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위기 아냐…재정 추계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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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위기 아냐…재정 추계 비현실적”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1.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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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 병상공급‧만성질환관리‧실손보험 등이 재정 누수 원인
건강보험 거버넌스 개편 주장…건정심 위원 구성 재편 필요성 제기
복지부, 건보재정 안정적 관리…올해 건강보험 2차 종합계획 마련
1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 모습ⓒ병원신문
1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 모습ⓒ병원신문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추계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이 병상공급‧만성질환관리‧실손보험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1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기획재정부,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 추계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위기라는 현 정부의 입장을 전면 반박했다.

김윤 교수는 이날 ‘가짜 건강보험 재정위기와 진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이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1년 말 20.2조원에 달하는 등 적정 수준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 추계는 2026년 건강보험료 법적 상한선에 도달 후 2040년까지 보험료 인상하지 않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과 진료비 증가율을 그대로 유지했을 때의 수치라며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 도달 시점은 2028년부터 2030년으로 예상되고 누적 적립금의 경우 기획재정부는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2025년 고갈된다고 전망했지만 보건복지부는 2025년 15조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험료 인상률을 실제 인상률보다 약 2배 높게 예측해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런데 역대 정부의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과거 5년 기준 2.3%로 현재 부과 기반 확대, 부동산 가격 증가 등으로 보험료율 증가보다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회 예산정책처의 건보재정 추계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로 믿을 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케어가 재정위기를 가져왔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초음파 남용, 의료행위 남용이 건보재정 위기라는 감사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초음파와 뇌 MRI 검사 중 남용 의심 진료비 규모는 2,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김 교수는 “2,000억원을 줄이면 재정위기를 막을 수 있고 2,000억원 때문에 재정위기가 온다는 것은 모두 말이 안된다”며 “정부는 환자가 의료 남용 주범이라는 뉘앙스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골고루 초음파, MRI가 늘어나야 하고 의료기관이 남용 주범이라면 특정의료기관에서 증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국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초음파와 MRI가 상급종합병원은 55%, 의원급 225%, 종합병원 143% 증가한 것으로 나오는 만큼 오히려 의료기관이 남용의 주범으로 보인다”며 “보장성 강화정책 이전의 의료기관별 자료를 확인하면 명확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병원신문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병원신문

그러면서 김 교수는 보장성 강화로 인해서 일부 재정 누수가 있지만 건보재정 위기는 아니며 그 액수는 미미한 만큼 실제 건보재정 누수는 병상 공급과잉,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 전달체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병상공급이 늘면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까지 입원하게 된다”며 “OECD 수준의 병상수와 구조를 갖추게 될 경우 전체 입원의 약 3분의 1이 감소하고 2021년 기준 건강보험 입원진료비 35.4조원 중 11.8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규 만성질환자 거주지와 최빈 방문 의료기관 소재지의 진료권 일치 여부에 따른 분석(5년간의 의료비용 총액) 결과 환자 거주지와 단골 의사 소재지의 소진료권이 일치할 때 고혈압 환자의 의료비용 총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의료기관에 다니는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 다니는 것보다 진료비를 8.9조원 줄일 수 있다고 결과를 제시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 건강보험 진료비 남용은 4.6조원에서 10.1조원으로 나타났고 외래진료비 12%, 입원진료비 29%에서 5.8%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료전달체계 구축으로도 절감 가능한 진료비가 5조원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보험 거버넌스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 대부분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복지부의 과도한 영향력, 편향된 의제설정, 회의록과 안건 비공개 등 불투명한 운영 등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복지부가 미시적인 사안만 건정심에 올리고 중요한 정책은 올리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 권한이 강화된 건정심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며 “건정심 산하에 사무국을 두고 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와 심평원의 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합 운영해 행위에 대한 승인과 급여결정을 하게 해야 만이 과도한 급여책정을 방지할 수 있고 위원 구성 또한 공급자 8인, 보험자 및 가입자 8인, 공익 4인, 투표권이 없는 시민‧소비자‧환자 대표 4인으로 구성‧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이 하나의 패키지로 추진돼야 만이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이나 보장성강화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일은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러한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현 건보재정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진행되는 건강보험 2차 종합계획에 제기된 문제들을 담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재정은 현재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최근 의료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다만 고령화,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사실 가지고 있어 재정비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보재정 추계도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주 긴 장기 추계는 건강보험에 잘 맞지 않고 중기재정추계도 쉽지 않지만 가능한 재정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장성 강화가 건보재정 누수의 원인도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에 오늘 이야기한 전달체계, 병상 과잉, 비급여 실손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제도가 제도적‧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손 과장은 “관리‧운영적인 면과 구조적인 문제, 투명성에 대해서는 올해 진행되는 건강보험 2차 종합계획에 담아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해 벽두부터 긴급하게 열린 이날 토론회는 차명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강훈식‧김민석‧남인순‧강선우‧고영인‧김원이‧서영석‧최종윤‧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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