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설레는 그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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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설레는 그 날을 꿈꾸며
  • 병원신문
  • 승인 2022.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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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신년기획…서울대학교병원 분자진단검사실 김현경
업무 마치면 두 겹의 장갑 사이로 땀에 불은 손
몰려드는 검체들에 정신없는 하루로 새해 맞이

설레는 그 날을 꿈꾸며

서울대학교병원 분자진단검사실 김현경
서울대학교병원 분자진단검사실 김현경

“뉴스 속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우한 폐렴의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국적 여성 A씨가 국내에서 첫 신종 폐렴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 대책반을 가동해 지역사회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르스의 공포가 한국을 뒤덮은 지 4년 만이었습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우한 신종 폐렴’ 소식을 다뤘고, 메르스 사태를 기억하는 우리는 또다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한국에서 벌어진 메르스 대란으로 바이러스의 유무를 확인하는 유전자 증폭 기술인 ‘PCR’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해 저희 분자진단검사실에서도 다양한 변화들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신종 감염병인 메르스에 대한 대응 체계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검사 항목이 개설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8개월이 지난 끝에 메르스 종식이 선언됐습니다.

메르스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장한 ‘우한 신종 폐렴’, 정확하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메르스 사태와 비교도 못 할 만큼 전 세계를 휩쓸었고, 그 파장으로 인해 병원 전체가 응급 상태로 돌입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저희 검사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분자진단검사실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는 검체 내에 존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켜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현재 임상 증상을 고려해 코로나19를 확진하는 검사로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검사 과정을 살펴보자면 먼저 선별 진료소 및 각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채취한 호흡기 검체를 검사 담당자가 직접 인수하는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인수된 검체가 바로 음압격리구역으로 전달되면 검사자들은 음압격리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공간인 전실에서 N95 호흡마스크 및 장갑, 앞치마, 토시 등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합니다. 코로나 전용 작업복과 가운을 입고 그 위로 보호구를 착용하며 장갑은 반드시 두 겹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검사를 끝내고 나면 작업복과 가운은 모두 땀에 젖고, 두 겹의 장갑 사이로 손이 땀에 불어 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사가 시작되면 작업대 밖으로 손을 꺼낼 수 없기 때문에 보호구가 잘 착용됐는지 몇 번이나 확인한 후 음압격리구역으로 들어갑니다.

검체 처리는 음압격리구역 내에 존재하는 생물안전작업대(BSC, Biosafety Cabinet)에서 비로소 시작되는데 검체 용기와 운송백이 소독된 상태라 하더라도 감염 물질로 간주해 한 번 더 소독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자칫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있을 감염과 교차 오염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진행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검체 용기를 소독제로 세게 닦아주고, 검체를 강한 진동으로 잘 섞어줘야 하는데 이로 인해 손목이나 어깨에 큰 부담이 가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업대에서 검체를 꺼낸 후부터는 항상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손을 절대 작업대 밖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검사자의 감염 예방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자칫 잘못해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져나가 교차 오염을 일으키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코로나19 검사뿐만 아니라 저희 분자진단검사실 전체에서 가장 주의하고 조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다루는 만큼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서 수시로 소독해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독된 검체를 검사 카트리지에 일정량 분주한 후 핵산 추출 장비에 장착하면 일차적으로 바이러스 유전자 추출이 끝나게 됩니다. 검체 처리가 완료되면 작업대 내에 폐기물은 이중 밀봉해 또 한 번의 소독 과정을 거친 후 격리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넣습니다.

이때 착용했던 모든 보호 장비 역시 음압격리구역 내에서 탈의해 처리해야 합니다. 음압격리구역에서 청결구역으로 나올 때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품들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추출된 바이러스 유전자는 청결구역 내 지정 장소로 이동해 검사 프로토콜에 따라 ‘PCR’ 장비를 이용하여 증폭시킵니다. 실제로 검체 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면 기준값 이상의 증폭 신호를 발하게 되며 Positive(양성)으로 보고됩니다. 정확한 결과를 통한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므로 결과 보고는 반드시 2명이 번갈아 확인해 3단계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 보고됩니다.

이러한 검사 과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매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몰려드는 검체들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시행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에 놓인 기분이지만 점점 호전되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 함께 하는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에 하루를 버티며 어느새 2021년이 끝났습니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는 여전히, 오히려 악화된 소식들이 연이어 나오고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출근길에 오르곤 하지만 언젠가 이 위기도 끝날 것을 압니다.

모든 뉴스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날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상상해봅니다. 하고 싶은 일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아마 그 날은 무엇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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