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스마트 병원, 모든 병원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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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스마트 병원, 모든 병원이 가야 할 길
  • 병원신문
  • 승인 2023.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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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
비용 효과성 여부 판단을 위한 바로미터로 데이터에 주목
성공적인 구축 위해 리더의 확고한 의지, 인력, 협력 필요

인구 고령화 및 이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 주기적인 감염병 팬데믹 도래, 건강 및 의료서비스 기대 수준 향상 등 의료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비용효과적이고 최적화된 의료서비스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병원계는 일찍부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최첨단 IT 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와는 별도로 정부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사업에 착수,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8개 분야에 대해 매년 30~60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기존의 전통적인 합성화학물질에 기반한 의약품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치료제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다. 미래 헬스케어로의 전환기를 맞아 병원신문은 창간 37주년을 기념, 병원계 및 의료기기·제약 산업계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앞서가는 병원 등의 사례를 통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특집호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진료 전주기 지능형 워크플로우 구축 모델

이미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커멘드센터장
이미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커멘드센터장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는 2021년, ‘진료 전 주기 지능형 워크플로우 구축’을 주제로 스마트 병원 선도 모델 구축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응급실과 외래를 통한 병원 방문은 물론 입원 시 병상 배정과 퇴원 시 전원 병원 연결이라는 진료의 전 주기에 걸쳐, 의료진의 단순 반복 업무를 최대한 줄이고 환자의 체감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응급센터에서는 IoMT를 활용한 무선 생체 신호 모니터링 및 자동기록, RTLS 실시간 환자 위치 정보 파악, AI 중증도 예측 등의 기술을 도입하고 이러한 각각의 기술 도입에 의한 결과를 의료진에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여기에 골든타임 내 진료가 중요한 응급센터의 특성을 반영하여 환자의 진료 지연 여부 및 가용 응급 의료자원까지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외래에는 환자가 진료과에 도착했을 때 도착을 의료진에 알리고, 환자가 진료 전 해야 할 검사, 혈압 측정을 했는지 등 의료진의 반복적인 확인 작업 6가지를 대신 수행해주는 스마트 키오스크를 도입하였고, 혈압 측정값, 키·체중 측정값도 EMR로 자동 연동되도록 했습니다.

외래 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채혈실에는 환자의 처방 유무, 수납 유무 등을 사전 검토 후 번호표를 발급해주는 지능형 순번 발급 키오스크를 새로이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새로 도입한 내용뿐 만 아니라, 기존에 사용하던 모바일 수납, 챗봇, 대기 순번 전광판 등 각종 시스템이 모두 해당 관리 부서 중심이 아닌 환자 동선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했습니다.

입원 환자 병상 배정 시에는 입퇴원 예측 AI 로 병상 과부족을 예상해 참고합니다.

또한 입원 예약된 환자는 한 명씩 적합 병상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환자가 특정 병상에 배정 시, 진료과와 환자 특성 등 33가지 요소별 적합도와 가중치에 따라 계산되는 적합도 점수를 고려하여 전체 환자의 배치 조합이 최적이 되도록 자동 배치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또한 퇴원 후 전원 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 정보와 각 병원 별로 수집하는 전원 병원 데이터를 각각 살펴보던 데에서 탈피하여,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5개 병원 진료협력센터에서 업데이트한 최신의 전문적 병원 정보와 심평원 자료를 결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환자 주소지에서 가깝고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요소를 갖춘 병원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병원, 과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가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항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안전이 중요하다 보니 다소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병원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또 처음 구축해본 시스템이 100% 성공적이기는 어렵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현실 상의 문제에 의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동일한 기술을 다른 부서에 적용할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수행했던 4개 분야의 모델 중 가장 성공적으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외래 모델을 중심으로 ‘만족도’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스마트 병원 사이클
스마트 병원 사이클

먼저 직원 입장에서,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외래 진료과 도착 알림 키오스크 사용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던 2021년 말, 외래 간호사 2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76%가 만족한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만족하는 사유 1위는 ‘단순 업무 경감에 따른 대면 상담 기회가 증가했다’로 업무의 질과 환자 서비스가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외래 도착 알림 키오스크를 없애도 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주 특수한 한 두 과를 빼고는 90% 이상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답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기대했던 효과 외에도, 아침 일찍 또는 점심시간에 외래 직원이 없을 때 진료과에 오신 환자분들도 줄을 서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도착 알림을 하고 편하게 앉아 계시니 직원들의 업무 압박이 감소했습니다.

채혈실의 경우에도 키오스크 사용시 이미 환자가 바코드나 주민등록번호로 누군지를 밝히고 번호표를 받기 때문에 다음 환자를 호출했을 때 해당 환자의 정보가 EMR에 자동 연동되어 환자 확인 시 환자분이 말씀하시는 성함, 생년월일을 모니터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의사 처방에 따른 검사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사 처방이 없는 환자나 수납하지 않은 환자는 번호표를 드리지 않고 안내 문구가 나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설명 업무가 줄어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본 사업 전부터 병원 내에서도 강한 반대 의견이 있었던 부분입니다.

