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급망강화 행보에 제약바이오산업계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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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급망강화 행보에 제약바이오산업계도 긴장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3.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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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원료의약품 자급률 제고 시급…중국 의존도 높아
미국의 중국 견제 강화…관련 보고서에서 기조 재확인

미국의 공급망 강화 행보가 노골화되면서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제약바이오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것. ‘외국 우려단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후 4월 18일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을 발표했는데 국내 기업인 현대와 기아 차량은 전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생산한 핵심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2025년부터 중국산 원료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의약품의 대미수출에도 영향을 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바이오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향후 5년 내에 광범위한 합성 생물학 및 바이오 제조 능력을 구축해 소분자 약물에 대한 원료의 최소 25%를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의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혁신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현재 소분자 의약품의 대부분의 원료의약품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서 화학 공정을 통해 합성되고 있으며, 이는 공급망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산 의약품을 견제하는 이유는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중국산 원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의 화학합성 원료의약품 점유율(2020년 기준)은 17.0%로, 세계 1위다. 이어 아일랜드(13.0%), 미국(9.0%) 순이다. 한국산 점유율은 4.7%다. 바이오 원료의약품은 아일랜드가 41.3%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2025년까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제네릭 원료의약품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부문의 품목을 선정해 육성하고, 첨단 공정기슬 개발 등 생산 공정을 혁신할 계획이어서 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의 바이오 혁신 보고서는 전기차 사례와 같이 ‘외국 우려단체에서 원료를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자국내 공급망 강화 행보가 중국으로 인해 촉발된 만큼 향후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의약품 분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국산 완제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조 4,474억원으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원료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2021년 기준으로 1,775억이며, 한국의약품이 수출되는 국가 가운데 3번째로 큰 규모다.

업계는 현 분위기 상 국산 원료의약품의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자급률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평균 2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16.2%까지 곤두박질쳤으며,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24.4%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것은 불안요소이다. 최근 3년간 한국의 최대 원료의약품 수입국은 중국이며,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해 전체 수입량 중 34%를 차지한다. 국내 등록된 총 7,331건 가운데 국내 제조 원료의약품은 1,335개에 불과하며, 중국, 일본, 인도에서 수입되는 원료의약품은 4,609개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산 원료(자사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기간을 종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원료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지원 및 세액공제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바이오행정명령이 국내 의약품의 미국 시장 진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주요 원료의약품 가격이 급등에서 보듯 원료의약품 생산업체가 가격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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