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 중증 중심으로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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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 중증 중심으로 전환 필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12.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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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지속가능 코로나19 대응체계 마련 토론회 개최
중증도 높고 전파력 낮은 오미크론 대비 개편 서둘러야

요양원 등 집단시설의 80대 연령층의 코로나19 발병이 잦아들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60대 이하 확진자가 대세를 이루면서 중증환자 발생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중증환자 혹은 준중증환자 의료 대응능력에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서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대응 체계를 대폭 개편해 경증환자보다는 중환자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는 12월 28일(화) 유튜브와 줌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속가능한 코로나19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화상 토론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 감염유행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감염병대응체계 구축방안 모색했다.

차전경 중앙사고수습본부 병상관리팀장(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이 주제발표를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이 첫 발생 당시인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도 증가한 상황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서구를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델타 변이와 달리 중증도가 감기나 독감 수준으로 낮아지는 대신 전파력은 높아진 만큼 그에 합당한 의료대응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김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공화국이나 덴마크 사례를 참고하면 델타변이에 비해 위중증 확률이 약 1/5 수준”이라며 “다가오는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향후 수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걸맞는 코로나19 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보다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탄력적으로 병상과 인력을 늘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행정과 재정적 지원 부분만 남기고 질병청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방역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며, 환자 치료는 중앙감염병병원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병원들이 정규 인력을 늘렸을 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는데,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나 중환자 전담전문의 확충과 같은 제도 시행을 보장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명돈 교수는 “음압격리시설은 사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시설”이라며 “모든 호흡기 감염병에 음압격리병실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에볼라와 같이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에나 적합한 시설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이미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시 레벨1의 앞치마와 마스크, 고글, 장갑만 착용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복 같은 레벨D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어 불필요한 불안감만 조장하고 있음은 물론 민간병원의 코로나19 진료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오명돈 교수는 “민간의료기관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할 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아래 수준의 상황에서 진료를 한다면 환자들은 질적으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우리의 상황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서 그 수준에 맞는 진료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수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12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확진자 증가세가 꺾였다”며 “치명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12월 28일 이후 중환자 병실 배정에도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중환자 대응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오미크론 대응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의 경우에도 외국 데이터가 우리나라에서 무용지물이었던 것처럼 오미크론 역시 우리나라와 외국의 상황은 다를 것이라는 게 주 본부장의 시각이다.

그는 “아직 국내 오미크론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에서 데이터가 모이는 대로 선제적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수 본부장은 또 “지난 2년동안 바이러스에 포섭돼 바이러스만 바라보는 의사결정이 계속 이어져 왔다”며 “외국에 비해 훨씬 잘 반응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자율과 책임 하에 개인 방역 위주로 사회적 거리두기 콘텐츠를 마련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처리 규정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에서 사망할 경우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누고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일들이 지난 2년간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경증 확진자의 경우 입원 절차 없이 외래에서 진료를 볼 수 있는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윤 교수는 “경증이면 집에서 치료하고 좀 아프면 외래로 가고, 상태가 많이 나빠지면 응급실을 갈 수 있고, 거기서 잘 해결이 되지 않으면 입원을 하거나 중환자실로 가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외래 진료와 통원치료를 시도하고 있는데 경증에서부터 중증까지 모든 스펙트럼의 환자가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 격리해제자에 대해 PCR검사 음성을 요구하는 것은 과다한 요구라고 평가하면서 “우리가 너무 바이러스에 매몰되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이성을 압도하는 상황이기에 이같은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영수 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확진자 발생 양상을 보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확진자 숫자가 반응하지는 않았다”며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거리두기 강화 조치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함께 국민의 자율과 협조에 기반한 요청을 해 봤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 궁금하다”고 답했다.

김윤 교수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때 비상수단으로 사용하는 서킷브레이커 역할만 해야 한다”며 “굵고 짧은 사회적 거리두기 후에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복귀하고, 그 사이에 의료 대응 역량을 강화해서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준비기간으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전체 확진자 수보다는 위중증 환자 위주의 대응 체계를 꾸려야 하며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때 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며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다는 것은 기존의 독감 중증도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이번 거리두기가 끝나면 위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창준 중수본 거점전담병원확충반장(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웨비나가 생생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감염병대응체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색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날 전향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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