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은 곧 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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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은 곧 망할 것입니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2.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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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C 전문의협의회, 현대화 사업 예산 요구안 삭감 철회 지속 투쟁

“국립중앙의료원에 희망은 없을 것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전문의협의회가 NMC 현대화 사업 예산 요구안 삭감 철회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특단의 전면 재검토 없이는 현대화 사업 추진 이전에 NMC의 문은 굳게 닫힐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이는 점차 희망을 잃어가는 NMC 전문의들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다.

NMC 전문의협의회는 2월 23일 ‘NMC 망한다’는 짧은 제목의 성명을 냈다.

앞서 NMC 전문의협의회는 1월 17일부터 ‘NMC를 제대로 지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대국민 호소문 배포, 피켓 시위, 범국민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으며 1월 31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동문회와 함께 현대화 예산을 삭감한 기재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특히 NMC 전문의들은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재난 대응 시 국민의 건강을 위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소임을 다하면서 20여 년 전부터 정부가 계획한 현대화 사업 추진 만을 기다려왔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2022년 5월 한덕수 총리가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800병상 신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정부가 최근 스스로 어기고 기획재정부의 축소 계획대로 본원이 지으려고 하는 것.

NMC 전문의협의회는 “만약 현재 계획대로 신축·이전을 강행한다면 코로나19 유행 동안 역량 부족으로 입원시키지 못했던 환자들을 신축·이전 이후에도 여전히 치료할 수 없어 1조 1,726억짜리 실패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NMC 전문의협의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NMC는 급성 위장관 출혈 등 응급 색전술이 필요한 환자를 1명의 혈관 조영 시술 의사 365일 24시간 응급 진료하고 있다.

이 의사가 아프거나 휴가 중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응급 색전술 필요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신생아 전문 의사 및 신생아 중환자자실이 없어 32주 조산모와 미숙아의 입원이 불가능하다.

소아 전문 외과 의사의 부재로 맹장 수술 등 소아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마찬가지이며 열성 경련 치료를 위한 소아신경과, 가와사키병 등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소아심장의사, 신생아 뇌초음파 시행을 위한 소아영상의사 등 소아 전문 의사도 없다.

급성뇌경색의 경우 그 특성상 동맥 내 혈전 제거를 위한 혈관중재술이 가능한 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의사와 시술을 위한 전문 인력 팀(의사·방사선사·간호인력)이 상주해야 하는데 급성뇌경색 시술 관련 의료팀조차 없다.

게다가 중증 코로나19 폐렴치료를 위한 폐이식이 불가능하다.

에크모 사용으로도 폐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폐이식이 필요한데 국립중앙의료원은 폐이식을 포함한 장기 이식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응급수술은 더 어렵다.

산부인과는 수술보조 인력 부족으로 야간·휴일의 코로나19 응급제왕절개 수술 시행을 할 수 없고, 외과는 전문의 및 수술보조 인력 부족으로 복부 수술이 필요한 야간 응급 상황 발생 시 수술 불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형외과는 척추관련 전문 의사 부재로 관련 수술을 못하고 있으며 자·타해 위험 있는 정신질환자 입원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환자 중 정신질환으로 폭력 성향이 관찰되는 환자를 보호 병동의 부재 및 입원 결정을 위한 전문의 당직의 부재로 입원시키지 못한 사례가 있다.

NMC 전문의협의회는 “국가병원에서 꼭 치료해야 하는 필수중증의료 환자를 받을 수 없는 NMC 의사들은 지난 5년간 거의 절반이 퇴사했고 지금도 계속 그만두고 있다”며 “2023년에만 벌써 4명의 젊은 의사들이 NMC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호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주인은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이 아니고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한 NMC 전문의협의회다.

즉, 눈부신 국가 발전을 이룬 국민들이 필수의료 공백의 희생자가 되지 않게 책임져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는 의미다.

NMC 전문의협의회는 “민간의료기관이 감당하기 힘든 감염병 사태와 수익이 나지 않는 필수중증의료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NMC의 발전방안과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매일 사직을 고민하는 의사들이 희망을 갖고 일하고 싶은 국가 병원을 만들지 못한다면 NMC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도 전에 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축소된 NMC 현대화 사업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 전문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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