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그해 코로나는…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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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그해 코로나는…ing
  • 병원신문
  • 승인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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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책임간호사
과거 경험 바탕으로 인력·교육 대비하는 정책 필요

그해 코로나는…ing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던터라 ‘저번에는 낙타를 조심하라더니 이번에는 박쥐라니’라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처럼 지나가나보다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머지않아 알게 됐습니다.

2020년 1월,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뉴스에서는 국내 첫 감염자에 대해 많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감염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발생은 예견돼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시작했고, 근무하는 병원의 규정과 방역지침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메르스를 한차례 경험하고 나서인지 경각심과 공포심보다는 쉽사리 지나갈 거라는 생각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2020년 6월,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격리병상 2병상을 코로나 확진자를 위해 변경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병원은 발 빠르게 대처해 메르스 환자들을 받았던 장소를 변경해 환자들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전담팀으로 근무했던 저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준비물품과 환자 간호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과 담당간호사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다행히 당시 메르스 환자를 보면서 작성됐던 기록들과 준비물품의 리스트를 토대로 빠르게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됐습니다. 그렇게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첫 코로나 환자가 입원을 했습니다.

2020년 9월, 코로나는 진정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소식들이 이제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종종 들렸고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문제가 심각하구나’라고 피부로 느꼈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확진자가 늘어감에 따라 병상을 증설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존의 공간은 확장이 어려웠습니다.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결국 제가 근무하는 중환자실에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격리병상 4병상이 증설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2019년 새롭게 18병상으로 증설된 중환자실로 모두 1인실이며, 음압격리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 부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구조변경을 위한 공사는 일사천리였습니다. 기존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을 이동시키고 공사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도면에 따라 벽에는 구멍이 뚫렸으며, 음압기와 기타 정부 지원의 장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4병상은 코로나 환자분들을 위해서, 10병상은 기존에 운영하던 중환자실로 운영이 됐습니다. 격리병상의 담당간호사는 10명으로 지원을 받았지만, 쉽게 지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는 2월에 출산을 한 아내와 아들 때문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격리실에 근무하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서는 4병상의 코로나 격리실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2월 코로나는 기승을 부렸습니다. 정부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우리 부서는 4병상에서 전체 10병상으로 병상이 증가됐습니다. 이번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코로나 전담중환자실로 변경됐고 부서원 모두가 격리실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행정명령과 위중증환자들의 증가로 인해 16병상까지 증가됐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서 사망하시는 분들보다 상태가 호전돼 전원을 가거나 퇴원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돼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곧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겠구나’하는 작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11월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모두가 시기상조라며 걱정했던 위드코로나는 역대급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확진자의 수는 폭증했고 위중증환자의 중증도는 무섭도록 심각해졌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부서원들은 하루가 다르게 지쳐갔고, 근무를 마치고 눈물을 보이는 후배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지금까지 코로나 종식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간호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사망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습니다. 현재 우리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현실 속에서 간호사라는 사명감만으로 악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악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의료진과 국민들을 위해 하루빨리 코로나가 ‘...ing’에서 ‘…ed’로 과거형이 되어 우리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뛰어다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또한 메르스를 한차례 경험하고도 코로나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을 지나가는 유행으로만 생각했던 것처럼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과 인력준비,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간호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준비하고 교육하고 인력을 양성해 인원수로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질 높은 수준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코로나의 종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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