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선생님 가슴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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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선생님 가슴이 아파요”
  • 병원신문
  • 승인 2022.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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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코로나19 전담병동 간호사
가슴이 아픈, 마음이 아픈 환자와의 대화는 해프닝으로
코로나와의 공존, 우리의 생존과 의식은 준비됐는지 의문

선생님 가슴이 아파요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 투여 종료 후 마지막 바이탈사인(vital sign)을 측정하는데 환자가 나에게 가슴 통증(chest pain)을 호소했다.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chest pain? 갑자기? 왜지? 치료제 맞는 중간에 심전도 리듬 이상 없었는데, 환자 심장질환 있었나? 아닌데…과거력 없는 환자인데? 마지막 vital sign도 정상인데 치료제 다 맞고 갑자기 왜 Chest pain이 있는 거지?’ 등 혼자만의 무수한 질문과 대답을 하고 다시 환자에게 증상에 대해 질문을 했다.

“○○○님, 가슴 통증이 어떻게 있으신데요. 조이듯이 아프세요? 아니면 가슴이 막힌 듯이 답답하신 거예요? 숨이 차는 건 아닌가요? 주사 맞는 중간에도 아프셨어요?”

“아니요. 주사 맞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마 환자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요’ 세 글자가 의료진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글자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아직 코로나19 확진 치료제는 많은 임상자료가 없기 때문에 임상에서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사 맞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라는 문장이 주는 안도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부정적 답변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살짝 웃프기도 했지만 우선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고 환자를 안심시키며 다시 물었다.

“○○○님, 우선 혈압이랑 산소포화도는 다 정상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슴 통증이 어떻게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그 가슴 아픈 게 아니고,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있냐고요, 선생님. 저기 저 환자 좀 봐봐요.”

“네? 누구요?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나에게 chest pain을 호소하는 줄 알았던 환자가 가리킨 쪽을 보니 맞은편에 있는 다른 환자분이 핸드폰을 보면서 앉아계셨다.

“저분이 왜요?”

“글쎄 저분 아들이 지금 결혼식을 하고 있대요. 아들 결혼식에 가지도 못하고 핸드폰 영상으로 아들 결혼식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파요.”

“아~ 그 가슴 아프시다는 게 그 가슴 아픈 게 아니셨구나. 깜짝 놀랐잖아요.”

내용을 이해하고 보니 코로나19 확진 치료제를 맞은 환자분과 동년배인 맞은편 환자가 자녀분 결혼식에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본인 일처럼 가슴 아파하시면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거였다.

‘가슴이 아파요=chest pain’ 공식을 만든 나의 오해로 시작된 환자와의 대화는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코로나19 전담병동은 특별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다. 아들 결혼식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사했다가 확진 받은 분, 코로나19 백신 맞으려고 병원에 갔다가 확진자와 접촉해서 자택격리하다가 증상 발현돼 오신 분, 시장에 용돈벌이 하려고 대파 손질 아르바이트 갔다가 집담감염으로 확진돼 오신 분, 친구랑 밥을 먹었는데 그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가서 검사하고 확진돼 오신 분 등등.

나도 하고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는 본인들의 일상을 보내다가 확진 받아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했던 일상이 특별한 일상이 돼가고 있다.

2~3년 전 태어난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한 적이 없어졌고, 아이들은 학교를 격일로 가게 됐고, 명절에 가족이 모이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모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가족이 아파도 병문안을 못하게 됐고, 상을 당해도 지인들의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위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와 공존하겠다는 뜻이다. 코로나와 공존하면서 일상생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의식은 얼마나 위드 코로나인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정말 공존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확진자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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