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병원인 새해소망] 이현우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치료실 과장
상태바
[2023년 병원인 새해소망] 이현우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치료실 과장
  • 병원신문
  • 승인 2023.01.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의 행복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은 어렸을 적 꿈꾸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연말을 맞아 어느 유명 발라드 가수의 공연장을 찾았는데, 공연 중간, 관객들을 향한 스크린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감동적인 노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내 앞에 떠오른 한 줄의 문장에 숨이 턱 막히는 긴장감을 느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물은 질문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1,000여명에게 동시에 던져진 질문이었지만, 이 질문에 빠르게 답을 찾지 못하는 내 자신을 아무도 모르게 책망하고 있었다.

한 해 동안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것, 앞으로의 1년을 새로운 계획으로 채워 넣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한 해 한 해가 모여 결국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이기에 1년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삶을, 그리고 꿈을 이뤄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나는 물리치료사다.

산업재해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되신 분들이 직업복귀 재활훈련을 통해 다시 원래 있던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운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다시 일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아주셨던 중년의 운전기사, 결혼했냐고 물어보며 딸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님,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하루라도 빨리 직장으로 복귀하려고 최선을 다해 재활에 임했던 30대 청년 등등 일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병원문을 걸어 나갈 때에는 내 가족이 회복된 것처럼 기뻤던 소중한 기억이다.

배려와 감사와 인정.

이렇게 따뜻한 감정을 느끼면서 일을 하는 것은 분명히 어렸을 적 내가 바라던 꿈이었을 것이다.

그 때에는 ‘박사’, ‘대통령’처럼 뭔가 멋져 보이는 직업을 내 꿈이라 말했겠지만, 지금은 꿈이라는 것이 성공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으며 명사보다는 동사에 가깝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공연장에서는 선뜻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 꿈꾸는 삶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공연장 스크린 위에 다시 이어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아직 간절히 바라는 기도가 있습니까?”

체념이 깊어지면 사람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고, 기도 또한 포기하게 된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병원종사자로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좌절을 목격했다.

근육이 다치고 뼈가 부러져도 생업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들, 다치고 병든 식구를 위해 전혀 해보지 않은 육체노동을 하다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이런 아픔들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병원종사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좌절감에 공감하다가 자신이 오히려 체념과 우울감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체념을 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좌절에 힘 있게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기도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내가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우리 병원종사자들이 지치지 않고, 자신이 어렸을 적 꿈꾸었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모두 그렇게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