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태바
“의료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3.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훈 원자력의학원장, 새정부 출범 앞두고 정책 제언
과잉 진료시스템·극심한 의료 불균형·인기과 편중 현상 지적
새 정부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의료제도 설계해야

박종훈 원자력의학원장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의료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의 근본부터 새롭게 들여다보고 미래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의료제도를 설계하자는 의미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보건의료정책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훈 원장<사진>은 3월 22일 발행된 ‘Hansun Brief’ 기고문에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가 안고 있는 과잉진료시스템과 극심한 의료 불균형 심화, 인기과로의 편중 현상 등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료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고문에서 박 원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 국민 보험제도를 바탕으로 의료 시스템을 이만큼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한편으로 그만큼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실제로 우리의 의료제도는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정 보완되어왔기 때문에 순수한 의료적인 견지에서 발전되어왔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현시점에서 볼 때 큰 틀에서는 완성도가 높아 보이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전후 관계가 잘 맞지 않는 모순들로 비효율적인 면을 많이 가진 제도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새 정권에서는 의료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 보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우선 통제가 불가능 해진 현재의 과잉진료 시스템이 국민의 표를 의식한 저수가 정책과 통제하지 않는 무한 의료이용을 정부가 유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의 급성기 환자를 위한 병상 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OECD 평균의 두세 배에 달하고 있고 환자들의 평균 입원 일수 또한 OECD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즉 OECD 국가 가운데 유독 별실이 많고 환자들의 입원 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인데 이는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 과잉된 면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공급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노인 무릎 인공관절 실적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은 우리의 과잉진료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과잉진료는 진료 현장에서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환자들의 지나친 의료 이용과 궤를 같이한다”며 “즉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과잉된 면이 있기에 적정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 표를 의식한 저수가 정책과 통제하지 않는 무한 의료이용을 정부가 유도한 탓이라며 싸게 마음껏 의료를 이용하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박 원장은 “이러다 보니 환자들의 의료 이용은 절제되기 어려웠고 지나치게 싸다 보니 의료인으로서는 과잉진료로서 만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과잉진료의 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급여성 진료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 이제는 어떠한 의료가 옳은 것인지 의료인들조차 헷갈리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재원의 한계로 인해 중증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비급여 시장은 무한대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모든 중증 질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의료의 불균형도 문제로 꼽았다.

박 원장은 “오사카나 시애틀에 사는 환자가 암 치료를 위해 도쿄나 뉴욕으로 가지는 않는데 우리는 부산, 대구, 광주 등 그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도 암이 의심된다는 말만 들으면 바로 서울행”이라면서 “의사나 간호사도 모두 서울로 오다보니 지방은 환자도 의료 인력도 없다”고 푸념했다.

박 원장은 그 원인을 규정은 있는데 있으나 마나한 진료전달체계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의료는 하단에 수많은 개원의가 있고 중간 허리인 준종합 또는 일반병원은 개미허리 정도로 있고 바로 거대한 상급종합병원 체계로 돼 있어 중증 질환을 진료한다는 전제하에 각종 혜택을 받은 상급종합병원들이 개원의들에서나 볼법한 경증 환자들을 보고 있으니 의료의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미 체질 개선을 하지 않고는 거의 괴물이 되어갈 수준의 대형병원들의 상황을 인정한다면 개원의들과 중소병원의 미래는 물론이고 대형병원들의 미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누구나 피부과 의사를 꿈꾼다’며 인기과로의 편중현상을 빗됐다.

여기서 말하는 피부과라는 것은 좁은 의미의 피부과라기보다 피부과가 의미하는 분야를 말한다. 의료사고가 적고, 수련 기간 당직도 없고 전문의 취득 후 삶의 질이 좋은 분야라는 것.

박 원장은 “24시간 늘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고, 의료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신경외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은 어쩌다 1~2명 가물에 콩 나듯 소신 있게 지원하는 인력이 전부고 대부분은 지원자가 없다”면서 “젊은 세대를 탓할 수 없는 것이 의료 시스템이 젊은 의사들에게 그렇게 선택하게끔 조성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힘든 분야를 뛰어들만한 아무런 장점이 없는 시스템 하에서 의과대학 교육이 미래의 의사과학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접은 지 오래며 이미 우려의 시기를 지나 심각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의료 시스템이 누구도 선뜻 그 길을 가기를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시각 변화가 있기 전에, 현재의 의과대학 체계에서는 의과학자 양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료는 국민의 삶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로 개선할 점이 무궁무진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우리식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서서히 달아오르는 가마솥 안에 있으면 익어가면서도 모른다고 했던가? 현재의 의료제도가 그런 형국이다”며 “새 정부에서는 의료를 근본부터 새롭게 들여다보고 미래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의료제도를 설계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