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가 인상 필요성에 공감…관련 자료 등 ‘도와달라’
중증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해선 결국은 충분한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정신건강의학과의 의료급여 정액수가가 중증응급환자 기피를 유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병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이사는 4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정신치료에 대한 충분한 수가 지원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병철 보험이사는 6년 전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이 수가가 전부가 아니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당시에는 자신도 이에 동의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수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증정신질환 치료가 좋아질 수는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전체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투자 비율이 2021년 1.6%로 OECD 평균인 5.4%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 정신건강의학과의 의료급여 정액제도 역시 문제다. 현재 소요되는 비용의 67% 정도의 수가로 운영을 하고 있어 정신병원들이 감당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보험이사는 “정신과 수가가 왜 이렇게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수가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며 “중증도, 난이도에 대한 구분이 없어 수가 자체가 하향 평준화돼 있어 장비보다는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신과는 상대적으로 수가 자체가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현병의 경우 급성기 치료에 많은 자원(3~5배)이 소모되지만 자원 소모에 따른 수가 구분이 없어 가장 힘든 환자를 가장 취약한 영역에서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보험이사는 “진료비 증가를 억제 방향은 중증응급환자를 기피하게 만든다”며 “의사들의 사명감과 병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 감소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며 입원일당 진료비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평균의 39%, 종합병원은 평균의 46% 정도밖에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지속적인 병상 수 감소가 종별에 관계없이 진행 중이며 급성기 치료시설의 경우 더 심각하다. 상급이나 종합병원의 병상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정신과 병동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4년 광주세브란스병원, 2018년 청량리정신병원, 2022년 성안드레아병원 등이 폐소됐고 경기도립정신병원과 용인정신병원은 병상을 축소한 상황이다.
주요 입원 병원들의 폐쇄와 축소가 지속적, 공공의료의 중심인 지방의료원도 정신과 병동은 29.4%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정신질환자 급성기 치료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만들었고 정신과 입원실 보유 병원에는 정신질환자 지속 치료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보험이사는 “이처럼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되고 있다. 제도는 잘 돼어 있지만 안되는 이유는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며 “수가가 올라가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신치료의 행위별 인정으로 시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지표가 개선된 점이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적정성 평가 6개월 동안 2차 3개월에서 행위별을 인정했더니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에 변화를 주고 치료를 열심히 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했더니 효과가 좋았다는 것.
그러면서 개선방안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중환자실(Psychiatric Intensive Care Unit; PICU) 설치, 정신응급 공공 병상, 보호입원 퇴원 연계료를 제안했다.
이 보험이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중환자실은 내외과 중환자실과 유사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경기도립병원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재원율이 24% 줄었고 재입원율도 6분의 1로 줄었다”면서 “좋은 환경에서 잘 치료 받을 경우 정신질환자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많은 투자로 시설을 좋게 만들면 그만큼 결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보험이사는 “정신응급 공공병상은 코로나 병상과 유사한 개념으로 격리실 유지에 대한 수가가 필요하다”면서 “병상을 비워두고 중증환자를 입원할 수 있게 하면 격리실 부족으로 입원을 못하는 문제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호입원 퇴원 연계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경찰, 지자체, 보호자 등이 참여해 보호입원 환자의 퇴원 후 치료를 위한 유관 기관 간 사례를 논의하고 환자의 현 상태 파악과 위험 요인 점검 등 중증 응급진료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끝으로 이 보험이사는 일본의 개선방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보험이사는 “일본 역시 많은 병상수, 장기 입원, 높은 자살률, 정신과 진료 기피 등 사회적, 의료적 환경이 우리와 유사한 전처를 밟아 많은 변화를 줬다”면서 “일본은 2008년 급성기 입원과 신체 질환 동반 입원의 진료수가 인상을 통해 장기 입원에서 조기 고강도 치료를 통한 회복과 외래, 재활 중심으로 이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일본의 경우 신체질환 동반, 중증 응급 등 정신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 대한 고강도 치료 수가를 신설했으며 정신과 중증 응급환자가 인권이 보호되면서 입원이 가능한 ‘정신과 중증 응급병실’, 중증 응급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한 응급 병상 유지 수가인 ‘격리실 유지료’ 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에 정부도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가가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결론은 수가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번 필수의료 발표에도 정신 응급 정도는 필수의료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해 들어갔는데 관련 수가 개발은 전문가의 도움이 굉장히 필요하다”면서 “지난주 수가 회의를 했고 사실 정신건강정책과는 수가를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이어 “정신과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계나 자료가 별로 없는 만큼 학회나 전문가들이 도와줘야 한다”며 “수가를 올리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과 병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 과장은 “좋은 병원과 병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복지부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 당시 청도 대남병원처럼 열악한 병원 환경 때문에 병실당 병상 수나 이격거리 등 최소한의 개념을 정했기 때문에 파생적으로 줄어든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