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초음파기기 판결에 ‘경악, 충격,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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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초음파기기 판결에 ‘경악, 충격, 공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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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서울시의사회·지역의사회·내과의사회·초음파학회·영상의학회 등 일제히 성명
“의료질서 붕괴하고 오진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건강 순식간에 무너질 것” 우려
(사진: 연합)
(사진: 연합)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계가 경악을 넘어 충격에 휩싸인 후 공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의료질서가 급격히 붕괴하고 오진 남발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건강이 순식간에 무너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월 22일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즉, 초음파 검사는 현대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기존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가 나와버린 상황.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 판결 단 하루 만에 대한의사협회, 서울특별시의사회, 의협 대의원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한국초음파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등 수많은 의료계 단체들이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우선, 의협은 이번 판결이 의료직역 각각의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면허의 경계를 파괴하는 행위와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무면허 행위를 부추겨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음파진단기기는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한 의료행위인데, 단지 기기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비전문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게 의협의 비판이다.

실제로 초음파진단기기는 의과계에서도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의협은 “이번 판결로 인해 발생할 혼란과 국민건강 피해 등은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즉시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어 “한의사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해서 시도한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12월 23일 대법원 앞에서 1인 규탄 시위를 펼쳤다.

특히 초음파진단기기는 기기 자체의 위해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오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은 박명하 회장이다.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시기를 놓쳐서 발생하는 더 큰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같은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국민건강보험에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박명하 회장은 “의사들도 국내 신의료기술 등재 및 급여화 미비 등으로 해외에서 도입된 진단·치료법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면허제도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이번 판결로 피해를 입을 환자들을 생각하면 후폭풍이 두려울 지경”이라며 “국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대법원이 마련하라”고 부언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의학적 판단의 기준이 의사의 판단을 넘어서는 위험한 결정이 됐다는 점에서 개탄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누구보다도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데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초음파진단기기를 이용한 각종 술기 능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타과 영역의 병명에는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고도로 전문화된 해부학적 지식이 있는 해당 진료과의 전문의만이 초음파에 대한 진단 영상과 그것을 해석하는 능력을 소유한 것을 알고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이어 “자궁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를 검사대에 눕혀놓고 68회나 초음파 영상을 봤던 한의사는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려 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의료의 이원화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의료행위는 곧 커다란 혼란과 쓸데없는 논란, 다툼,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정형외과의사회는 한의과대학에서 초음파 강의를 하는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한의과대학에서도 초음파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은 스스로의 한의학을 부정하는 모순”이라며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해서 시도한다면 모든 의료인의 이름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초음파진단기기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의학회도 성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해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고, 반드시 정확한 진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장비 자체의 위해도 기준으로만 판결 내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영상의학회의 주장이다.

영상의학회는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을지라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해당 환자는 물론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므로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잘못됐다”며 “한정된 의료 자원하에서 내 가족일 수도 있는 환자의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누가 진단을 하는 것이 옳은지, 나 자신은 누구에게 진단을 받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면 옳고 그름의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상의학회는 “한의과대학의 초음파 교육의 정확성과 깊이는 보장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한의학 이론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의 파기 환송심 과정에서 의료계 모든 단체들과 합심해 오류를 바로잡아 국민건강에 끼칠 위해를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전원재판부에 참여한 판사의 남편이 한의사인 것을 들어 애당초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의사가 얼마나 그릇된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 검증하겠다고 공언한 소청과의사회다.

소청과의사회는 “한의사에게 초음파 검사를 받고 신뢰가 가지 않는 환자들에게 검사비를 지원해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 사례를 모아 대법원 판결이 국민건강을 위하는 판결인지, 망치는 판결인지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이번 판결로 인해 대한민국의 의료질서는 파괴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민건강은 한방에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대전시의사회는 “현재 한의원에서 처방·조제하는 내역은 의학용어가 아니어서 의사와의 진료 정보 교류가 전무하다”며 “처방내역에 대한 의학적 검증도 할 수 없고 한의원 내에서 알 수 없는 임의조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즉, 한방 진료 내역의 표준화된 검증 절차도 없이 진료수단과 진료영역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비표준화된 진료로 국민건강을 해치는 일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대전시의사회는 “정부와 법원의 잘못된 정책과 판단은 진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와 의료 전반에 급격한 파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내과의사회와 한국초음파학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법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대법원은 각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이 없다고 해서 인정해주면 의료계의 다른 직역들도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라며 “법무사가 변호사 노릇을 해도 괜찮고 판사가 검사역할을 해도 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의사와 한의사는 환자의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 및 진단 방법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의학적 진단의료기기를 아무런 제한없이 사용한다면 의료체계는 곧 붕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대의원회도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후진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의원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의 결정을 내린 판결에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법치국가의 척도 제시로 법률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할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도의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은 의료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후진적인 판결이라는 것.

대의원회는 “이번 판결은 오진으로 인해 환자가 겪은 고통을 외면한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의료법에 따른 면허 구분 없이 의료인 누구든지 위해하지 않은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의원회는 이어 “대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횡설수설하면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단순히 비이성적이고 반의료적인 판결일 뿐”이라며 “이런 결정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지탱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법원의 판단이라면 불복종할 것을 천명하고 회원 권익 옹호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총력 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거대한 위험에 빠뜨린 파렴치한 대법원은 자폭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라고 결정했고, 해당 사건의 경우에도 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판결이 났는데 대법원이 갑자기 무면허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

신경과의사회는 “10년이란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법이 바뀌기라도 한 것인가”라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음파를 정식으로 배운 의사들도 충분히 훈련받고 경험을 쌓은 분야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는데, 위중한 병을 진단하지도 못하고 환자를 속여 비싼 한약만 판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끝으로 신경과의사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있었던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참사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판결”이라며 “결국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고, 이제 국민들은 누가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을 우리 국민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체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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