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건보공단 수난 시대…시스템부터 기강까지 ‘뼈’ 때린 여·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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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건보공단 수난 시대…시스템부터 기강까지 ‘뼈’ 때린 여·야 질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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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횡령 및 몰카 사건 언급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건보공단 ‘뭇매’
수가협상, 자보심사, 사무장병원, 건보 데이터 제공 등 다양한 질의 이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전경.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전경.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도태)·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선민) 국정감사가 10월 13일 원주 건보공단 본원에서 열린 가운데, 적어도 첫 번째 질의 때만큼은 거듭 사과만 반복하는 강도태 이사장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발생한 46억 원 횡령 사건 및 체력단련실 몰카 사건 등 건보공단의 시스템 부실부터 기강·도덕적 해이 문제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의 집중 질의 및 질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3분의 2가량은 첫 번째 질의 순서에서 심평원이 아닌 건보공단부터 호명하며 국감을 이어갔다.

이날 위원들은 건보공단이 횡령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개인적 일탈이라기보다는 건보공단의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부실한 방증이라는 비판으로 연결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건보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횡령을 저지른 직원은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건보공단의 다른 누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횡령 가능성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여러 곳에 구멍이 뚫려 있던 건보공단의 시스템이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지급 절차 및 권한 등 팀장 1명이 계좌 등록·변동·승인까지 모든 과정을 할 수 있는데 사업부서와 지출부서의 크로스 확인이 전혀 없었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의 최영희 의원도 “7년 연속 청렴도 1위 기관에 오른 건보공단의 이미지가 무색해진 사건”이라며 “무너진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

과거에 비슷한 횡령 사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였다는 비판도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횡령 적발 후 제대로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아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횡령 직원에 대해 급여지급 중단 및 퇴직금 전액환수 등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리지 않으면 부당행위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계속되는 건보공단 직원들의 일탈 행위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사후 대처 시스템이 미비했다”며 “건보공단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0년 이후에 5건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사건이 터졌다”며 “문제는 횡령금 회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환수되지 못한 금액을 국민이 메워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건보공단 40대 직원이 체력단련실 불법촬영 의혹으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보공단 본원 1층 체력단련실에서 불법촬영 시도 의혹이 있는데, 가해 직원을 엄중처벌해야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강도태 이사장은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강 이사장은 “이번 횡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을 믿고 신뢰해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고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 개편 등의 대안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중이라고 밝힌 강 이사장이다.

그는 “압류진료비 지급 결정 권한을 재조정하고 최종승인 결정 권한을 팀장에서 부장으로 상향했다”며 “현금지급 업무절차의 점검리스트를 개발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할 뿐만 아니라 회계, IT, 보안 등의 전문가들과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 질의부터 다양해진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

수가협상, 자동차보험심사, 사무장병원 등 소재 확대돼

이처럼 복지위 위원들의 1차 질의가 대부분 건보공단에 할애됐다면, 2차 질의부터는 본격적인 정책 질의가 시작됐다.

소재도 자동차보험심사, 사무장병원, 수가협상, 뇌졸중 적정성평가 등 다양했다.

특히 1차 질의에서 호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김선민 심평원장의 이름도 반복적으로 불렸다.

김선민 심평원 원장.
김선민 심평원 원장.

우선,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급증한 원인을 심평원의 허술한 심사에서 찾았다.

백종헌 의원은 “12~14급 경상환자가 5.5% 증가했고 1~11급 중증환자는 5.2% 감소했는데 2020년도에 지급된 보험금은 2017년도 대비 43% 증가했다”며 “이렇게 할 거면 자보 심사를 왜 한다고 했냐”고 꾸짖었다.

백 의원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진료수가연구와 조사연구 전담기구 등이 마련됐지만, 자보는 진료수가심의 활성화를 위한 절차가 미비하다”며 “국토교통부에서 위탁받은 것 하나만으로 무책임하고 방만하게 방치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선민 원장은 “열심히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자보 전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건강보험과는 다른 환경·수가·거버넌스체계 등 때문에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아직 많다고 본다”고 답했다.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이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받은 1등급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은 병원에서 큰 문제가 생겼음에도 아무런 철회 규정이 없다”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서울아산병원의 1등급을 철회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선민 원장은 즉답을 피했지만, 대신 향후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변별력 강화를 위해 결과지표를 평가에 포함하는 등 개선사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선민 원장은 “적정성 평가 병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철회하는 기준은 평가 기준과 절차를 다시 검토해 현 규정에 맞게 조치하겠다”며 “이와 별개로 뇌졸중 적정성 평가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변별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인데, 결과지표를 포함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데이터 제공이 의료 민영화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기관은 데이터 3법 통과 이후 가명 처리된 정보를 제3자인 민간보험사와 헬스케어 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다”며 “많게는 10년치 정보를 제공 받은 곳도 있는데, 이들 기업이 낸 이용계획서를 보면 대놓고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 및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이라고 적혀있다”고 염려했다.

최 의원은 “정부의 데이터가 기업의 이익이나 민간보험사 보험설계에 악용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며 “심평원에 자체적인 심의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인 강훈식 의원과 전혜숙 의원은 심평원이 의료 민영화의 가교역할을 하면 안 된다며 제공한 정보로 민간보험사와 헬스케어 기업이 수익 상품을 만든 경우가 있는지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이 발족 첫 회의 이후 공식 회의도 없이 11월 발표가 예정된 것에 의문을 표한 의원도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도태 이사장과 김선민 원장에게 지난 8월 23일 발족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 회의 진행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강도태 이사장은 발족식 날 첫 회의 이후 공식적인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으며 김선민 원장 역시 관련 내용을 확인하겠으나 1차 회의에 한 번 참여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신 의원은 “회의와 연구용역도 없이 개혁안을 발표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이런 방식은 방치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보건복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건보공단의 사무장병원 업무 관련 인력이 확대됐으나, 되려 적발 건수는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종성 의원은 “전임 이사장 시절 의료기관지원실을 신설하고 사무장병원 적발 인력도 4명에서 78명까지 인력을 확대했지만, 적발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며 “사무장병원이 근절돼 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봐야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2017년에는 없던 징수인력도 13명까지 늘린 상황에서 사무장병원 소송 승소율이 23% 밖에 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강도태 이사장은 특별사법경찰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난 후 수사 의뢰가 많이 증가했다”며 “손해보험계와 보험사기 조사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사무장병원은 조기에 개입해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특사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불공평한 수가협상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필수의료를 살리고 경영 악화로 어려움에 빠진 의료기관을 정상화하려면 수가협상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수가협상은 공평하지 않은 깜깜이 구조”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수가 인상률과 공급자 단체에만 적용되는 불공정한 페널티 등 운영 방안에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협상을 하면서 사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공급자, 정부, 건보공단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최근 협의 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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