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명의(名醫)의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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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명의(名醫)의 가능성은 있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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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4)
성과급 제도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의료진 의견 미반영
평범한 의사도 동기부여 잘 활용하면 명의가 될 수 있어

■ 숲이 없으면 호랑이는 오지 않는다

이미 의사를 구하지 못해 병상을 놀리고 있는 중소병원이 적지 않다. 심지어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분원도 의료진이 없어 정상적인 진료를 하기 어려운 곳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의사의 수급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향후 4년 내에 수도권에 대학병원의 분원이나 대형병원이 4,000병상 이상이 생겨나 최소 2,000명의 의사들을 필요할 것이다. 이들은 지방의 의료진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지방의 의료를 더욱 심각한 지경으로 만들 것이다.

지방의 중소병원이 의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그 병원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상당 수의 중소병원은 의사의 실력과 인품을 가려서 받을 여유조차 없다. 의사 수는 정해져 있는데, 병원의 수도 늘어나고 병원 당 의사수도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사를 급히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병원이 많다. 그런 병원의 공통점이 있다. 의사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 소문난 악동 의사가 있다, 이사장이나 병원장의 평판이 좋지 않다, 병원이 지저분하다, 병원 분위기가 나쁘다.

이미 의사의 이직시장은 과도할 정도로 투명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급여수준은 물론 병원의 분위기까지 별의별 소문까지 공유되고 있다. 그래서 소개를 해도 다른 정보를 듣고 가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진료실적이 좋은 의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몇 달도 되지 않아 그 병원과 자신은 맞지 않다면 사표를 내었다. 누구와의 인연이 있다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을 참지 않는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을 들어가는 것보다 호랑이들이 찾아올 숲을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 자신의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먼저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의료진에게 선호되는 처우방안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 성과급은 있으나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

A병원은 30명 정도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는 지방에 위치한 종합병원이다. 의료진의 일부는 10년 이상 장기근속하였고, 대부분은 대학병원에서 막 전임의를 마치고 입사한 젊은 의사들이다. 협력경영을 시작하기 전에 외과계는 본인 급여의 10배, 내과계는 8배의 수익을 초과하는 금액의 일정비율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각 진료과 의료진들은 10배, 8배라는 급여배수 기준에 동의하지 않았고, 실제로 성과급을 수령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자신의 실적과 성과급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었다.

내과계는 일주일의 세션 수가 7개에서 11개로 의사 간 편차가 많았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장기근속에 따른 예우가 전혀 없는 점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 설계시 지켜야 할 요건들

A병원이 의료진의 동기부여제도를 설계할 때 여러 가지 성공 요건이 있지만 5가지에 집중했다.

첫째,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했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A병원은 신초진환자가 고질적으로 적고 병상가동률이 떨어지고 의료진간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와 연계된 지표인 신초진환자수, 실입원환자수, 행위진료수익, 원내외래협진 등의 지표로 설정했다.

둘째, 동급병원의 동일 진료과와 비교했다. 목표를 설정할 때 내과계, 외과계로 하지 않고, A병원과 유사한 경영환경, 병상규모와 전문의수를 가진 병원의 동일과 전문의들의 평균실적을 기준으로 했다. 행위진료수익 등은 평균실적을 초과했을 때 일정비율 또는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원내외래협진과 같은 지표는 건당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셋째, 세션ㆍ휴가일수 등 처우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세션 수가 11개인 의사는 세션 수를 10개로 줄이고, 세션 수가 적은 의사는 세션을 늘리면서 휴가일수를 늘렸다. 외래진료시작과 마감시간 준수, 회진 준수, 동료와 환자에 대한 자세, 원내 회의 참석율 등 의료진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주어야 할 10계명을 의료진과 협의하여 확정했다. 이를 준수한 의료진에게는 차년도 진료기여수당의 지표별 성과보상률에 일정비율을 가산하게 했다.