외래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 환자가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식당에서 겪는 어려움을 병원에서 느껴서는 안 된다는 환자를 위한 반대였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새로운 키오스크는 버스 탑승 시 버스 카드를 태그하는 정도로 매우 쉽게 사용 가능하게 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저희 병원 외래 환자의 48%가 60세 이상임에도, 외래 진료과 도착 시 간호사를 대면하여 도착을 알리는 것이 아닌 키오스크를 이용한 도착 알림 비율이 80% 정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스마트 외래 시스템 도입 전부터 한림대 성심병원을 이용해 본 외래 재진 환자 2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외래 도착 시 간호사에게 알리기 위한 대기 시간이 감소했다’가 73%, ‘채혈실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다’가 72%, ‘예전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가 82%라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70대 이상 환자에서도 78%가 현재의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답할 정도로 고령 환자분들도 스마트 병원 도입의 혜택을 잘 누리실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 병원은 비용을 투자할 만 할까?

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병원 운영진 입장에서는 과연 비용을 들여서라도 할 만큼 효과적일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병원 시스템이 가지는 효과성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이러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지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데이터’ 에 주목하였습니다. 

새롭게 도입한 각종 장비, 그리고 기존 EMR 에서 발생하던 데이터 중에는 환자의 진단, 처방, 검사 결과 같은 의료 정보가 아닌, 진료과에 도착해서 기다리기 시작한 시각, 채혈실 대기 시간, 시간 당 채혈실 대기 환자 수와 같은, 병원 운영 내지 환자 흐름과 관련된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환자 위치 자동 확인 프로세스
환자 위치 자동 확인 프로세스

이러한 데이터는 큰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서 제대로 수집하거나 분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병원 운영 데이터 일부를 수집하고, 프로세스 마이닝이라는 분석 툴로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변경한 프로세스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현장의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실제 외래 진료 대기, 수납, 채혈, 주차에 대한 다양한 분석 결과를 각종 세미나 및 학회 등을 통해 발표한 바가 있고, 이를 더욱 고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공적인 스마트 병원 모델을 발굴하고, 효과를 입증하여 타 병원에도 확산하기 위해 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스마트 병원 구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저희가 구축했던 스마트 병원 모델 중에서, 특히 스마트 외래 모델은 상당히 성공적이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4가지 분야의 모델 중 첨단 기술이 가장 덜 들어간 모델이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데에서, 역시 성공적인 스마트 병원 구축은 ‘기술’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병원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려면 의료 현장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아주 세밀하게 파악하고 기존의 프로세스 및 문제점을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저희는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된 기존 문제 2, 3가지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답은 ‘사람’ 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리더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비용이 발생하고 구축 과정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마트 병원 구축을 위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예산 배정이 필요합니다.

모든 직종이 야간 근무를 원하지 않고, 필수적인 의료인력은 물론 보조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며, 따라서 스마트 병원 구축을 통해 단순 반복 업무를 덜기 위한 노력은 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Smart OPD 서비스 플로우
Smart OPD 서비스 플로우

둘째, 기술력을 우리 병원에 적합하게 적용할 적극적인 소수의 인력입니다.

저희 병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기반한 병원 운영 효율화 전담 팀인 커맨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검증된 바 없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구축해 나가기 위해 전담 팀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병원이 전담 팀을 구성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검증된 모델을 도입하고, 이 때 전담 팀이 아니더라도 이를 병원에 잘 적용하는데 지혜를 모을 TFT를 운영하는 것이 대안일 것입니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의 협력입니다.

특정 업무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고 할 때 해당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기술 적용에 특화된 전담 팀이 아닌 현장 직원입니다.

이런 직원들이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새로 구축할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해 공유하며, 새로운 시스템 사용 시 결과를 적극적으로 피드백하여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고도화를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병원 외적으로는 환자 입장에서, 의료진 입장에서 필요한 사항을 잘 이해하고 사용자 중심의 UI/UX 를 개발할 수 있는 적절한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스마트 병원 구축을 고려하는 병원에 하고 싶은 말

스마트 병원, 당연히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솔루션이 많지 않아 막상 도입하고 싶어도 선택이 어려운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 병원 구축을 고려하신다면, 단편적으로 최신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을 도입하기 보다, 이 분야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알아볼 수 있는 내부적인 준비가 우선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 병원 선도 모델 구축에서 성공적인 모델의 확산으로 정책이 확대되는 만큼, 작년 K-hospital 스마트 병원 특별 전시관과 같은 정보 습득 기회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도 교류와 벤치 마킹에 열려있습니다.

의료진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더 좋은 환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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