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 아직은 ‘시기상조’, 사회적 논의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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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존엄사’ 아직은 ‘시기상조’, 사회적 논의 더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8.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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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조력존엄사 토론회’ 개최
의료계, 조력존엄사 시행 준비 안돼…현행 연명의료법 보완이 먼저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조력존엄사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조력존엄사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의사조력자살을 골자로 한 조력존엄사법 제정 움직임에 의료계가 논란이 많고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조력존엄사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현행 연명의료법을 먼저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실상 조력존엄사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8월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의사조력자살, 말기환자의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조력존엄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력존엄사법을 둘러싼 여론과 사회적 쟁점을 진단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 및 조력존엄사법안 쟁점’을 발제한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열악한 호스피스 인프라와 높은 비용 등 현행 웰다잉 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이번 조력존엄사 입법 추진은 규제중심의 연명의료결정법과 협의의 웰다잉의 한계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광의의 웰다잉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자살방조를 금지하는 형법과 상충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의사의 자살조력을 법으로 허용해야 하는가’를 발표한 김현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자기결정권이 자살 허용의 근거로서는 부족함이 있다”면서 “자기결정권의 논거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말기환자에 대한 의사조력자살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 안락사와 같은 죽음 및 자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끊임없이 양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조력존엄사에 대한 기대보단 우려와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됐다.

박은호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연구소장은 “조력존엄사는 자살방조를 선한 행위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생의 말기 돌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한국의료윤리학회 전 회장인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의료계는 아직 조력존엄사를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안에서 연명의료 중단의 범위를 점차 확대시키는 등 보완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과 조력존엄사법은 같은 맥락과 윤리 수준으로 간주될 수 없다”면서 “연명의료와 조력존엄사는 사회 규범과 의료 조치 및 의료 윤리 측면에서 매우 다른 만큼 조력존엄사법안을 연명의료결정법에 덧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또한 고 교수는 “임종 돌봄을 위한 제반 여건에는 임종 돌봄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과 지원제도 그리고 담당하는 의료인들의 진료 수준이 중요한 요소”라며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6년째인 지금까지도 호스피스 돌봄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5개 질환군으로 국한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력존엄사에 대한 교육이나 접근 방식에 대한 준비는 의료인들조차 매우 부족하다”며 “조력존엄사법 제정에 앞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보완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이나 의사조력 자의임종과 같은 문제들은 사회 합의가 우선으로 이를 바탕으로 의료와 법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와 조사는 지속하되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안락사의 법제화를 서두르기보다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웰다잉 문화 확산과 동시에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의사조력자살의 법제화를 위해 충분하고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사회적 돌봄체계 및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안규백 의원은 “법안의 대표발의자로서 조력존엄사법법 통과와 병행해 열악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원제도를 정비하고, 호스피스 인프라 투자 등 광의의 웰다잉 문화도 함께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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