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재무와 회계] 병원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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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재무와 회계] 병원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하는 이유
  • 병원신문
  • 승인 2022.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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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 회계투명성 제고, 의료기관도 예외는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상장회사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중요한 회사들에 대해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국제회계기준을 적용받도록 하고 있고, 회계감사도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이 지정해주는 감사인에게 받아야 한다.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기준이 엄격해졌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이 되므로 기준을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에 부담이 되는 규제들을 줄여나가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낮은 회계투명성으로 인해 실제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오랜 기간 경험하였다. 이를 제거하기 위한 과거 십 수 년간의 노력을 감안할 때 과거로 회귀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최근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당장 올해부터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하는 의료기관이 확대되었다. 종전에는 종합병원만 대상이었으나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급으로 확대되었고 적용 대상 병원의 범위도 매년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야하는 의료기관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제기

이에 대한 의료기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병원 운영을 힘들게 하는 규제가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정부가 병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기준 변화로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처음 적용해야하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에게는 기장수수료 상승 등 비용증가가 예상된다.

종전에는 법인세 혹은 소득세 등 세무신고를 위한 회계처리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해당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고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재무제표를 작성해야한다. 이를 위해 회계를 잘 아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거나, 아니면 외부의 회계사 등에게 추가적인 보수를 지급하고 업무를 맡겨야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의료기관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 우려보다 장기적인 효익 증대가 기대되는 이유

위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의료기관 스스로에게도 더 큰 효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의료기관이 제출하는 회계자료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이를 토대로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수가 결정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많은 병원들이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발생 원가도 보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현 수가수준으로는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높지 않다. 이는 적자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공인된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다면 신뢰의 수준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하여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한다면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수용도는 높을 것이다.

둘째, 의료기관들의 현 상황에 부합하는 보건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소중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들은 규모나 설립형태, 유형 등에 따라 각각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과 중소병의원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각각 다른 이슈들에 직면해있다. 일반적으로 부채상환능력 등 재정적인 상황은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이 양호하고, 규모가 작은 중소병의원은 열악한 편이다. 의료이익률 등 수익성 측면은 개인병의원 및 민간병원이 양호한 반면,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은 저조한 편이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규모나 유형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정부는 다양한 의료기관의 형태에 부합하는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이 제출하는 회계자료의 신뢰수준이 낮다면 이를 근거로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진다. 상대적으로 신뢰수준이 높은 대학병원, 공공병원 등이 제출한 회계자료를 근거로 정책 수립을 할 가능성이 큰데 이러할 경우 그 외 의료기관에는 부합하지 않는 정책들이 수립될 수 있다.

셋째, 의료기관 스스로 회계자료를 경영의사결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려면 자료의 신뢰성을 높여야한다.

몇 년 전 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들이 작성된 회계자료를 경영지원에 활용하는 비율이 60% 정도 수준에 불과하였다. 여전히 많은 의료기관들이 회계자료 작성을 세무신고 때문에 혹은 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해야하므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의료기관 경영진 및 관리자의 회계자료 활용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회계자료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의 경영상태가 어떠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매년 일관되지 않은 회계처리를 한다면 회계자료를 통해 병원의 경영상황이 좋아지고 있는지 혹은 나빠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병원만 다른 회계기준을 적용한다면 다른 병원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병원의 위치를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

상기와 같은 이유들로 각 의료기관들은 매년 일관된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처리함으로써 회계자료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또한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회계기준을 따르는 것이 병원경영상의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명확하고 단순한 기준을 마련하되 불필요한 규정 등은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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