지불제도를 어떻게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고 직언했다.

서 이사는 이어 “상대가치 체계 내 환산지수 및 영역별 조정이 당장 불가능하다면, 현재 가용 가능한 재원 내에서 개선을 해야 한다”며 “난도가 높아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행위가 아닌 진료 건수를 늘리는 것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현실 속에서 상대가치가 감당 못 하는 영역별 보상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진찰료에 더해 입원료 보정작업 및 장비가동률을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의원과 병원은 입원료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데, 입원일수·간호관리·질 관리 등 각종 가산제도로 인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며 “게다가 CT와 MRI 등을 하루에 100번 가동할 능력이 있는 기관과 1번밖에 가동할 수 있는 기관 모두 같은 수가를 받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조 이사는 “결국, 많은 건수를 유지해야만 장비 구입이 가능해져 높은 장벽이 생기게 된다”며 “건전한 의료생태계를 위해 특정 장비가 필요하다면 중소 병·의원 등에서도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 수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도 “방대한 개편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합의가 어려우니 전면개편 대신에 행위별 부분개편을 반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석환 대한임상보험의학회 부회장은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안을 두고 의료계 토론자들이 뒷북을 치는 것 같다며 한탄했다.

문석환 부회장은 “의료계의 입장과 상관없이 3차 개정이 다 끝나가고 있는데 지금 와서 각종 상대가치 개선안을 패널들이 뒷북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며 “과연 3차 개편안을 찬성해야 할지 보이콧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현 상대가치 제도의 문제점은 인정하나 앞으로 논의를 통해 적정 보상과 균형 있는 의료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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