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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아우성…산부인과의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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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아우성…산부인과의 냉혹한 ‘현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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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직전 위기의 산부인과 특집③…현장에서 듣는 산부인과의 몰락
분만 포기하는 곳 속출…당직 전문의 구하기 힘들어 야간 공백 우려
정부 정책 대다수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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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시대를 외면하는 비합리적인 초극저수가 등으로 인해 아사(餓死) 직전에 놓인 산부인과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된 산부인과의 위기를 모두가 외면했다는 데 있다. 수년 전부터 의료계는 산부인과의 위기를 외쳤지만, 해가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다. 이 같은 무관심과 무책임은 향후 산부인과라는 한 진료과목의 몰락을 떠나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 자명하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를 구해 낼 방법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아사 직전 위기의 산부인과>
①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
② 산부인과 살리는 길?…‘파격’ 넘는 방안 필요
③ 곳곳에서 아우성…현장에서 듣는 산부인과의 냉혹한 ‘현실’

위기라는 단어는 실제 현장에 있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체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당사자를 넘어 다수가 위기를 감지해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할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위기를 외면하고 내버려 둔다면 다양한 파장으로 연결돼 더 큰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더 늦기 전에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최소한의 방안을 마련해야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산부인과의 현재 모습이 이와 딱 들어맞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산부인과의 위기는 비단 하나의 진료과목 위기를 넘어 의료계 전체, 나아가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고 산부인과를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는 꾸준히 줄고 있으며, 산부인과 병·의원은 경영난에 문을 닫고 있다.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체감하는 것은 현장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아사 직전 위기의 산부인과가 놓인 냉혹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분만 포기하는 의사들 속출…간호사 인력난까지 첩첩산중

수십 년간 분만실을 지킨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100% 책임제 등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만 담당 의사들이 혹여나 있을 사고에 불안감을 느끼는 데다가 비합리적인 의료제도로 분만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부인과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일부 임원들조차 분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과 박혜성 수석부회장이 분만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재유 회장은 경기도 안성시에서 마지막까지 분만실을 지켰지만, 지난해 문을 닫았고 25년 동안 분만실을 운영한 박혜성 부회장도 고심 끝에 최근 분만 진료를 그만뒀다.

김 회장은 “분만 진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 돼버리는 등 산부인과 의사 사회의 현실이 이상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끼리 만나면 ‘아직도 분만을 하느냐’고 묻는 일이 흔해졌고, 질문한 의사가 아닌 분만하는 의사가 멋쩍어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고 토로한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분만을 그만두면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스갯소리로 축하를 받는 지경”이라며 “이처럼 분만 진료가 계속 없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소송에 자주 휘말리게 된 것도 분만실을 닫게 만든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박 부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실상 소송 위험 때문”이라며 “분만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분만 진료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도 “잘못이 있으면 배상하는 것이 맞지만 사소한 문제로 소송에 걸리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산부인과 특성상 산모와 신생아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호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분만실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구하기 힘든 것도 분만 진료를 포기하고 싶게끔 만드는 요소로 지목됐다.

비현실적인 인력 규정이 발목을 잡아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이성윤 라마즈산부인과 원장은 “분만실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인력인데, 근무할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해 3교대를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2교대를 해야만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채용 규정만 따지고 있는데 지방 병·의원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호소했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전 회장은 산부인과 진료 중 특히 분만은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분만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동석 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0여 시군구는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취약지에는 산부인과 기본 진료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여성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역에 있는 국공립의료원 등은 의무적으로 산부인과가 필수로 지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전국 어디에나 있는 소방서와 경찰서처럼 분만병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하자고 제언한 김 전 회장이다.

그는 “전국 시군구 읍면 시골 어디에나 소방서와 경찰서는 있다”며 “분만병원도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해 국가가 산부인과에 충분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4시간 대기 당연한 과인데 24시간 대기 가장 힘든 과
전문의 당직비 정부 지원 필요…전공의 외면하는 과 전락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추상적인 정책이 아닌 현실적이면서 구체적인 정책이다.

