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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납사(GPO) 없앤다고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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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납사(GPO) 없앤다고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될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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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O, 공급자‧환자‧납세자 모두에 이득… 비용절감 기여 확인
의협 김상일 정책이사, 상급종합병원부터 단계적인 유통구조 선진화 제안
국회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 개최

의료기기산업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는 ‘간접납품업체(이하 간납사‧GPO; Group Purchasing Organization)’가 실제 병원의 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자는 선구매로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등 의료기기 유통구조에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7월 12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공동 주최한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외국의 여러 연구를 살펴본 결과 간납사가 공급자와 납세자를 위한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헬스케어 조달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사실 국내에서는 ‘가납’ 형태의 선납제로 간납사 시스템이 변질‧악용돼 의료기기 공급자에게 병원의 재고 부담, 제품관리 비용을 간납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가시키는 등 불공정 거래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

또 물품 대금 부당 지연, 과도한 납품가 할인, 행정상의 수수료 취지 등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켜 오히려 간납사가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이러한 관행이 용인되고 있는 이유가 현행 의료법 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의 관리비용은 의료법 규정에 따라 인정받고 있지만 수술용 실, 거즈 등 의료기기(치료재료)는 관리비용이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병원은 비영리법인이라는 성격 때문에 관리비를 부담할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이 때문에 병원은 간납사에게, 간납사는 다시 의료기기 업체에 관리비용을 전가해 유통비용을 상승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국회에는 △특수관계인 경영 금지 △6개월 이내 결제 기한 의무화 △유통보고 책임 전가시 책임자 처벌 규정 등을 골자로 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날 배성윤 교수는 ‘건전한 한국형 GPO 유통 질서 정착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이라는 발제에서 해외의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간납사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그 효과를 간과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책 개선을 통해 간납사의 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미국 Healthcare Supply Chain Association 현황자료를 살펴본 결과 미국에는 5개의 전국적 규모의 GPO를 포함해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중소 규모의 GPO가 약 600여개 존재한다면서 2016년 당시 미국 병원 5,000여 개소(2022년 현재 총 6,093개) 중 96~98%가 일부 서비스를 위해 GPO를 이용하고 평균적으로 2~4개의 GPO와 거래를 하고 있고 이 중 일부는 병원이 직접 GPO를 소유하거나 우리나라처럼 지분으로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다양한 연구보고서와 설문조사 결과 공급자와 환자, 납세자를 위한 비용 절감이 실현됐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미국 전체 병원의 구매담당 임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Burns & Yovovich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가 비용 절감, 86%가 행정비용 절약 및 개선, 84%는 계약 표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가져왔다”면서 “결과적으로 GPO가 병원 행정 부담 감소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또, 28개 Hospital System에 속한 429개 병원의 구매 담당자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Schneller(2009)의 연구에서도 GPO를 이용할 경우 구매 비용 절감과 노동력 투입 감소를 통해 구매 비용의 18.7%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개별 거래 시 GPO 서비스 대체를 위한 노동력 115% 추가 소요, 또는 정규인력 9명 이상 고용에 상응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병원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GPO가 직접 구매 대비 병원의 비용을 10~18% 절감하게 해준 것으로 보고됐으며 특히 시골지역과 소규모 병원에 크게 도움인 된 것으로 보고돼 병원 비용 절감에 기여한 것은 확실히 맞다고 평가했다.

배 교수는 “GPO 마진과 보건의료 수요의 탄력성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미국 헬스케어 분야의 조달시장은 매우 경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의 전국 단위 GPO 5개가 22~25개 공급업체 간 경쟁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돼 효율적으로 거래비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Vendor Funding 방식(공급업체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 Provider Funding 방식(병원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에 비해 더 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며 “다만, 공급한 제품의 질에 대한 고려가 없어 현재 재원조달 방식의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책 개선방안으로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 관련 법령 제정 및 자격 요건 강화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조사 정례화 및 사후 관리 강화 △건강보험 의료기기 유통관리체계 및 마진율 적정화 검토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를 제안했다.

