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의료기관별 협력모델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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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의료기관별 협력모델 방안 찾아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7.29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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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를 만나다 ①
한시적 비대면 진료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 필요
병원협회,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 의뢰 예정

코로나19 팬데믹 3년 차에 접어든 2022년 5월, 대한병원협회는 많은 기대 속에서 제41대 윤동섭 회장을 맞이했다. 윤동섭 회장이 취임식에서 1순위로 강조한 키워드는 ‘명분’과 ‘실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사회 및 의료환경 속에서 변화를 미리 읽고 전국 회원 병원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병원계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로 윤동섭 회장은 대한병원협회에 존재하는 기존 23개의 상설위원회 중 일부를 조정·통합했다. 그 결과 18개의 상설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가 마련됐으며, 회무위원회 위원도 총 24명으로 구성을 끝마쳤다.

상설위원회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자는 의미로 신설된 ‘미래헬스케어위원회’다. 정부의 빅데이터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부의 스마트병원 시범사업 참여를 확대하면서 미래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도하는 게 위원회의 목표다. 실제로 윤동섭 회장은 취임 이후 대한병원협회 5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케어 리더십 확보’를 선정했다. 이는 윤동섭 회장이 의료 생태계의 디지털화 즉,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혁신 속 병원계의 역할을 찾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위원장에는 ‘워크스루’ 코로나19 검사 부스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H+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이 선임됐다.

병원신문은 이처럼 ‘미래헬스케어 기반 조성의 중심적 역할 수행 및 선도’라는 비전 아래 탄생한 미래헬스케어위원회가 향후 추진하려는 사업과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정기적인 연재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비대면 진료 관련 대한병원협회의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2부로 나뉜다.

초진환자 대면진료 원칙…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이 중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한시적 허용을 인정하면서 진료 경험이 누적되고 인식이 변화되는 등 정책환경이 급변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직역 단체와의 논의 기구를 통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는 다른 정부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고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국회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해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며 같은 당의 신현영 의원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 같지만, 이에 앞서 병협은 약 2년 전인 2020년 6월 비대면(원격) 진료에 대한 기본원칙을 성명서 형태로 발표한 바 있다.

김상일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병협은 의료계에서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던 원격의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야 한다며 다른 단체와는 달리 다소 열린 자세를 취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격화상기술 등 ICT를 활용한 정책발굴과 시스템 도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민 보호와 편의 증진, 사회적 이익증대 차원에서 생각할 때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 것이다.

단, 이때도 병협은 ‘초진환자 대면진료’라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적절한 대상 질환을 선정해야 하고 급격한 환자 쏠림 현상 방지, 의료기관 종별 역할 차별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등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외에도 △의료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안전성과 효과성의 철저한 검증 및 단계적 시행·조정 △의료기관 간의 과당경쟁 방지 △법적문제 예방과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기준 및 범위 설정 △환자 개인정보보호 방안 마련 △기술과 장비의 표준화 △적절한 수가 마련 등을 강조했던 병협이다.

김상일 위원장은 “과거 비대면 진료 정책의 목적이 주로 의료취약지의 의료질 향상,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 제고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국민의 건강증진, 감염 예방, 사회적 편익 및 비용, 산업기술 활용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비대면 진료체계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치료 효과의 극대화,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기관 및 국가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는 어떤 이점이 있나

그렇다면 다른 그 어떤 국가보다 의료접근성이 높은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에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할까.

김상일 위원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비대면 기술이 확대되는 가운데 의료 분야에서도 원격의료를 포함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보건의료기관 및 의료진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의 장점을 살펴보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격리하면서 환자 수 감소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향상된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게 된다.

아울러 주치의 또는 단골의사 개념 형성으로 1·2차 의료기관이 예방 의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핵심이다.

김상일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
김상일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

특히 현재 건강보험 수가 정책하에서는 수가 산정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비대면 진료의 도입으로 기존 의료서비스에 고부가가치를 더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저수가 문제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도 있다.

국가 측면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자원과 의료공급량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 내 의료접근성을 향상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고, 의료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이동 불편 장애인 등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질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해져 의료복지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장점이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질병 예방의 효과로 이어져 인당 급여 지불액이 감소,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시장 급성장…허용된 범위 내 지원 필요

실제로 원격의료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41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7년 1,551억 달러까지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은 15.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Grand View Research, 2020).

앞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격의료의 ‘비용-효용성(cost-effectiveness)’을 특정 질환 및 특정 환자군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뇨병 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을 활용했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급병원과 중증환자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간 원격협진을 실시하는 ‘Tele-ICU’ 시스템 등은 중환자실 사망률과 입원기간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비용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원격의료가 의료비 절감과 사망률 감소 등 의료지표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우리나라도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면 일정 범위 내에서 적절한 연구개발(R&D) 지원 및 세부 방식에 대한 철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상일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원격의료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감염병의 확산과 잦은 출현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허용된 범위 내에서의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면진료 원칙, 환자 수 또는 의료기관 제한 등 안전성 및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세부 방식과 의료수가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부언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경험을 통해 향후 명심해야 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도입이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진전이 거의 없던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깊다는 것이 김상일 위원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년간 시범사업과 입법 시도만 반복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이나마 전면적으로 시행돼 비대면 진료 모델 설계와 실증적 데이터 확보에 유용했다는 판단인 것.

김상일 위원장은 “국민의 비대면 진료 수용성 및 공감대가 상승했고, 의료인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감지되고 있으나 아직도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한시적 비대면 진료 시행 전 많은 우려가 있었던 대형병원 쏠림이나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향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인해 집적된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참고하려면 철저한 분석·검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허용이므로 이것이 제도화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비대면 진료 관련 연구용역 의뢰 예정

한편, 병협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 질 향상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할 예정이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 각 의료계 전문가 단체들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환자의 선택권 보장, 환자의 의료기관 선호도 반영, 효과적·균형적 치료 등을 위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와 노력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과정에 필요할 수 있으니,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의료기관별 ‘비대면 진료 협력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목적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병원계 입장 현황 분석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참여 필요성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 협력모델 방안 및 단계적 확대 방안 등이 연구용역에 담길 방침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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