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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실감하기 어려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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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실감하기 어려운 현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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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영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재활치료실 물리치료사
막연한 불안감은 현장 지침 따르며 안전 보장 확신으로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힘내

실감하기 어려운 현실

‘이게 진짜 현실인가?’

치료사인 제가 방호복 탈착을 위한 교육을 받고, 팀별로 동선을 짜며, 합숙 생활까지 배치받았지만, 그때까지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연일 TV 화면 속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수의 증감표, 전 세계 사망자 수, 난무하는 폭동들이 비춰지고 있었지만, 그건 TV 속 이야기이지 내게 닥친 현실이 맞나 실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방호복을 입고 보호고글에 땀이 차 시선이 흐려진 상태로 단체로 입원하는 코로나 환우들의 이송을 위해 대기하는 순간에서야 이게 정말 현실이구나 인지하게 됐습니다.

처음 코로나 지원업무 통보를 받고는 하필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 건지 속상하고, 심지어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감정들은 업무 중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실제 교육을 받고 실습 과정에서 오히려 지침대로만 수행하면 업무 중 안전은 보장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숙소생활을 위해 아이들을 친정엄마에게 맡기며 죄송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투덜거렸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니? 그게 이번엔 너인 거고, 과거엔 누군가가 대신했고, 미래에도 누군가 할 수 있다. 이번이 네 차례인 것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잘 헤쳐 나가주길 바란다. 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지 않니!”

평소 친구처럼 편안하고 때로는 만만하게 생각했던 엄마가 맞나 싶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조언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시작된 믿음과 지지는 이후 코로나 지원업무 종료 후 일상업무 복귀 중 더 큰 사건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일상업무 복귀 후 사회복지팀 보조로 편성돼 손을 거들 때 일이었습니다. 당시 간간히 병원으로 구호물품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기부자분들께 연말 소득공제를 위한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드려야 하는데, 무기명 기부자가 많아 골머리를 앓던 중 당시 제가 가입돼 있던 지역 맘 카페와 SNS 계정에 익명의 기부자들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공지글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함과 기부자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시작한 공지들은 카페와 SNS을 타고 퍼져나갔고 그일 이후로 연락 온 기부자 보다 힘내시라는 응원의 댓글, 감사하다는 이메일, 손글씨로 삐뚤빼뚤 쓴 편지가 든 구호물품들까지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많은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들이 매일 매일 병원으로 도착했습니다.

기부자 한분 한분께 감사인사를 위한 통화를 드렸는데, 인천에 산다는 초등학생 남매와의 대화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잠깐이지만 불만을 가졌던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생각이 짧았는지 반성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했던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말과 오버랩이 되며 다시 이런 상황이 생겨 똑같은 일을 겪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용감하고 솔선수범해서 힘든 시기에 힘을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건 아닙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매일매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감염병 확산과 환자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바라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의 작은 희생으로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과 주변의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지지들이 그들을 오늘도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공공병원은 영리병원과 존재 목적이 같을 수 없습니다. 공공병원은 지역 및 국민의 안전과 생명권을 위해 존재하며 구성원들은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고, 상황이 어려울 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시는 모든 의료진 및 직원들에게 한 가정의 엄마로서 감사한 마음과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웃으며 지난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얼른 오기를 희망해봅니다.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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