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병원인 새해소망] 김서현 서울부민병원 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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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병원인 새해소망] 김서현 서울부민병원 약제팀장
  • 병원신문
  • 승인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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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행복의 시그널로 보고파…목표 도달의 인증·인정·예고와도 같아

얼마 전 부석사를 다녀왔습니다. 일년 동안 열심히 푸르렀던 나무들은 이제는 곱게 단풍으로 물들어, 저물어가는 2021년 한 해를 아름답게 송별하고 있었습니다.

부석사 당간지주에서 무량수전까지 이르는 계단들을 천천히 올라가며 ‘우리의 삶도 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려는 노력에 정비례한 결과물을 항시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떠한 것을 정의할 수 있을 만큼의 연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제가 바라본 ‘삶’이라는 존재는 ‘거대한 가마솥에 담겨있는 물을 끓여내는 일련의 과정’과 많이 닮았습니다.

섭씨 99.99도까지는 아무리 열심히 가열하더라도 물은 결코 끓지 않죠. 하지만 마지막 0.01도의 노력이 더해지는 그 순간, 섭씨 100도에 도달하게 되면서부터 물은 비로소 기화하기 시작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끓어오릅니다.

분명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데도 불구하고, 얻어지는 결과물이 없어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삶의 특정한 구간을 사람들은 흔히 슬럼프(Slump)라고 부릅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좌절감과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고, 슬럼프 역시 더 크게 와닿게 됩니다. 슬럼프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슬럼프를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슬럼프는 우리로 하여금 슬프고 괴롭고 억울하고 좌절하고 체념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존재, 결코 그 속에 빠지고 싶지 않은 부정적이기만 한 존재로 흔히들 여겨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슬럼프라 일컫는 그 구간은 바로 섭씨 99.99도를 향해 계속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유의미한 과정입니다. 나의 마지막 0.01도의 노력을 더할 그 순간이 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내가 괴로운 것은 나의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과 결과가 정기적으로, 때맞춰 내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2022년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나의 ‘슬럼프’를 ‘행복의 시그널’로 반갑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내가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 중에 있음을 인증(認證)해주는 존재로, 나의 지속적인 노력을 인정(認定)해주는 존재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곧 좋은 성과와 괄목할만한 발전이 내게 온다는 것을 예고(豫告)해주는 존재로 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각자 달려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우리 부서의 업무력 향상을 위해, 더 나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위해, 내가 소속돼 있는 우리 병원의 성장을 위해, 대한민국 의료계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달려가고 있습니다.

2021년은 스스로에게 채찍질만 했던 한 해, 슬럼프로 인해 좌절감에 휩싸였던 한 해였다면 2022년에는 너는 잘하고 있노라고, 목표를 향해 잘 성장하는 중이라고, 슬럼프가 왔음을 정말 축하한다고, 토닥토닥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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