법령 정비 및 자격 요건 강화와 관련해 배 교수는 “이미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의료기관 개설자, 임원, 직원 및 특수관계인의 도매상 개설 금지 또는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다만 직접적인 규제는 행정비용은 물론 또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독점 계약권 금지 역시 경쟁입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의료기기 업체가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 2개 이상의 GPO를 이용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수가 포괄화 및 가치(성과) 기반 지불제도로의 이행으로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배 교수는 “현재 의료기기 유통질서 문제는 법적 규제 강화 또는 인센티브 도입, 구입비용과 상한금액 간 차액 공유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행위별 수가제를 저가 구입 인센티브 및 품질 기반 위험(이익) 공유 제도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미국의 Medicare Shared Savings Program과 같은 비용 절감액 공유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병원과 GPO, 의료기기업계 모두가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재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발표한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은 의료기관 개설 재단이 직접 또는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업체로 소속의료기관에 한정하여 거래하는 재단직영도매 간납사가 치료재료의 유통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규 자문위원은 “의료기관의 구매업무를 대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의료기관이 아닌 치료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취득하는 게 문제로 치료재료공급가격 할인을 통해 이윤 취득, 창고이용료 및 정보이용료 등을 부과한다”면서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가납이다”고 꼬집었다.

임 위원은 “의료기관에 납품 후 손실된 부분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납품 후 의료기관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공급업체에 전가한다”면서 “의료기관에 납품된 치료재료에 대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관리 소홀로 인해 최종 소비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치료재료는 유통과정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동일한 급여제도를 적용받아 사용 후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 즉, 급여기준 및 상한가를 설정하고 실거래가 상환제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상한가는 정했지만 실제 거래금액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에서 의약품과 치료재료를 규정하고 있는데 두 법이 상이하다”며 “의약품은 도매업 허가를 받아야 판매업소를 설립할 수 있는데 반해 치료재료는 판매업 신고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위원은 “재화를 거래하는 데 관리비용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의약품은 약국관리료, 의약품 관리료를 보험급여로 제공한다. 그런데 치료재료는 관리료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의약품은 심평원장에게 보고하지만 치료재료는 식약처에 보고하는 구조다.

이에 임 위원은 가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으로 치료재 관리료를 신설하고 보험급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약국과 의료기관은 의약품 구입 및 재고관리 등에 관한 비용을 약국관리료와 의약품관리료로 급여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의료기관이 구입하는 치료재료에 대해 실거래가격의 5%에 해당하는 치료재료 관리료를 신설하고 보험급여로 인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또한 의료기관에 치료재료 공급시 도매업 허가제도 신설을 요구했다.

임 위원은 “약국과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자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도매업허가를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에 치료재료를 공급하고자 하는 자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도매업허가를 얻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급내역 보고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일원화하고 유통관리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자고 제안했다.

임 위원은 “의약품은 도매업소가 의료기관별로 공급한 내역을 심평원에 신고하고 있고 심평원은 도매업소가 해당 의료기관에 입고한 분량과 보험청구한 분량을 비교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개수만큼은 완벽하게 관리가 가능할 것이고 적어도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되는 치료재료 한해서는 심평원에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임 위원은 “의료기기법상 치료재료는 유통과정에 관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업무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치료재료도 제조과정은 식약처가 유통과정은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고 이를 종합병원, 병원, 의료기관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병원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수익을 보전하고 비용관리 때문에 이상한 모양의 간납사가 생기게 됐다”면서 “만일 간납사를 다 없애게 된다면 안 그래도 규모가 작은 병원과 의원들은 무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으로의 효율적 구매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정책이사는 “상급종합병원만 먼저 목표로 해서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고 그 뒤를 이어 종합병원, 전문병원, 병원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며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건전하지 않은 간납사를 가진 병원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주고 그렇지 않은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는 간납사에 대해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면서 근본적인 접근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선이 돼야 하나 그 부분만 개선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만큼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태길 과장은 “실거래가 상환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있다면 보험급여과 등과의 논의도 필요하다”며 “친인척과 같은 특수관계인의 문제보다는 구조적이고 기본적으로 큰 제도의 틀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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