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의 ‘준중환자실’ 정식 신설 건의에 정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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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의 ‘준중환자실’ 정식 신설 건의에 정부 “OK”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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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진 병협 정책위원장,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
“시설·인력 마냥 늘리고 싶지만, 준중환자실 인정 및 신설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
의협도 동의…복지부, “코로나19 상황에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제도화 마련 중”
(A)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B)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C)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D)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 (E)대한중환자의학회 주관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A)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B)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C)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D)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 (E)대한중환자의학회 주관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환자실 부족 현상으로 의료시스템에 혼란이 가중될 때 중증과 경증 사이에 놓인 중등증 환자 케어에 있어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가칭)준중환자실.

SubICU, 중증환자실, 집중치료실 등으로도 불리지만 현행법상 이 모두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며 법적 기준도 없다.

다시 말해 의료 현장의 필요에 의해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그로 인해 스스로 명명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이런 준중환자실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수가 등의 체계를 신설하는 것이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의 첫 걸음이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병원계 건의에 정부가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주관, 서정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주최의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를 통해 겪은 중환자 진료와 관련된 의료자원 및 인력 부족, 중환자 의료체계 미흡, 업무 과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가운데 ‘준중환자실’의 경우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모두 당장 현실화시키기에 무리가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이목을 끌었다.

현재 많은 병원들은 현행법상 중환자실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나 일반병실보다 상향된 수준의 인력·시설·장비를 갖추고 준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있지 않아도 되나 일반 환자보다는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이 준중환자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환자의 비용 부담과 병원의 자원 낭비를 막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가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미국, 호주, 일본 등 다수의 해외 국가에서는 준중환자실 입실 기준을 마련해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준중환자실을 하나의 정식 시설로 규정·운영해 중환자실 병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증·중등증·중증 환자를 차등화했다.

국내에서도 준중환자실 정식 도입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 화두긴 하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연구용역사업으로 준중환자실 관련 연구를 경희대학교 산업협력단에 발주해 수행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준중환자실 운영의 타당성, 적정 수가, 필요 장비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실제로 정식 기준에 의해 시행된 것은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과 ‘뇌졸중집중치료실’ 두 가지 형태뿐이었다.

문제는 산모 및 뇌졸중과 같은 특정 질환에 한정해 수가를 인정했기 때문에 각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과밀화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종합병원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환자를 위해 준중환자실을 꾸준히 운영했다.

이처럼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준중환자실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갑작스러운 위중증환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실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을 때 빛을 봤다.

단, 준중환자실은 정식 시설이 아니었기에 코로나19에 상황에 맞춰 갑작스럽게 기존에 없던 입실 기준과 운영안을 만드는 데 큰 혼란이 있던 것도 사실.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병원계의 현실을 고려해 환자 중증도에 따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중환자의료체계가 개선될 수 있다며, 그 첫걸음은 준중환자실 정식 인정 및 신설에 있다고 제언했다.

신응진 위원장은 “국민적 요구와 병원 시스템 사이에는 늘 괴리감이 있다”며 “중환자실 시설과 인력을 계속 늘리면 좋겠지만,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게 시설과 인력”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게다가 매번 개정되는 중환자실 시설·인력 기준을 모두 갖추는 일도 쉽지 않다”며 “이런 국민적 요구사항과 병원계 상황을 잘 조율하면 준중환자실의 활성화가 작은 부분이지만 현실적인 타겟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병협의 의견에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확립 없이 강제로 시설과 인력 기준만 높이면 오히려 문을 닫는 병원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중환자전담전문의, 간호등급 차등제 강화, 준중환자실 제도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며 동의를 표했다.

이와 관련 필수의료강화 종합대책을 준비 중인 보건복지부는 준중환자실 제도화 방안 또한 마련 중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결국 중환자의료체계에 있어서 인력·시설·장비 특히, 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핵심인데 이에 맞춰 필수의료강화 종합대책 및 공공정책수가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늘 의료계에서 제안한 공통적인 내용인 준중환자실의 경우 충분히 공감해 제도화를 마련 중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진용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모든 중환자실 1인 음압병실화 및 환자 대 의료인 비율 1대1 등을 과감히 목표로 선정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진용 소장은 “심평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의료인 중 한 명으로서 감히 발언하자면, 중환자의학계에서 이번 기회에 모든 중환자실 1인 음압병실화 등으로 요구사항 목표를 높게 잡아야 수가 상승만으로 안 끝난다”며 “의사·간호 인력도 1대 몇 등이 아니라 1대1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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