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의무 민간에 떠넘기는 정부…“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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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의무 민간에 떠넘기는 정부…“기가 막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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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의료기관 출산통보제 추진에 ‘반발’

산부인과 의사들이 출생신고 의무를 민간에 떠넘기려는 정부 계획에 분노했다.

한 마디로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2027년까지 추진할 아동 정책 과제 및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출생 미신고아동 보호를 위해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아이의 출생 1개월 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 것을 앞으로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 정보를 시·읍·면장에게 통보, 직권으로 출생기록을 남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유)는 즉시 반발 성명을 냈다.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아동보호를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 자체가 기막힐 뿐만 아니라 국가의 능력이 의심되는 행태라는 것.

의사회는 “병·의원에서 출산을 하게 되면 출산에 대한 행위 수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모두 보고하게 돼 있기 때문에 산모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일정 시기 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에서 신고 의무자에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계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출생신고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의사회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생각으로 출생신고의 의무를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려 하고 있는데, 법은 강제성이 있어 민간에게는 부당한 의무가 부가된다”며 “출생통제를 의료기관의 의무로 넘기게 될 경우 또 다른 인력 보충과 행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실수로 신고과정에서 오류라도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민간의료기관이 짊어지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사회는 “일부 사례에서는 출산을 숨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게 되면 병원에서의 분만을 기피하게 만들어 산모 및 신생아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오래전부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산부인과에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고 강조한 의사회다.

의사회는 “저출산, 낮은 수가, 불가항력 분만사고 30% 의료기관 강제징수,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처벌,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민사 소송 등으로 인해 붕괴 직전인 산부인과 병·의원에 추가적인 의무와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며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지지하는 정치권, 시민단체는 출생신고 의무 대상이 민간의료기관이 아닌 아동보호의 의무를 갖고 있는 국가기관이 해결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외쳤다.

의사회는 이어 “국가의 의무를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는 만행을 저지를 때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인만큼 적극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출생신고가 누락된 국민들을 찾아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병·의원에서 출산하지 않는 가정분만 등의 비밀스러운 분만에 대한 출생신고 누락에 대한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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