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종사자들 인력부족 호소…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주장
상태바
보건의료 종사자들 인력부족 호소…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주장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4.07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형선 교수, “보건의료 종사자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의사인력 증원”
복지부, 현재 진행중인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 토대로 의견 수렴
국회 보건복지위 정춘숙 위원장-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인력 토론회’ 개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하며 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와 직종별 인력기준(Ratios) 마련 필요성에 제기된 가운데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의사인력 증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건강정책학회, 대한간호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보건의료노조 주관으로 4월 6일 세계 보건의 날을 기념해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나의 노후와 건강은 누가 돌보나 - 초고령 사회, 지역의료 격차 확대, 간병 파산 -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적정인력 기준을, 국민과 환자에게 안전과 양질의 서비스를’ 주제로 보건의료인력 토론회가 열렸다.

보건의 날 기념 국회 대토론회
보건의 날 기념 국회 대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인력(사람)’의 부족 실태와 문제점,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축사를 통해 “보건의 날,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최대의 격려는 ‘적정인력 기준 마련’”이라며 “이는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취지에 부합되고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비롯해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인력의 처우개선에도 크게 기여하는 방안인 만큼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보건의료인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국가 보건의료의 중추다”며 “이런 철학 아래서 보건의료인력의 사회적 보상과 위상, 환자를 위한 적정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직종별 인력 기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토론회를 통해 초고령사회의 도전과 환자 안전과 돌봄,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에게 ‘사람’이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묻고, 보건의료인력의 적정인력기준 마련과 관련 법 제도화를 촉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인력실태조사를 진행 중에 있는 6개 직종(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의 현장 대표, 직종협회 대표들이 나와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안전과 직종별 인력기준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환자수 대비 적정 간호사가 배치되지 않아 간호사들이 과부하, 업무 과중에 절규하고 있다. 적정 간호사 배치수준에 대한 현실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료법의 배치기준 표기를 일본, 미국 등과 같이 근무조별 실제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로 적용하여 환자안전 보장 및 간호 질 향상을 이루고 배치수준의 정보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남인영 간호조무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인력기준을 1:20인 이하로 제안하고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간호조무사는 “일부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불법파견 척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다”며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사와 동일하게 야간간호료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연섭 대한물리치료대학 교육협의회 회장은 “병원은 경영상의 이유로 타이트하게 치료인력을 운영하거나 무자격자인 운동치료사, 재활치료사 등을 고용하여 물리치료사의 업무를 대신하도록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물리치료는 1:1치료가 기본인데 의원급에서는 의료보험 환자 기준 하루 30명까지도 치료를 담당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물리치료사들이 오히려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정인력기준 마련, 무면허 의료행위 엄정한 관리, 전문물리치료사제도 운영 등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충주의료원 신동원 작업치료사는 “1인 근무를 금지하고 전문 재활 치료를 받는 경우 환자와 치료사 비율을 1:1, 단순 작업치료 등 1대 다수의 치료 프로그램의 경우 1일 평균 환자 수를 20인까지 조정하는 등 적정치료시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백병원 정민호 방사선사는 안전한 검사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방사선사 필수인원의 법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장비 1대당 2명의 필수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우상국 임상병리사는 “임상병리 검사업무를 실시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임상병리사를 필수 배치하고 현행법 기준, 의료기관 종별 특성, 검사업무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력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원일 간호와돌봄시민행동 위원은 “공공의대 및 국립의대 설립을 통해 중장기 의사 수급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사업무량을 전제로 한 상대가치를 기반으로 한 행위별수가제를 개선하고 의사와 같이 다른 의료인력의 업무도 건강보험수가체계에서 보상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지역의료 공백의 원인은 절대 의사 수의 부족과 높은 민간의료시스템 의존도로 의료공공성이 취약하다는데 있다”며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관련이 있기에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때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서 “고령화 사회는 의료 수요를 폭증시킬 것이다. 이에 대비해 공공의대를 통하여 필수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취약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 공공의료인력이 필수 진료과와 취약지역에 배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의료인력 확보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의사인력이라고 증원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정형선 교수는 “만성질환자와 노인에 대한 돌봄 수요, 통합의료에의 요구 등이 커지면서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의 역할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지만 이들 인력의 부족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OECD 국가의 공통 관심사”라며 “신규 인력의 유입과 기존 인력의 유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 결정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의대 정원 축소는 우리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과중한 의료비에 신음하는 현재의 의료제도를 초래했다”며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의사인력의 증원”이라고 꼬집었다.

박수경 건강보험공단연구원 연구센터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 진행 상황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간호사 외 다른 보건의료직종과 관련한 조사 연구사례가 해외에서도 드문 만큼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직종별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조사를 준비했다”며 “오늘 현장 발표에서 나온 내용도 반영해서 연구에 담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이제는 ‘보건의료인력 국가책임제’라는 용어를 적극 사용해 ‘보건의료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지키고 유지하는 핵심 필수인력으로 규정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장은 “직종별 인력 기준(Ratios) 마련과 의료법 36조 개정이 시급하다”며 “추상적 인력확충 요구를 넘어 구체적으로 환자 안전과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6개 직종부터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인력과 정원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법 제36조(준수사항), 제33조의3(실태조사), 제87조(벌칙)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직종별,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에 보건복지부는 현장과의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임대식 의료자원과장은 “급격한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구조적 측면과 재정적 측면을 고민하게 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를 토대로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과 소통하면서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강은미 의원은 “오늘 나온 제안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력 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도 관심있는 의원들이 많이 있다. 그 의원들과 함께 현재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6개 직종은 물론 다른 직종들도 실태조사와 인력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