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재정 안정된 지금이 적기”
상태바
“의료개혁, 재정 안정된 지금이 적기”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2.11.1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인구 고령화 추세 감안, 서둘러 의료개혁 나서야”
“이해관계 얽혀 논의 회피하면 현상 유지 어려울 것…시간 여유 많지않아”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 의료개혁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5~6년 정도 지나면 의료비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압박을 받아 상황이 악화되면 큰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1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로 1년 단기 파견을 떠나는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보장심의관(국장)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향후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부터 28개월간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으로 합류해 브리핑을 책임졌던 손영래 국장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음의 여유 없이 업무에 파묻혀 지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으로 의대생과 전공의 파업이 진행될 당시에는 조마조마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보험급여과장으로서 보장성강화 정책의 최일선에서 의료계와의 협상을 주도했다. 손 국장은 “필수의료 문제를 비롯해 의료인력 구조 등 현상유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며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5~10년 후에도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큰 틀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손 국장은 또 문케어와 관련해 “보장성 강화는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제 입장에서는 10년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였고 큰 틀에서는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우리나라에는 특이한 비급여 시술이 많이 남아있어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관절 등은 수술요법이나 비수술요법 중 급여 항목의 수가가 낮아 의학적 타당성 여부와 관련해 해당 진료과에서조차 논란이 있어 급여화 여부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원가에서는 대표적으로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의 급여화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손 국장은 말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 10년 정도 시행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본다”며 “건강보험 보장성도 대폭 강화됐고 본인부담 상한제를 통해 한도 이상의 지출은 지원하며, 거기서도 탈락하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3종 체계가 돌아가고 있어 이제는 의료비 가계파탄은 없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까지 보장성을 빠르게 확대해왔으니까 이번 정부에서는 공격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하기보다는 누수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단단하게 다져놔야 향후 보장성 항목을 더 확장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10년간 정책 방향이 보장성을 확대하는 쪽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과정에서 남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들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게 손 국장의 생각이다.

정부가 문케어를 손보겠다고 해서 기존의 급여를 비급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급여되고 있는 부분 중에 개선 요소가 있는 부분의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멀쩡히 잘 하고 있는 상복부 초음파를 비급여로 돌린다면 후폭풍이 더 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삭감 역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없는 상태에서의 임의 삭감은 행정소송에서 진다는 것. 따라서 기준없는 부분에 대해 기준을 만들자는 게 손 국장의 생각이다. 그동안 양적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서 남용되는 부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보장률 향상과 관련해서는 본인부담금 자체를 낮출 것이냐, 아니면 상한제를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비필수적인 비급여까지 급여로 끌어들일 것이냐는 것도 문제라는 것.

보장률 지표를 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예를 들어 1인실이나 특실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아무리 튼튼해도 급여화 가능성이 낮지만 이런 부분도 보장률에 포함돼 전체적인 보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급여 가능성이 없는 부분은 처음부터 지표에서 제외하고 보장률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학적으로 효과는 있는데 비용효과성 문제로 비급여가 되는 경우와 의학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비급여가 있는데 이 부분 역시 분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학계의 논쟁거리라는 것. 특히 보장률은 세계적인 통계가 아니라 우리나라만 생산하는 지표라고 손 국장은 지적했다.

현재 발표되는 보장률은 모든 비급여를 다 넣은 것이며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 과거엔 특진료 등 말이 비급여지 거부할 수 없는 비급여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이 거의 다 없어져 보장률을 따지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얘기다.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손영래 국장은 “건보재정은 단기재정의 경우 항상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논란이 되는 것은 중장기 재정”이라며 “왜냐하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현재는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10년 후까지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의료비 증가 속도를 봤을 때 65세 이상이 그 이하보다 의료비를 3배 정도 더 쓰니까 5년~10년 뒤 중장기적인 재정 관리가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손영래 국장은 마지막으로 “문케어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면 문케어를 중단한다고해서 재정이 남을 것이냐, 여당도 그렇게는 안 보고 있다”며 “재정 문제는 고령화의 후폭풍으로 2~3년 뒤에 돌아올 일이다. 보장성을 중단한다고 해서 흑자가 쌓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