오상윤 대한분만병원협회 총무는 “코로나19 사태 때의 양성 산모 분만대란만 봐도 정부의 정책은 항상 추상적이고 세밀하지 못하다”며 “분만 병·의원이 1년에 15~20개씩 없어지고 있는데, 협회가 추산하길 5~10년 후에 분만 인프라는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약 25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 A 병원장은 심각한 경영난에 하루에도 수차례 폐업을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병원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인증의료기관, 전문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까지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누구보다 산모와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진료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갈수록 심화하는 인력난, 분만 건수 감소, 답답한 정부 정책 등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A 병원장은 “인증의료기관, 전문병원 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며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까다로운 인증 기준, 병원 규모와 지역별로 달라지는 일방통행식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규정, 과도한 행정 업무 등 때문에 유지가 어려워 조만간 다 포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마치 칼자루를 쥔 듯 따라오기 힘들면 포기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A 병원장이다.

A 병원장은 “요즘은 오히려 여러 사정 때문에 인증 평가, 전문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을 도입하지 못했던 산부인과 병원장들에게 ‘그때 안 하길 너무 잘했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며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가 권고해 국내까지 유행했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aby Friendly Hospital Initiative, BFI)’ 타이틀도 유명무실한 정책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설명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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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또 다른 산부인과병원 B 병원장은 현실적이지 못한 입원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외쳤다.

현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신생아를 24시간 케어하는 신생아실 입원료는 최저임금을 고려해도 부족한 수준인 1일 약 3만8,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산모의 요구로 산모가 신생아를 케어하는 모자동실 입원료의 경우 이보다 1만원가량 더 비싼 약 4만8,000원이다.

이에 많은 병원들이 1만원이라도 더 비싼 모자동실료를 청구하고 있지만, 12시간 이상 모자동실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입원료를 환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B 병원장은 “당장 산모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맘 카페만 가도 모자동실 12시간을 하라고 한 것에 황당하다는 글이 많다”며 “아무리 정부 정책이라고 설명해도 산모는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애당초 제왕절개 한 산모에게 신생아와 12시간 동안 같이 있으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의 인력, 특히 당직 의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점이다.

B 병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산부인과는 특성상 24시간 대기가 당연한 과인데, 현재는 24시간 대기가 가장 힘든 과로 전락했다.

B 병원장은 “요새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산부인과 당직 근무를 하려는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며 “그나마 우리 병원은 주변의 다른 병원보다 규모가 있는 병원인데도 불구하고 인력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 당직 분만실은 응급실과 똑같은 개념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급변한 인구 구조에 정부 정책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산부인과 전문의 당직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한 달 550건 이상의 분만을 담당하던 지방의 한 산부인과 병원 C 이사장은 현재 150여 건도 턱걸이로 채우는 것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처럼 세상이 변했는데 정부 정책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게 C 이사장의 아쉬움.

C 이사장은 “산모 대부분은 다인실이 아닌 1인실을 선호하는데, 병실 비율 때문에 원하는 만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지금 출산율이 낮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이와 따로 놀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산부인과 병원에서만큼은 상급병실 비율을 유연하게 해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외면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산부인과 전공의들조차 제대로 수련을 받고 나오기 힘든 현실을 우려한 C 이사장이다.

C 이사장은 “애당초 오래전부터 산부인과를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들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인력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됐다”며 “그마저도 겨우 배출돼 현장에 투입되면 부인과 수술은커녕 분만도 해본 적 없는 경우가 흔해 심지어 월급은 월급대로 주면서 별도로 3~6개월 트레이닝을 다시 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만큼 산부인과 자체가 열악해지다 보니 제대로 된 수련을 받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이 요원하다”며 “차선책으로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산부인과 전문병원과 대학병원을 모자병원·교육수련기관 형태로 좀 더 수월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적은 수라도 질 높은 산부인과 의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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