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학적 특성만으로 치매 진단하는 미래 위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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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학적 특성만으로 치매 진단하는 미래 위해 뜁니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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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인터뷰
‘The MADRess Challenge’ 세계대회서 우승…우수성 인정받아
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치매 분야에 있어서 2세대 항체치료제인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가 미국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으로 출시가 예고되면서 치매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조기진단을 통해 치료적 개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치매 치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대적 변화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겟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바이오마커가 무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관적 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을 통해 치매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학교병원은 최근 AI 스타트업 보이노시스와 함께 참가한 ‘2023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coustics, Speech and Signal Processing 학회에서 개최한 The MADRess Challenge; Multilingual Alzheimer’s Dementia Recognition through Spontaneous Speech(The MADRess Challenge)’ 세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The MADRess Challenge는 알츠하이머 질환에 대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AI의 성능을 평가·경쟁하는 대회로, 건국대병원은 언어에 상관없이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 음성의 음향학적 특성만으로 다언어(영어, 그리스어)에 대한 AI 성능을 평가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대회에서 치매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1분 내외로 인지장애를 판별, 인지장애선별검사인 ‘MMSE(Mini-Mental Status Exam)’의 점수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한 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를 만나 AI 치매 진단의 미래 등 향후 청사진을 들어봤다.

“22년이 넘게 난청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들의 목소리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음성의 변화에 따라 뇌 기능의 퇴화에 패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착안해 인지장애가 생기고 궁극적으로 치매까지 가는 노인 환자들의 목소리 변화 즉, 음향학적 분석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신정은 교수가 병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음성의 음향학적 특징만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의 메커니즘을 묻자 답한 첫 마디다.

언뜻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해당 기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설명하는 신정은 교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겼다.

신정은 교수는 건국대병원 의료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AI 연구팀, 벤처회사 보이노시스와 함께 치매진단 AI를 개발했다.

보이노시스는 보다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뇌 기능을 확인하는 연구를 시행하고, 나아가 연구가 연구로 끝나지 않고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신정은 교수가 직접 창업한 회사다.

이 기술이 The MADRess Challenge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1분 미만의 목소리를 듣고 음성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해 치매 전 단계인 인지장애 여부와 그 정도를 87%의 정확도로 예측, 대회 참가팀들의 평균 점수인 70%대 예측 정확도를 현저하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사실 음성을 활용한 치매 조기진단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나 이전 기술이 진단 대상자의 단어와 어휘에 주목했다면, 신정은 교수가 만든 AI 기술은 언어와 상관없이 음향의 미세한 변화에서 치매를 포착할 많은 단서를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신정은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신정은 교수는 “뇌는 스스로 발성하는 음성을 듣고 발음을 교정하고 어떤 말을 할지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생각을 음성이라는 매개를 사용해 언어로 표현한다”며 “소리로 들은 상대방의 언어를 해석하고, 사고를 통해 의도를 이해하고, 다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로 바꿔 발성 언어로 내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은 가장 넓은 범위의 뇌를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즉,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다시 말하는 모든 과정이 뇌 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가장 정확하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먼저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지난 22년간 난청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그들의 음성 변화가 느껴졌고, 뇌 기능의 퇴화를 가장 가깝게 지켜보면서 일정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때마침 AI의 출현과 함께 이런 패턴을 AI에 학습시켰는데 난청의 경우 90%에 가까운 정확도, 인지장애는 85%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신정은 교수의 최종 목표는 한 가지다.

이번에 만든 AI 모델을 계속 고도화하고 상용화에 성공해 수만 명의 목소리 분석을 통해 뇌 건강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와 난청 또는 인지장애 초기일 때 직접적 치료에 개입, ‘진정한 치매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

신 교수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BtoB(Business to Business), BtoC(business to consumer), BtoG(business to government) 등 모든 경로의 문을 열고 상용화를 계획·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음성으로 알아보는 나의 세포 나이’라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늦어도 2024년 초까지 헬스케어서비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후 병원에 배포, 특히 인지장애 알고리즘의 경우 현재 모든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으나 정확도가 70% 미만에 머무는 ‘한국형 인지기능 검사(K-MMSE)’를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신 교수다.

신 교수는 “향후 파킨슨, 청소년 우울증, 자폐 등으로 질환 예측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보이스 헬스’라는 이름으로 탑재돼 일상에서 사용하는 음성을 통해 여러 질환을 예측하고 모니터링해 최적의 치료 시기와 재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신정은 교수와 함께 'The MADRess Challenge'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연구팀 단체사진.
신정은 교수와 함께 'The MADRess Challenge'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연구팀 단체사진.

한편 건국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임상시험센터장이기도 한 신정은 교수는 ‘연구가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상시험센터를 역량 중심의 효율적 조직으로 개편했다.

이번에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보이노시스 창업까지 이어지게 된 것도 의과대학 및 공과대학 교수들의 교류를 통한 물리적인 협업을 원동력으로 삼은 건국대병원의 노력이 토대가 됐다.

이는 유광하 건국대병원장이 취임 당시 1순위 과제로 꼽은 연구역량 강화 및 미래의료 문화를 주도하는 의료기관으로의 발전이란 목표에도 맞닿아 있다.

신 교수는 “건국대병원과 건국대학교 캠퍼스는 서로 가까운 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연구역량 강화, 연구문화 형성, 실용화, 사업화, 재투자의 선순환을 위해 건국대병원 및 건국대학교의 많은 구성원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협력을 실천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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