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칼럼] 한국과 미국의 해고 정당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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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칼럼] 한국과 미국의 해고 정당성 판단
  • 병원신문
  • 승인 2023.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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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현 한국노사관계진흥원 대표 노무사
안치현 한국노사관계진흥원 대표 노무사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트위터는 직원의 50% 가량을 해고했고, 메타는 1만 10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메타버스 팀을 해체하고 오는 3월까지 1만명 가량의 대규모 인원 감축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이른바 ‘정리해고’는 한국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에 해당한다. ‘경영상 해고’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근로자 일부를 해고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24조에 근거해 정당성 판단은 엄격하게 이뤄진다.

첫째로, 해고를 정당화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해고 회피 노력을 하여 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로, 해고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넷째로, 해고 50일 전까지 해고 사실을 통보하고 근로자들과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정당한 경영상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트위터의 사례만 해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3주 만에 해고가 시작되었으며, 정리해고가 끝난 후 머스크는 해고를 단행한 부문에서의 신규채용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한국 근기법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될 여지가 매우 커 보인다.

이는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이 해고 자유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임의고용 제도(Employment at will)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계약 당사자로서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근로자가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도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아무런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사용자가 무제한적인 해고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두어 해고가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예외적으로 공공정책에 반하는 해고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고 등은 정당성이 부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고 시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강행법규에 근거해 해고를 제한하고 있으나, 미국은 원칙적으로 임의고용의 논리 하에 해고가 자유롭다.

이처럼 미국의 자유로운 해고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로 ‘일시 해고(furlough)’가 있다. 앞선 트위터의 정리해고는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시 해고는 고용관계를 일시적으로 단절하고, 추후 기업의 사정이 나아지면 재고용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2020년도 초에 코로나19가 미 전역을 휩쓸자 그 충격으로 대량의 일시해고가 단행되었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경영상 해고를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휴업 시에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른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일시 해고 시에 사용자는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고, 근로자는 정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일시 해고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지는 부담이 없는 것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 어느 한쪽이 옳은 방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일시 해고도 ‘쉬운 해고’로 근로자의 지위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비판할 수 있겠으나, 일시 해고 기간 동안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미국 사회는 고용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직무 중심 인사시스템이 확충되어 있기에 해고가 자유로운 만큼 재취업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즉, 해고가 쉽다고 하여 미국 사회가 비인간적인 것도 아니며, 충분한 정책적 고려 없이 미국의 해고 제도를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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