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간호단독법 현황 살펴보니…간협 주장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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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간호단독법 현황 살펴보니…간협 주장 근거 부족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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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OECD 38개국 대상 간호단독법 유무 조사·연구
11개국으로 30% 불과…‘우리나라에만 없다’는 여론 호도 ‘어불성설’
단독 기관 개설 교두보 악용 우려…‘보건의료인력 관리 법률’ 제정해야

해외 간호사 단독법 현황을 살펴보니 간호사단체가 주장하는 소위 ‘우리나라에만 간호법이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8개국 중 간호사 관련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약 30%에 불과했으며, 일부 국가는 존재했다가 폐지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 의정연)는 1월 19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간호사단체가 세계 90개국에 간호사 단독법이 있거나, 제정 중이라는 주장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반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의정연은 이번 조사를 위해 각 국가의 국회 또는 정부 홈페이지에서 최신 법령을 확인했으며, Law·Act·Code 등의 형식을 갖춘 경우에 한해 간호사 단독법이 있다고 봤다.

즉, 간호사와 관련된 사항이 법의 일부 또는 하위법(Regulation, Order 등)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단독법이라고 분류하지 않은 것이다.
 

OECD 회원 38개국 중 27개국에 간호사 단독법 없어

의정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회원 38개국 중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라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등 11개국으로 3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독법이 없는 국가 중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탈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영국 등 13개 국가는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4개 국가(호주, 체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는 의료법과 분리된 별도의 보건전문직업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특히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에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으나,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됐는데 이는 국가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을 하나의 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 간의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 의정연이다.
 

해외 간호사 단독법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전혀 달라

나아가 의정연은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내용이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간호단독법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경우 공통적으로 면허관리기구(Council, College, Board 등)의 설치 및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불만 접수, 조사 및 징계 등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

다시 말해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제정 목적은 엄격한 면허관리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봉식 소장은 “이처럼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 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 국가에 간호단독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단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의료인 면허관리기구가 없는 우리나라는 직역별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 실익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 시도 가능성 다분

간호단독법이 제정될 경우 추후 미국의 ‘너싱홈(Nursing homes)’과 같은 간호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독립적 의료행위 구축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의정연의 우려 중 하나다.

미국의 너싱홈은 주로 회복기와 만성기 질환자의 치료와 요양을 겸한 시설로 보편화 돼 있으나, 최근 낮은 의료의 질로 인한 의료사고 및 입소자 학대·방치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미국의 너싱홈 불만 및 규정 위반은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봉식 소장은 “미국은 좁은 영토와 저수가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 및 일본의 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에 너싱홈을 도입했다”며 “만약 간호사를 위한 단독법이 제정되면, 기타 의료보조인력들도 각각 단독법을 제정하고 독립적인 의료행위를 주장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간호단독법은 향후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교두보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간호사 단독법이 아니라 ‘(가칭)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제안한 우 소장이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는 각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상위기구가 없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업무범위를 개별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일부 OECD 국가에서 제도화한 ‘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전문성이 담보된 보건의료인력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간호사 단독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인력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이 기관에서 업무범위, 근무환경, 처우개선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부언했다.
 

의협, 간협에 90개국 명단 제출 요청

한편, 세계 90개국에 간호단독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대한간호협회는 어떠한 형식과 내용으로도 아직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을 보유한 90개국의 명단을 간협에 요청한 상태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조무사협회, 간호협회 등이 간호법 이슈 관련 1차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간협에 90개국 명단을 2차 회의 때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최대한 우리나라와 의료환경이 비슷한 국가를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일단 OECD 38개국만 포함했다”며 “만약 간협이 90개국을 제출하면 해당 국가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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