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부가 병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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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부가 병원의 미래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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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9)
간호 고유 직무 집중할 여건 마련하고 전문성 높여야
채용, 업무 떠나 근로 조건 관련 문제 개선해야 효과

■ 병원 인력의 절반이 간호부

대학병원이냐 중소병원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간호사는 병원인력의 약 35%에서 60%를 차지한다. 수적으로도 많을 뿐 아니라 환자와의 최접점에 있어 환자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병원과 달리 전공의가 없는 중소병원은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간호부장은 물론 병동 수간호사 한 명이 바뀌면 병원이나 병동의 분위기나 성과에 막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수시로 목격하게 된다. 진료시스템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교육을 잘 받은 간호사들은 이를 커버하기도 한다. 간호사의 1인당 생산성을 10%만 올릴 수 있다면 환자만족도나 이익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간호부의 인력 비중이나 역할을 생각할 때 당연히 부원장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많은 대학병원이 간호부의 장을 간호부장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간호부원장으로 승격시킨 지 오래된 대학병원도 적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은 간호부원장, 서울대학교병원은 간호본부장의 직제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상위 20위 병원의 병원장 중 비의사 출신이 60%(12명)인데 그중 2명은 간호부 출신이다. 간호부를 효과적으로 통솔하고, 그 과정에서 병원경영에 참여하면서 병원장으로서의 역량을 쌓은 결과이다.

■ 문제를 이해해야 답이 보인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에서 진단을 위한 자유 설문에는 다른 직종들이 간호직에게 많은 요구와 비판의 목소리를 표출한다. 주로 전문성과 태도에 대한 것들이다. “바늘 하나 제대로 못 꽂는 간호사가 많습니다. 역량이 부족하여 환자를 상대로 실습을 하는 지경입니다. 자기 병원을 험담하는 게 자기를 험담하는 건지 모릅니다. 환자가 급한데도 자기 일부터 하는 모습이 실망스럽습니다.” 숫자가 많다 보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단히 훌륭한 간호사도 많다.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병원을 걱정하고, 환자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안달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교육하는 간호사도 적지 않다. 주인의식과 열정을 갖추어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다.

그런데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묵묵히 일했던 과거의 간호사를 예로 들며 젊은 간호사를 설득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꼰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최근 젊은 간호사들의 행동패턴을 받아들이고, 간호사의 교육 환경과 근무 여건을 고려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설문 중 간호직의 이직 고려 비율은 평균 65%에 이른다. 이는 타 직종이 20%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직률이 높고 이제는 간호사의 역량을 따지기 전에 간호사 수급 자체가 어렵다. 대형병원들의 증설, 분원의 신설 등으로 인해 간호사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게다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시행으로 간호사 부족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그 결과 중소병원들은 간호사의 수급난에 처해있고, 간호사가 없어서 병동을 폐쇄하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런 정책적인 영향 이외에도 관리체계가 미흡했기 때문에 중소병원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호사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강도가 높은 직무도 많다. 간호직 전체의 이직률이 높지만, 입원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등 3교대를 하는 부서에서 더욱 높다. 중소병원은 이 부서에 대한 간호사 수급이 더욱 부족하여 2교대로 근무하는 등 업무가 더욱 과중하여 기피하게 된다. 업무강도에 비해 급여 등 정당한 처우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은 누적되고 이직으로 연결된다.

