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차 의료기관 중심 고려…다만, 병원도 배제하고 있지 않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1차의료기관에 한정된 비대면 진료보다는 대학병원까지 확대하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백종헌 의원,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비대면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는 박수영 의원이 관련 입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으로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을 도서지역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으로 한정하고 그 외는 재진진료에만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의사책임 면제 사항을 담는 등 의료계 요구사항이 다수 담겨있는 상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비대면 진료로 인한 처방 건수가 전체 처방건수에 1%를 조금 상회할 정도라며 비대면 진료가 활성되도 전체 의료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며 비대면 진료는 새로운 툴(tool)이 등장한 것과 같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즉, 대면에서 청진기를 사용하듯 비대면 진료는 온라인 청진기가 하나 생겨난 것으로 의사 진료를 보조하는 정도로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 증진과 효용성 확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남종 병원장은 “통상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못할 경우 보호자가 대신 와서 상태를 설명한 뒤 처방전 등 치료 방향을 받아가는 경우를 감안하면 환자가 비대면 진료로 처방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대학병원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장하는 공공 플랫폼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백 병원장은 “의협에서 공공플랫폼을 만들자고 하는데 반대한다”며 “공공이 잘 될 리가 없고, 의료정보 유출시 책임 문제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업체들이 경쟁해서 살아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증제도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의협보다 보건의료정보원 같은 정부기관이 적합하다”며 “의협이 객관성을 띠기 어려운 면이 있다. 써드파티(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은 나라는 이제 한국뿐”이라며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해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중증질환의 경우 대학병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예방, 예측, 맞춤, 참여의 4P의 미래 의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 의학의 측면에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참여 대상 역시 확대하는 등 효용이 높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산업계는 초진과 경증 등 전면적인 비대면 진료 허용을 요구하면서도 1차 의료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산업계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회장(닥터나우 대표이사)는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국민들의 3순위 목적은 경증질환으로 18.8%를 차지한다”며 “대면진료가 요구되는 중증질환과 달리 비대면 진료로 해결되는 경증질환에 관해서는 경증환자의 높은 수요가 있다. 다만, 만성질환자 중심으로만 제도를 설계할 경우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장 회장은 “디테일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소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분들 수요는 1차 의료기관 초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암환자나 중증 질환자는 이미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수술까지 한 분들이니 재진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의 역량을 평가해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전달체계 훼손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1차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에 동의한다. 정책이 자리잡고 이용자들이 익숙해진 후 점차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병원계와 산업계 모두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도화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그 제도화 범위와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어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해졌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전달체계라는 가치와 상충되지 않는 방향에서 제도화를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장태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복지부가 고민하는 방향과 패널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기에 조만간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시적 질병관리와 국민건강증진 향상으로 의료전달체계라는 가치와 상충되지 않도록 제도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장 서기관은 “기본적으로 쏠림현상이나 의료전달체계 관계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병원이나 그 외 기관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서기관은 이어 “수가 부분은 의료계의 관심사이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비대면 진료 하나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진료 시간이나 난이도 부가적인 내용을 종합해서 행위랑 함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논의해, 조만간 의료협의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