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제중원으로 개원해 대구·경북에 근대 의료를 출발시킨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올해로 설립 124주년을 맞는다.

개원 당시 무속신앙과 민간요법에 의존하던 의료의 불모지에서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서양 의술을 펼쳐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획기적인 의료기술로 지역 의료를 선도해 왔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오늘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스마트 플랫폼과 AI를 이용한 환자 중심의 감성병원’으로서 또 한번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정부 차원의 스마트병원 사업에 적극 참여해오고 있다.

스마트병원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의료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기 위해 지원해 온 사업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우선 2020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보건의료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 사업’에 선정돼 선진 의료기술을 환자진료에 접목하는 데 앞장섰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핵심인 빅데이터 분야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며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동산의료원이 이미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빅데이터 관리 및 연구를 시행하며 첨단 스마트병원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또 같은 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사업’에 참여, 비수도권 최초로 스마트병원 시범 병원으로 선정돼 사업 실증에 들어갔다.

본 사업은 당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과제를 제안 공모한 것으로, 7개월간 총사업비 20억원 규모로 진행됐다. 

특히 코로나19 최일선에서 가장 헌신해온 계명대학교 동산병원과 대구동산병원의 그간 노력과 2019년 대구 달서구에 최첨단 병원을 건립해 이전하면서 구축한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통해 감염병 대처에 앞장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사업 수주에 큰 힘이 됐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감염예방 및 위해사고 발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원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 목표가 있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당시 사업에서 스마트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 및 실증, 인공지능 물류배송 시스템 구축 및 실증, 생체 인증 허가 시스템 구축 및 실증, 위치기반추적시스템(RTLS)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실증, 공인인증(HIS) 대체 시스템 구축 및 실증을 통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제안했고, 대구동산병원과 ICT 기업 등 총 4개 기관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업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스마트 자율주행 배송로봇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수술실 공용장비 관리 및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동선 관리 △생체정보(지정맥) 단말기를 활용한 스마트 보안 인증 △스마트 침상 정보 스테이션 구축 △침상·병실 정보 샤이니지 구축 △환자용 모바일앱 기능 고도화 등의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실증하며 업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스마트 자율주행 배송로봇은 2021년 3월부터 주사약 배송로봇 1대, 세탁물 배송로봇 1대, 환자 안내로봇 1대를 도입했는데, 원내 항암제와 주사약, 세탁물을 최단 동선으로 이동하며 안전하게 배송하는 데 성공했으며, 병원 로비를 돌아다니며 길을 헤매는 환자들에게 목적지 안내를 도와 큰 호응을 받았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지정맥(생체정보)을 활용한 병원정보시스템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정보의 전자서명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또 비대면 진료비 후불 카드수납 시스템인 진료비 하이패스 서비스, AI 챗봇 예약시스템 등 환자를 위한 스마트 서비스를 발굴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음으로 수술 장비를 자동 제어하는 음성인식시스템 등 AI를 접목한 국내 최고수준의 수술시스템, 스마트 앱 진료서비스, 모바일 건강검진 서비스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환자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해오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앞서 언급했듯이 ‘스마트 플랫폼과 AI 기술을 융합해 환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감성병원’을 미래 청사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 정신의 핵심은 감성과 기술의 융합이다.

감성과 기술 융합의 연결고리는 바로 사람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 병원의 중심에는 ‘환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감성병원 구축을 위해 ‘기계가 잘하는 것은 기계에게,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해야 한다.

이미 인공지능, 스마트 플랫폼, 로봇 등은 우리 삶에 깊숙이 녹아들어 뗄래야 뗄 수 없는 만큼 사람은 사람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즉 환자의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부축해 주며 감동을 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면 환자와 교감하는 데 시간을 더욱 할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는 혈압, 체온, 맥박을 재고 이를 차트에 기록하느라 환자 얼굴을 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이 일을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로 대체하면 환자와 눈을 맞추고 어디가 불편한지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와 감성을 나누고 공감하는 치유의 힘을 더 높일 수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보이스 차트(Voice Chart) 시스템을 도입해 진료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모니터를 벗어나 환자와 눈을 맞추고 마음까지 보듬으며 인술을 펼칠 수 있다. 

약사도 의약품 배송 로봇, 자동조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할 때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 관리 등 고유한 업무수행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원무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내원한 환자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원무과를 들르지 않고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과 함께 손을 잡고 관련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본인 인증 절차가 필요 없는 ‘국민 메신저’를 통해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호출부터 원무과 방문 없는 결제와 예약, 챗봇 상담 등 병원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방식이다.

기존 원무과 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서툰 환자와 보호자들을 도와주는 등 창구를 벗어나 기존보다 더욱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을 돌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얻은 편리함과 이득은 모두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를 넘어 인술을 펼치기 위한 따뜻한 ‘교감’을 가능케 하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스마트화를 통해 얻은 추가적인 역량을 환자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는 ‘환자 중심의 감성병원’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옛말에 ‘개신창래(開新創來)’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는 의미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국내 의료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스마트병원과 디지털 치료의 개척자가 될 수 있도록 개신창래의 각오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스마트병원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기 전까지 개별 병원이 시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환자 진료가 최우선인 의료기관들은 스마트병원 구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공감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수행하기엔 의지만으로는 힘들다.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인력과 비용도 부족하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사업처럼 국책 사업이 스마트병원 도입과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다양한 분야의 스마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체정보 활용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범부처 차원의 법률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스마트병원 추진과 확산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사례처럼 정부의 지원은 스마트병원으로의 진입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의 기회가 되며 환자가 체감하는 스마트병원의 완성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124년 전 사랑의 인술로 지역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대구 의료를 발전시킨 선교사들의 개척정신과 희생정신을 뿌리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환자를 최우선하는 스마트 감성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