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酒醉者) 관리 지자체‧소방‧의료기관 등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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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酒醉者) 관리 지자체‧소방‧의료기관 등 협력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2.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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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주취자 보호‧관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 발간
개선방안으로 ‘보호조치 전 의료전문가 개입’과 ‘주취자 보호시설 확충’ 제시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취자(酒醉者) 관리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한 해법 마련을 위해 지자체‧소방‧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호조치 전 의료전문가의 개입’과 ‘주취자 보호시설 확충’ 필요성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2월 27일 ‘주취자(酒醉者) 보호‧관리의 쟁점 및 개선 과제’를 주제로 정보 소식지 ‘이슈와 논점’을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주취자 문제가 일선 경찰관의 일상이 될 정도로 양적으로 과중한 측면이 있지만 발견, 보호, 처벌, 치료, 후생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경찰 단독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효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소방,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연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취자 문제에 대해 질서행정이나 형사사법적 접근뿐만 아니라, 치료 등 사회후생적 접근 또한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나 인식의 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취자 보호조치 관련 법제 현황을 살펴보면 주취자 보호조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에 근거하고 있다. 동법 제4조는 보호주체를 경찰관으로, 보호조치 대상은 ‘응급구호’가 필요한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명백한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응급구호 여부는 경찰관이 ‘주위 사정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보호조치로는 ‘보건의료기관 및 공공구호기관에 응급구호 요청’이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과거 경찰은 ‘경직법’이 정한 ‘경찰관서에 보호’를 집행하기 위해 ‘주취자안정실운영규칙’을 2000년 11월 24일 마련하고 경찰관서에 주취자안정실을 설치·운영했으나 강제구금 등 인권시비, 응급상황 대처 곤란 등의 사유로 주취자안정실은 2009년 전면 폐지됐다. 이후 2012년부터 경찰은 국공립 의료시설을 중심으로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며, 2021년 1월 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응급의료센터 설치를 추진하는 시·도자치경찰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1개의 주취자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됐으며 이 가운데 8개소는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설치됐다. 병상 수는 총 48개이고 상주 경찰관은 총 79명으로 센터별 최소 3인에서 최대 6명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연간 이용자 수는 6,332명으로 월평균 528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경찰관 직무집행법’외에도 ‘술에 취하여 공중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방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명정자규제법)’을 별도로 마련(1961년 제정)해 주취자는 각각 만취(泥酔)자와 명정(酩酊)자로 구분한다.

‘명정자규제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난폭한 언행을 하는 이른바 ‘주취소란자’는 일본 ‘경직법’ 상 보호조치 요건에 이르지 않더라도 ‘경직법’과 같은 정도의 보호조치 대상이 된다. 그밖에 동법은 경찰관 제지 불응에 대한 벌금(1만엔 이하), 만성중독자 의료조치, 보호조치 사항 간이 재판소 통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보호시설의 경우 경찰서 및 경찰본부에 설치하되 면적, 보호자 친화적 환경, 자해·부상 방지시설 등 엄격한 시설 기준을 적용하고 응급의약품을 상비해야 한다.

이처럼 일본은 별도법을 통해 보호조치 대상 확대, 제지 불응 시 벌금 등을 통해 ‘경직법’과 비교하여 주취자에 대한 보호조치 발동 제약을 일부 완화한 측면이 있다. 다만 보호시설에 대한 엄격한 시설 기준 적용, 간이 재판소 통지 의무 등을 통해 인권보호 및 사후통제 방안 또한 마련하고 있다.

호주 또한 별도의 ‘주취자 보호법(Intoxicated People (Care and Protection) Act 1994)’을 두고 있다. 동법은 보호조치 대상에 주취소란자(behaving in a disorderly way)를 포함하고 있으며, ‘응급구호’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대신, ‘주취자를 보살피고 보호하기 위한 다른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보호조치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경찰관서 내 보호조치는 8시간 이내에서 허용된다. 경찰관은 주취자를 공인보호시설(licensed place)로 이송할 수 있는데, 해당 조치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조치로 간주’하는 의제 규정을 두고 있으며, 보호시설 관리자나 보호인에 대해서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영국은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 응급구조대 등도 보호조치의 주체가 되며, 보호시설로는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가 운용하는 ‘이동식 주취자 보호소’(Drunk Tank)나 ‘간이 주취자해소센터’가 있다.

이와 같은 이동성을 갖춘 보호시설을 통해 연말 등 주취자가 많은 시기에 보호조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의료시설의 과부하를 방지하고 있다는 것.

프랑스는 ‘공중보건법(code de la santé publique)’에 근거해 ‘공공장소’에서 ‘만취’한 자를 경찰관서 보호실에 보호조치 할 수 있으며, ‘응급구호’의 요건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보호조치 전 건강검진을 통해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사의 확인서가 있어야만 보호조치가 허용된다. 이와 같은 초동조치 단계에서 의료전문가의 개입은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돌발 사고를 방지하고 경찰의 보호조치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는 측면이 있다. 한편, 동법은 주취자 이송에 소용되는 비용을 주취자 본인 부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입법조사처는 주취자 보호조치 전 의료전문가 개입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경직법’이 응급구호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어 주취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관서에 대기 중인 주취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이러한 제도적 한계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이에 보고서는 보호조치 전 응급의료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의사 등 의료전문가 개입을 제도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초동조치 단계에서 경찰과 119구급대가 공동 대응하여 응급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게 하거나, 프랑스처럼 의료인의 사전 검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검진의 대안으로 전화나 영상 정보를 통해 주취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주취자 보호시설 확충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응급의료 대상이 아닌 주취자를 보호할 마땅한 시설이 없는 실정이라며 주취자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의료진이 단순주취자로 판단하면 인계가 어렵고, 주취자안정실 폐지 이후 경찰관서에는 별도의 보호시설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보호시설의 부재는 초동조치 이후 후속 절차에 대한 경찰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러한 부담은 경찰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져 방치된 주취자가 안전사고나 범죄의 대상에 노출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취자안정실을 복원해 내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주취자안정실 복원 시에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실질적인 보호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엄격한 시설 기준을 적용할 필요하며 주취자 보호시설 확충의 다른 대안으로 주취자 문제가 갖는 복합적인 성격과 최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치안과 지방행정의 융합을 고려하여, 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소방,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이 연계 참여하는 권역별 거점 보호시설 설치도 고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취소란자 등 대응 방향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경직법’ 상 보호조치 대상이 아닌 주취소란자는 주취자 처리에 따른 경찰력 낭비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취 중 범죄는 전체 강력·폭행 범죄의 약 30%를 차지해 응급구호 대상이 아닌 주취소란자·주취폭력자의 경우 경찰의 보호 및 제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시 말해 경찰관의 경고‧제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주취소란 행위를 하는 자는 공중의 생활안정과 범죄 예방을 위해 일시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보호조치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는 보호조치가 갖는 인신구속 및 강제성 등을 고려, 기타 제도적 개선 노력과 함께 논의를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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