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의대 신설 다시 군불은 지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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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 의대 신설 다시 군불은 지폈는데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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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출신 선발 가능한 지역 의과대학 설립 우선돼야
순천대학과 목포대학 의료계열 연합캠퍼스 운영 제안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가 없는 전라남도에 의과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새정부에서는 의대 신설보다는 기존 의대 분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어 과연 전라남도의 30년 숙원사업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7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라남도‧순천시‧국립순천대학교와 공동으로 ‘전라남도 의료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의대유치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어 의대 유치를 위한 군불을 지폈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의과대학 신설을 중심으로 전남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됐지만 새정부의 국정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다.

토론회를 주관한 소병철 의원은 “생명권‧건강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마땅한 권리지만 전라남도는 오랜 시간 마땅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의사와 상급종합병원의 부재로 생명을 위협받고 건강을 포기해야만 하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남은 인구 1천 명당 배치된 의사 수가 2.1명으로 전국 평균인 2.4명에 비해 부족하다. 300병상 이상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 역시 26명으로 전국 평균인 55명에 미달되는 상황이다.

이날 ‘전남권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 결과’를 발제한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대 신설이 의사 총량을 늘릴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 분포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수도권 의사 집중 및 지방의 의사 구인난은 분명한 현상이다”며 “그 원인 및 대책으로 ‘의사 수 총량 부족이 문제이므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총량은 충분하며 단순한 지역간 불균형 분포가 문제이므로 지역가산 수가 등을 통해 불균형 분포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지만 지역가산 수가 도입으로 지역불균형 분포를 해소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병원 의사임금 수준이 상급종합병원의 2배 수준이어도 의사인력난을 격고 있어 이는 의사들의 대형병원 선호와 관련이 있어 단순히 지역가산 수가도입만으로는 해결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향후 의사 수요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의대 신설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그는 “향후 의사 생산성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득 증가는 의료 이용을 증가시키는데 그동안 이용량을 늘리던 데서 향후 의료의 질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고 의사들 또한 국민소득 증가 및 이에 수반된 사회전반의 삶의 질 추구 경향에 맞춰 안정적 수입에 충족된다면 업무량을 줄이고자 하는 동기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과대학이 없는 의료취약지역은 일차적으로 지역 출신을 선발할 수 있는 지역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남 지역은 의료접근이 어려운 의료취약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의대 신설을 통해 지역간 의료형평성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기존 의과대학들만으로는 지방 및 소외지역에서 의사를 고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수도권 출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생이 늘면서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고자 하는 졸업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방에서는 우수 의료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서울 학생의 경우 지방에 대한 애착도 적고 연고도 없기 때문에 졸업후 바로 서울로 되돌아 간다는 것.

이 교수는 이어서 “공중보건의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나 공중보건의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제한이 있고 국립대병원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주장 역시 국립대 의대 및 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은 정책의 실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관점에서 창의적인고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이행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기존 정책이 지역 간 불균형, 특수 전문분야 의사 수 부족에 미친 영향은 미미해 지방의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외국의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취약지역 의사인력 확충에 효과적인 정책 도구는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지만 해당 지역에 의과대학이 없다면 시행 불가능한 정책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제도의 실패가 지역에 의과대학을 만들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범희승 전남 화순군립요양병원장(전남의대 교수)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의전원에 진학하는 방식인 미국식 의과대학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이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서울 출신 학생들이 지방 소재 의전원에서 공부하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 간다는 사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범 병원장은 “지역에 머무는 의사는 결국 지역 연고를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었다”며 “지역에 의과대학을 만들어야 하는 가장 큰 논리가 의전원의 실패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과대학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모두 수준 높은 의료에 대한 갈증인 큰 곳인 만큼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시스템을 응용한 연합캠퍼스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범 병원장은 “저는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순천대학과 목포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연합캠퍼스 운영에 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예를 들어 순천대학교 100명의 의예과 학생을 배정받으면 의예과 1학년은 순천, 2학년은 목포, 의학과 1학년 기초의학 교육은 순천, 2~3학년 임상교육은 목포대학과 목포의료원에서, 4학년 교육은 순천대학과 순천의료원에 받는 방법이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었다.

또 그는 “양 대학이 양해하여 연합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는 각각 의예과와 의학과를 운영하되 전략적으로 학과목을 분배하여 교수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범 병원장은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는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가 의료계열 연합캠퍼스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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