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주치의제 도입 위한 선결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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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치의제 도입 위한 선결조건은?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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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국민 필요성‧지불제도 정비‧인력 양성 등 제시
의협, 현재의 자유방임형 의료체계부터 개선하지 않고선 불가능
국회, 2월 21일 '초고령 사회 노인의료정책의 해법: 노인주치의제' 토론회 개최
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초고령 사회 노인의료정책의 해법: 노인주치의제'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병원신문
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초고령 사회 노인의료정책의 해법: 노인주치의제'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병원신문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다제약물 복용관리와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인주치의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도입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주치의제 필요성에 대한 의료소비자 캠페인, 의료전달체계 및 수가제도 개혁과 같은 보건의료제도 정비, 역량 있는 의사 및 팀 접근을 위한 간호사 등 전문 인력 양성이 제안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신현영‧이용빈‧이용우 의원은 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초고령 사회 노인의료정책의 해법, 노인주치의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2021년 OECD 통계에 따르면 ‘3개월 이상 5개가 넘는 의약품’을 만성복용하는 우리나라 고령 환자의 비율은 70.2%로 OECD 평균 46.7%보다 높고 2013년(67.2%)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다제약물 복용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2021년 65세 이상의 다제 약물 복용 비율은 10.26%였지만 85세 이상은 15.74%로 나타났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함께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료과 중심으로 분절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과잉 처방, 중복 처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의 건강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의 포괄적인 다제약물 복용관리와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치기반 보건의료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과 노인주치의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정책이사는 ‘노인주치의제의 필요성과 실현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노인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을 밝혔다.

강재헌 정책이사는 “다약제 예방을 위해 의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복약 평가를 통해 약을 줄이는 역할을 누가 해야 하는데 동네 의원들은 다른 곳에서 처방된 약을 잘 모른다. 바쁘다 보니 일일이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약물 평가가 중요한데 지금은 누구도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과의 약물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주치의가 있다면 본인이 처방을 내리고 상급종합병원에서 필요한 약에 대해서도 상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년기 케어에는 의학적인 부분과 돌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전혀 조율이 안되고 있어 노인주치의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 통합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강 정책이사는 “노인주치의제가 생기면 불필요한 입원‧응급실 방문 빈도‧요양시설 입소 감소뿐만 아니라 다약제복용관리, 만성복합질환 통합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고도의 수술, 고도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게 만들어 비용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인주치의제를 위해선 팀접근 필요성과 함께 지불보상 방식 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Patient-Centered Medical Home(PCMH)’ 개념을 하나의 모델로 소개했다.

강 정책이사는 “PCMH는 처음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시작돼 확대된 것으로 환자에 대한 포괄적 관리, 팀 단위 진료로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하는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검사나 약에 대한 수가는 현실적이지만 의료인의 행위료는 너무 낮아 또 하나의 의료 왜곡을 만들고 있어 노인주치의 사업에서는 행위에 따라 지불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환자를 두고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여기의 팀장이자 리더가 노인주치의가 돼야 한다. PCMH 모델에는 임상뿐만 아니라 비임상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주치의제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이유는 정치인, 건강보험공단, 의료인의 잘못이 아니라 국민이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며 “시범사업 확대 과정에서 의료소비자 캠페인, 보건의료제도 정비(의료전달체계 정비, 수가제도 개혁), 역량 있는 의사 양성, 팀접근을 위한 간호사 등 인력양성이 함께 하지 못하면 실패한 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하 중앙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다제약물 사용 및 관리 현황: 한계와 극복 대책’이라는 발표에서 고령사회를 대비한 주치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시행되기 위해서는 핵심 이해당사자인 의료공급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의료기관들의 기능분화를 위한 동기 부여 방안으로 종별 차등보상제를 개발‧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주치의 제도의 형식적 측면으로 의료전달체계 각 수준들 간의 상호 협력을 실현함으로써 전달체계 자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1차, 2차, 3차 의료기관들이 각자의 수준에 적합한 진료를 하는 경우 ‘이익이 남는 보수지불’을, 그렇지 않은 경우 ‘손해를 보는 보수지불’이 되도록 의료기관 종별 차등보상제를 개발·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주치의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개발‧운영하고 인두제를 기본으로 추가적인 인센티브 지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인주치의제’, ‘아동주치의제’, 특히 ‘만성질환 중심의 주치의 제도’ 등 부분적인 주치의 제도 형태를 고려해 특수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과 관련하여 지불보상을 주치의 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두제를 기본적인 지불보상방식으로 하되 환자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보정(補正)하고 제공된 서비스에 기반한 추가적인 인센티브 지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국가 지원 및 정부와 민간 사이의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언급했다. 주치의 제도의 도입·시행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정부의 의지, 제도의 수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호응, 그리고 일차 의료 인력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는 현행 의료체계의 변화없인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토론자로 나선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자유방임형의료체계에서 과연 다제약물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자유방임형의료체계를 손을 봐야 가능할 것”이라며 “장애인건강주치의제, 아동건강주치의제 등 실제 적용된 사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자유방임형 의료체계를 손을 보지 않는다면 더 나은 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문 실장은 “의료전달체계를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형태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급성기, 회복기, 재활 이런 식으로 변화해야 하고 회복기에는 주치의의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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