넷째, 장기근속자에 대한 예우방안을 마련했다. 잦은 이직은 수익성과 진료의 안정성 악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일반적으로 장기근속한 의사의 진료실적이 높다. 그래서 우수의료진의 장기근속을 권장해야 한다. 장기 근속한 의료진들에게는 휴가일수를 추가하고, 학회참여 경비를 지원하며, 10년 이상 된 의료진은 1달간 안식월을 사용할 수 있는 예우를 적용했다. 우수 의료진은 장기계약을 하고, 경영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였다.

다섯째, 협진이 활성화되는 여건을 조성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지원진료과(협진과) 의료진의 보상은 임상과의 실적과 연동했다. 즉 임상과 의료진이 행위진료수익의 초과실적으로 받는 보상액의 평균금액을 협진과 의료진이 수령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수술건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컨퍼런스가 활성화되었다. 경영진은 협진과의 성과급 구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중소병원도 그렇지만, 특히 대학병원은 협진과와 임상과의 협조 정도에 따라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의료진의 수용도가 성과급의 성패를 좌우

많은 병원에서 성과급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다. 병원의 문제와 괴리된 지표를 설정했다, 지표가 너무 많거나 진료수익에만 치중되었다, 진료과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목표가 너무 높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실수는 설계와 운영과정에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데 있다. 의료진이 흔쾌히 수용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 성과급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병원은 설문과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타병원 사례, 설계의 논리 등을 담은 논의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개별 의료진과 면담하여 타당한 의견은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A병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1년 후 병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극소수만 받았던 진료기여수당을 금액의 차등은 있으나 전원이 받게 되었고, 시행 초기에는 1인당 평균 60만원 정도였으나 200만원까지 증가했다. 외래세션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의료진간 형평성도 갖추게 되었고, 전체적인 세션도 늘었지만 휴가일수도 늘어나 의료진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그 결과 전문의 1인당 수익은 제도 도입 초 1.5억 원에서 1.75억 원으로 1년 만에 116% 상승했고, 수술건수도 전년대비 1.7배가 늘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더 친절해졌고, 동료 간에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으며, 월 2회 병원 정책을 논하는 진료과장 회의 참석율도 연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와는 달리 진료과장들이 동기와 지인 전문의를 병원에 초빙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 우리 병원도 명의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저평가하는 경영진이 적지 않다. 그것은 병원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삼성그룹에서 컨설팅을 할 때 모 부회장님께서 내부에는 일할 만한 사람이 없다며 “좋은 사람 좀 찾아달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했으니까.

하지만 명의를 밖에서만 찾지 말자. 병원 내부에도 명의의 잠재력을 가진 의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의사는 오랜기간의 수련을 거치면서 기본기는 갖추고 있기에 마음가짐과 자세에 따라 명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환자들이 원하는 명의는 어떤 의사일까?

세계적인 논문을 쓰고, 미국의 선도대학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새로운 치료기술을 발명한 의사만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자신의 몸처럼 느끼고, 그들의 걱정을 내 걱정으로 끌어안고 꼼꼼히 살펴보고, 화사한 얼굴로 자세히 설명해주는 의사를 원한다. 여기에 최신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의사라면 금상첨화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하위 20%의 의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명의가 될 수 있다.

어떤 명의처럼 모든 환자에게 손편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말을 하고, 잘 웃어주고, 인사를 잘 하고, 환자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어도 절반은 된 것이다. 또 절반은 환자와의 약속인 진료시간, 회진시간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것만 된다면 병원의 2가지 역할이 남아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말한 의료진 동기부여제도이다.

동기부여 제도를 마치 의사들에게 부당한 돈벌이를 강요하는 것처럼 여기는 분도 있다. 환자를 속여서라도 진료수익만 높이면 된다는 식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잘못된 성과급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모든 성과급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설계된 성과급은 환자들에게 더 잘하고 진료를 더 충실히 하는 사람, 즉 명의이거나 명의가 되고자 노력하는 의사를 우대하는 제도다.

만약 병원발전에 더 기여한 의사를 다른 사람과 똑 같이 대우한다면, 그는 신이 나지 않아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다른 병원으로 떠날 것이다. 효과적인 성과급 제도는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평범한 의사를 명의로 거듭나게 한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만족은 또다른 환자를 부른다.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밝아야 병원도 밝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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