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합리성과 수용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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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합리성과 수용성 높여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4.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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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운영 실태 모니터링과 함께 차별적 조건 완화해 수용성 제고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향 담은 ‘이슈와 논점’ 발간

외국인 건강보험보제도에 대한 일련의 정책변화로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차별성이 높아지고 수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제도에 대한 운영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차별적 조건을 완화해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4월 20일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정보소식지 ‘이슈와 논점’을 발간했다.

그동안 외국인(외국국적동포, 재외국민 포함)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제도는 여러 차례 제도개편이 추진돼 왔다. 그 배경에는 일부 외국인들이 건보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진료목적으로 입국해 단기간 치료를 받고 출국하는 등 역선택 문제로 내국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재정 누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수년 간 ‘국민건강보험법’과 하위법령,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해, 재정건전성 확보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조건 및 보험료부과 등 관리체계가 강화된 결과로 제도의 수용성은 낮아지고 내국인과의 차별성이 높아진 점은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 및 자격, 부과 및 징수 등 관리체계가 강화되면서 제도의 수용성은 낮아지고 차별성은 높아졌다”면서 “외국인의 제도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건강보험의 합리적 개선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기준과 관련해 주요 변경내용을 보면,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기 전 체류해야 하는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고 임의로 가입했던 방식을 당연가입으로 의무화했다. 당연가입제의 배경에는 거주기간을 6개월로 연장했음에도 여전히 의료 이용 수요가 높은 외국인 등만 임의가입하는 등 역선택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끼쳐 내국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지속된 데 따른 추가 대응책이다.

보험료 부과기준은 지역가입자 세대합가 인정범위를 과거에는 내국인에 준해 폭넓게 적용했었지만 개별 외국인을 원칙상 하나의 세대로 간주해 산정하되 동일세대원으로 구성하려면 세대주 신청 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했다. 세대합가 인원 축소에 대해 공단은 외국인의 경우 법무부에 개인별로 등록한 거소지로 관리하므로 내국인과 같은 세대단위 관리가 곤란하고, ‘외국인 부정수급 실태점검(2018.2.1.~3.9.)’ 결과 실제 생계를 함께 하지 않음에도 보험료 부담 회피를 위한 위장전입, 세대합가 후 주소 이전 등 행위가 만연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직계존속 등 가족 단위로 실제 생계와 거주를 함께 하고 있음에도 여러 개의 평균 보험료 고지서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여 저소득층일수록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2019년부터는 영주(F-5)와 결혼이민(F-6) 등의 체류자격을 제외한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에 따라 산정한 보험료가 전년도 건강보험가입자 전체의 평균보험료에 미치지 못하면 평균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즉, 평균보험료 또는 그 이상을 부과 받는 것이다. 이러한 일률적인 부과방식은 소득 등이 없거나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는 적정 보험료를 부과할 수 없어 평균보험료를 부과하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 월 평균보험료는 2017년 93,390원에서 2022년 124,770원(2021년도분 기부과액 평균)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평균보험료 부과는 외국인의 소득·재산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가입자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나, 산정방식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수용성이 떨어지고, 내국인 등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부과액(2021년 97,221원)보다 많아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세대원 범위 축소와도 결부돼 저소득층 외국인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입법조사관은 “현행 제도 중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소득 및 재산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고 있는데, 부과 산정의 대상을 전체 직장가입자까지 포함하여 확대 산출하고 있다”며 “세대합가 인정범위를 제한하는 등 불이익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헙료 체납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이 선납보험료 체납(50만원 이상) 시 그 체납정보를 법무부에 제공하여 체류연장심사에 활용하고,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는 보험급여가 중단되도록 했다.

이는 외국인 특성상 체납금을 완납하지도 않고 보험급여만을 받은 채 출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강력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권인 건강권 보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내국인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체납 시 그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분할 납부를 통해 1회 이상 내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문 입법조사관은 “특히 체납보험료를 완납하기 전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체납횟수 6회 미만이거나 분할납부 1회 이상이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내국인 가입자에 비해 차별적이고, 건강권 보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피부양자의 자격취득요건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서는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 및 재산 요건을 갖추면 ‘피부양자’가 된다. 피부양자는 보험료 납부 없이 급여 혜택을 받는데,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와 같은 거주기간(6개월)이나 체류자격의 조건이 없다. 이로 인해,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가족이 국내에 체류하지 않고 주로 외국(본국)에 살다 국내 입국해 치료·수술 등 건보 혜택을 받고 출국하는 사례들이 발생, 재정누수의 원인이 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피부양자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지역가입자처럼 국내 입국 후 6개월 이상을 거주하도록 한다거나, 지역가입자에게 적용하는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른 체류자격을 피부양자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에서 밝히는 문제가 일부 사례이더라도 무임승차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등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주기간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역가입자와 동일한 6개월 거주기간은 두되, 직장가입자에 부양의존도가 높은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거주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 운영실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건을 완화해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성 및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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