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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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 윤종원
  • 승인 2004.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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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과 아카데미 영화제 단골 후보 줄리언 무어가 법정에서 만났다.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원제 Laws of Attraction)"의 주인공은 둘 다 잘 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 줄리언 무어가 연기하는 오드리 우즈는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치밀한 논리로 승소율 100%를 자랑하며, 피어스 브로스넌이 배역을 맡은 대니얼 래퍼티는 풍부한 경험에 토대를 둔 예리한 직관으로 불패 신화를 쌓아왔다.

첫 대결은 오드리의 어이없는 완패로 끝난다. 대니얼의 후줄근한 옷차림을 보고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고 안심하다가 의뢰인의 정신병력을 모르고 지나쳐 보기좋게 한방 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워밍업을 위한 오픈 게임. 아일랜드 고성(古城)이 위자료로 걸려있는 록 스타 손 제미슨(마이클 신)과 패션 디자이너 세레나(파커 포지) 부부의 이혼 소송을 두고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친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던 둘은 아일랜드 고성으로 현지 답사를 갔다가 만나 마을의 전통축제를 함께 즐기며 가까워진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술에 잔뜩 취해 정신을 잃은 뒤 아침에 깨보니 둘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게다가 손가락에 같은 반지가 하나씩 끼워져 있다.

둘은 엉겁결에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감추기로 하고 뉴욕으로 돌아가 이혼소송 변론을 계속한다. 이제는 법정에서의 승부보다는 사랑의 줄다리기 결과가 궁금해진다.

두 배우의 매력을 제쳐놓는다면 호감을 살 만한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 98년 "슬라이딩 도어즈"로 감각적인 재능을 과시한 피터 호위트 감독이 지난해 "미스터 빈"(로완 애킨슨)의 원맨쇼에 기댄 "쟈니 잉글리시"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도 주연 배우의 후광에 연출력이 빛을 잃은 듯한 작품으로 실망시켰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서로를 무시하며 티격태격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고, 큰 고비를 만나 결별한 뒤 막판 반전으로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냉철하면서도 여성에게는 부드러운 태도를 잃지 않는 로맨스 가이 피어스 브로스넌이 능글맞은 스타일로 변신하고,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의 줄리언 무어가 윤똑똑이로 등장해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두 배우의 예전 이미지를 좋아했던 팬에게는 아쉬움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국내 개봉은 12일.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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