■ 신규채용보다 이직방지가 우선이다

C종합병원은 낮은 급여수준과 열악한 시설 등으로 인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탈했다. 간호사를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었다. 그러자 간호사들은 일단 나가서 퇴직금을 받고 다시 들어오자는 말이 나돌 지경이었다. 병원이 망하면 퇴직금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긴급하게 뽑는 신입 간호사들의 급여가 기존 간호사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역전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주 바뀌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손발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의사는 간호사가 교육이 안 되었다고 비난하고, 간호사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일을 자신들에게 미루고 그게 맘에 들지 않으면 핀잔을 준다는 불만이 쌓였다. 일반 간호사는 물론 중환자실과 병동의 이직이 급격히 늘어나 간호사 부족으로 일부 병동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연합)
(사진=연합)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존 간호사들의 이직은 계속되고, 간호사 채용공고를 내어도 소용이 없다. 병원마다 급여 격차, 업무부담, 교육체계와 일하는 방식, 근무 시설, 기숙사와 같은 복지 등의 불만요소나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그 병원에 적합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비슷한 규모의 병원들에 대한 급여 수준과 비교하여 격차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금액을 산정하였다. 그리고 그 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급여조정과 수당을 재정비하였다. 이를 위해 간호부 전체를 대상으로 부서별 업무난이도와 업무강도에 대한 직무조사를 통해 힘든 부서와 상대적으로 덜 힘든 부서의 차이를 객관화하였다. 간호사들이 스스로 응답하였기에 분석 결과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수당 등 처우 수준을 부서별로 차등화한 결과 불만과 이직이 줄어들었다.

■ 근무여건 패키지를 점검하라

기존 간호사의 근무조건과 처우를 정비하는 것이 신규채용을 위한 가장 큰 준비이다. 그래야 직원과 가족에 대한 진료비 할인, 기숙사 등 크고 작은 혜택과 청년 직장인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 등 채용되면 받게 되는 모든 항목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호사 채용 사이트들에 올라온 공고들은 병원의 장점이나 구직 간호사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L종합병원은 간호사 신규채용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서 연중 간호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다. 이에 간호사의 전반적인 근무여건과 처우를 검토하여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직원과 가족을 위한 진료비 할인과 종합검진 제공, 학비 지원, 기숙사나 원룸 월세 지원, 식사 제공 등 기존의 수많은 혜택을 정리하고 타 병원과 차이가 나는 혜택을 추가하였다.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채용공고 포스터를 온-오프라인용으로 제작하여 채용 사이트에 개재한 것은 물론, 전국 2백여 개 간호대학에 모두 보내었다. 기존 간호사들도 원내에도 부착된 것을 보고 혜택들을 재인식하게 되어 근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후배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그 결과 간호사 입사경쟁률이 8:1에 이르렀고, 합격 대기자를 포함하여 두 배수를 뽑을 수 있었다. 채용도 탁월한 성과를 내었고, 이로 인해 간호사들의 만족도와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현저히 개선되었다. 채용은 직접 연관된 업무를 넘어 근로여건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력 수급이 이루어지면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신입 간호사 교육이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현장의 듀티를 메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교육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량의 발전, 근무만족도, 병원 충성도에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신입 간호사 교육이다. 간호부는 교육체계를 정비하거나 외부 전문교육기관을 활용해서라도 신입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

■ 간호사의 부가가치를 높이자

간호업무를 들여다보면 개선의 여지가 많다. 전자카덱스 등 정보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간호사들이 EMR 외에 수기 대장들을 중복으로 작성하고 관리한다. 세탁물 관리, 식판 수거 등 타 직종이나 부서에서 할 수 있는 업무들도 많다. 정보화를 통해 의사와 함께하는 일의 부담을 줄이고, 타 부서와 업무분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조정하고, 이송이나 채혈은 전담팀을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는 간호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경영의 효율성과 함께 환자의 만족도 제고, 직업적인 자부심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간호사의 육성은 직접적인 진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병원의 미래를 위한 핵심 자산이 된다. 간호사는 의료와 관련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여러 직종이나 부서와의 협업 경험이 많다. 게다가 환자 접점에서 일했기에 병원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잘 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선도대학병원에서도 기획실이나 대외협력, 구매, 홍보, 콜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간호사 출신을 배치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직종과 관계없이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는 눈을 가진 경영자가 병원의 미래를 열 것이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직업적 소명이 주는 힘.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병원의 미래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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