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비대면 초진 허용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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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의사회, 비대면 초진 허용 ‘결사반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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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방식은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해하는 기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는 점도 우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가 대면 진료 원칙 초진 허용 결사반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포괄적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김성원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2년 10개월간 재택치료자를 포함해 1,300만 명에 달하는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 비대면 진료 상시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견 사실에 근거한 판단처럼 보이나 비대면 진료가 숙명처럼 가진 오진의 위험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는 게 가정의학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의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1,300만 명에 달하는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은 대면 진료 및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다시 말해 비대면 진료 이전 대면 진료로 명확한 질병명이 특정됐기 때문에 이후 발생하는 발열, 기침, 가래, 콧물 등의 증상을 대면 진료 없이 비대면 진료로 대체할 수 있었던 것.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상기 증상이 단순 감기인지, 세균성 폐렴인지, 독감인지, 코로나19인지 감별할 수 없어 비대면 진료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의사회다.

즉, 이런 전후 관계를 살펴보지도 않고 단순히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가 원활히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다.

의사회는 “비대면을 통한 방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기전”이라며 “상당수의 국민이 비대면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윤리적 판단과 책임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의사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반대”라고 말했다.

의사회는 이어 “우리나라 환자는 이미 자신의 증상을 특정 질병으로 진단화하는 확증 편향성이 있지만, 오진의 위험성은 사실상 의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면·비대면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중대한 오진의 위험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고 특히, 제일 중요한 초진의 경우 비대면이 대면을 대체가능하다는 주장은 위험성이 더 크다”고 부언했다.

여기에 더해 의사회는 재진도 오롯이 환자 개인의 판단만으로 비대면 진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초진 못지않은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대강의 원칙 합의를 최소한의 조치로 따라야 하나, 이마저도 플랫폼에 대한 내용이 없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 △대면 진료 우선 원칙과 함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위한 보조 수단이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가장 많이 필요한 초진 진료는 오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면 진료만 가능하게 한다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시행해야 한다 등 최소한의 원칙이 담겼으나 정작 비대면 진료의 도구라 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

의사회는 “일반적인 플랫폼의 사업 방식은 사업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와 대가가 거의 없는 수익자 혜택 공급을 통해 경쟁자를 제거, 지배적 사업자가 된 후 이익 모델을 추후 덧붙여 투자금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대량 이익을 취하는 형태”라며 “비대면 플랫폼 기업도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면 사업 초기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펼쳐 고객 경쟁을 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겠지만, 어느 한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에는 의료 공급자나 의료 수익자 모두 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돼 적절한 대체 및 통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김성원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없어 의료계가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뜻.

의사회는 “코로나19의 극복은 국민의 협조를 얻어 의료인과 질병관리본부 및 복지부의 합심으로 일궈낸 것이니 김성원 의원은 이를 인정하고 의협과 정부 간의 합의를 단순 합의문 이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의사회는 이어 “비대면은 대면을 보완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정보제공업자에 대한 더욱 철저한 규제를 포함하지 않는 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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