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쉘 위 댄스?"
상태바
<새영화> "쉘 위 댄스?"
  • 윤종원
  • 승인 2004.11.04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쉘 위 댄스?"는 리메이크 영화의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웬만해서는 원작의 매력을 뛰어넘기 힘든 것이 리메이크 영화의 태생적 약점. 그렇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철저한 현지
화(때에 따라서는 현대화)가 아닐런지.

때마침 미국에서 "스캔들"이 호평을 얻어 비교가 된다. 할리우드 영화 "위험한 관계"와 같은, 프랑스 작가 라클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때문에 "스캔들"은 출발부터 끊임없이 "위험한 관계"와 비교를 당했는데, 다행히 결과는 "스캔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외국 관객의 눈에 "스캔들"의 가장 큰 매력은 18세기 조선을 무대로 한, 현지화에 성공한 점이다.

"쉘 위 댄스?"는 1996년 일본 영화 "단스오 시마쇼우까"(영어명은 쉘 위 댄스)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미 검증 받은 시나리오에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라는 인기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니 대단히 매력적인 조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지화에 삐거덕거린다. 마치 얌전한 모범생처럼 원작을 부지런히 쫓아가는데만 신경을 썼다. 그 때문에 영화는 할리우드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점프하고 싶은 것을 참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격이라고나 할까.

일본 영화에서야 심심하고 정갈한 맛이 미덕이지만, 그것이 할리우드화될 때는 분명 어느 정도의 변신은 따라야 하는 법. 나이는 들었지만 리처드 기어가 소심한 가장의 모습에 머무는 것이나, 에너지 넘치는 제니퍼 로페즈의 다소곳한 모습이 여운 대신 갈증을 전해주는 것.

뉴욕에서 20년 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부러울 것 없는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클라크. 그러나 삶은 무료하다. 부자들의 유언장을 써주는 일도 이제는 기계적이다. 또 집에 가면 모두가 바쁘다. 아내와 영화 한번 보러 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그가 퇴근 길에 전철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던 볼룸댄스 학원을 용기 내어 찾는다. 그의 생활은 춤과 함께 달라진다. 물론 단순히 춤 때문만은 아니다. 젊고 아름다운 댄스 교사 폴리나의 존재 자체가 설레게 한다.

일본 원작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연 다케나카 나오토의 역할은 스탠리 투치가 맡았다. "터미널" 등에서 깐깐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연기했던 그는 이 영화에서 다케나카 만큼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망가졌다. 입을 짝짝 벌리고 인상을 팍팍 쓰면서, 또 괴상한 가발을 뒤집어 쓴 채 열심히 춤을 췄다.

춤은 등장인물들을 모두 즐겁게 만든다. 초보자들의 열정이 폴리나의 닫힌 마음을 열게하고, 술에 의지하던 원장 미찌도 "건전"하게 만든다. 또한 남편이 바람 난 줄 알고 긴장했던 비벌리도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된다.

춤을 배우는 사실을 숨겨온 클라크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더 바랄 게 없는데 더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비벌리에게 고백한다.

"쉘 위 댄스?"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메마른 인생에 용기내어 기름질을 쳐보자고 조용히 이끄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자체에 좀 더 기름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