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 강화법안 발의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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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 강화법안 발의 철회하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1.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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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협, '의료인 인권 무시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강제조정' 비판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일명 신해철법 강화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1월 4일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강병원 의원은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상대방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을 강화한 개정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의 핵심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이 조정신청을 받은 경우, 조정절차를 즉시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한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강 의원은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의료사고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 의원 주장의 근거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참여 의사가 없어 자동 각하된 건수는 4년간 총 3천969건으로 전체 신청의 약 40%가 의료인 불참으로 개시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개협은 ‘왜 의료인들이 중재원이라는 좋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의료과실여부를 법원까지 가지 않고 소송 없이 과학적인 판단을 통해 공평하고 정확하게 가릴 수 있다면 환자든 의사든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결국 의료분쟁조정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우선, 의료분쟁조정법은 개인 간의 의료분쟁을 국가가 강제로 조정하게 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는 게 대개협의 지적이다.

또한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갖고 있어 발의 시부터 법안 제정 후까지도 강력한 반대와 보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대개협이다.

대개협은 “의료과실을 판단할 중재원 감정부 5인 안에 의료전문가는 2명만 포함되고 3명은 비전문인으로 구성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조항 안에 이미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내재하고 있어 편향적이다”고 주장했다.

의료과실여부에 대해 가장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감정부가 비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장 없는 병원 압수수색 및 의료기관 현장에 대한 강제조사 시행, 이를 거부할 경우 3천만원의 벌금형 등 의사가 형사 전과자가 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사에 협조한다고 한들 편향적 구성의 중재원 감정부에서 투표를 통해 의료과실이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소송이 제기될 것이고, 결국 의사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도 대개협의 우려다.

대개협은 “나쁜 의도의 환자들이 위자료를 뜯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법을 악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의료는 선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위험을 감수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의료분쟁조정법은 이미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환자는 무조건 피해자로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편향적 전제하에 제정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문제가 많은 의료분쟁조정법을 보완하거나 파기하기는커녕 이제는 피신청인의 ‘조정 참여 동의권’마저 뺏겠다는 이번 강화법안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무시한 악법이라고 일갈한 대개협이다.

대개협은 “의료분쟁이 생기면 의사와 환자의 자율적 논의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분쟁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이어 “의료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편향적인 강제조정은 고위험도 진료 거부, 필수의료 공백 현상, 소신 진료 기피, 일부 과에 대한 기피 현상 심화 등을 초래해 국민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대개협은 “개정안 발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기존의 법도 전문적인 합리성을 고루 갖추도록 보완·수정해 양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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