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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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12.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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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이구동성, 전문가 및 관련 단체 참여 ‘협의체' 구성 제안
국민의힘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회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 개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와 관련해 의료계가 전문가 및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현장의 상황과 괴리된 정부의 정책으로 오히려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회는 12월 28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위드 코로나로 붕괴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날 국내 의료체계 전문가로 발제에 나선 서연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구동성으로 현장의 의견이 반드시 정책에 반영돼야 지금과 같은 의료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먼저 현재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를 겸하고 있는 서연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위드 코로나로 중증환자들이 속절없이 죽어 나가고 있다면서 병상, 의료인력 및 인프라, 환자 배정 및 이송 등 현장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연주 이사는 병상과 관련해 “일부에서 병상이 있는데도 민간의료기관이 병상 배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가 파악한 가용 병상수와 실제 병원 현장의 병상 가동 수가 달랐다”고 말했다.

환자 전원 후 병상 소독과 준비로 인해 가용할 수 없는 데도 중앙병상 계측 시스템에서는 가용이 가능한 병상으로 인식해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기존 코로나 전문인력을 위한 적절한 보상과 휴식 체계 미비와 비효율적인 의료인력 운용도 문제라고 했다.

서 이사는 “기존 인력의 업무 과중, 사직 면담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기존 전문인력 누수가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 전담병원에는 중증환자 케어가 가능한 전문인력 부족한 상황인데도 파견된 내과 전문의 군의관은 단순 인턴 업무 수행을 하고 있다”면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도 업무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문제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카톡으로 환자 병상을 배정하는 현재와 같은 이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병상을 기다리는 환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 이사는 “중증환자 이송이 가능한 특수 이송 장치 및 팀도 부족하다. 중환자 전용 구급차가 서울대병원에 단 2대 밖에 없다”며 “이런 부수적이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정부가 현장과 논의해서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반드시 현장과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만힝 들어 달라”면서 “대책은 현장 상황에 근거한 중증병상 전문인력 및 인프라 확충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지금의 응급의료 상황이 위기를 넘어 전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현장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현재의 119 이송지연과 응급실 입실지연, 진료대기, 진료불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배후진료(입원, 수술)능력 저하 때문에 생긴 응급실 체류 시간의 연장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전문가 의견이 무시된 졸속처방으로 현장과 괴리가 발생했다고 했다”며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논의체를 구성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격려나 위로가 아니라 이 문제들을 해결할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현장의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먼저 사전논의와 교감이 필수적”이라면서 “실무 주체가 공감할 수 없는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느리더라고 확신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장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집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반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성진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모든 관심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몰려 있다며 증상발생 후 20일 이상 경과된 환자를 격리 해제해 일반 병상으로 전실하라는 행정명령 역시 일반 중환자 진료에 막대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는 평균적으로 발병 후 약 1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중증으로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2~3주 정도 치료를 받는다”며 “증상 발생 후 20일에 격리병상에서 나와야 한다면 일반 병실이 아닌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호흡기 치료 중인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도 어려워 결국 일반 중환자병상은 격리 해제된 코로나19 환자로 채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난 상황에서 일반진료 차질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기존 의료체계에 가능한 피해를 적게 주면서 의료인력과 병상확보가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중환자 진료에 대한 의료인력적 적급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는 지금까지 호흡기 내과와 감염내과 의료진들이 전담해 오고 있으나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기존의 일반 진료와 코로나19 진료를 병행하면서 번 아웃이 심하다”면서 “중환자의학을 전공하는 타 전문과목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간호인력 역시 중환자실 경력간호사만 고집하기보다는 단기 트레이닝 과정을 마친 간호사가 경력간호사와 함께 팀을 이뤄 환자를 돌보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홍 교수는 조언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힘을 모아 중환자진료팀을 구성하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1차와 3차 대유행 시 의료계에서 자원한 중환자의료진이 해당병원 소속 의료진과 협업해 중환자 병상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료인력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것 외에 새로운 중환자 진료 인력을 교육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중환자 진료시스템, 즉 중환자진료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는 병상 확보와 배정, 입퇴실 지침 및 별도의 진료팀을 총괄하는 운영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재난 상황에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전문가 단체와 협업하는 중환자 진료체계가 구축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병상확보 등 의료대응 방안을 설명한 박향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공공보건정책관은 제기된 문제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복지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박 정책관은 “정부가 정책으로 표현한 것이 현장의 전공의 선생님들과의 현장에 대해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병원장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병원장님들을 통해 전달된 사항들이 현장 안에서 잘 녹아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복지부가 현장과 더 만나지 못한 것에 반성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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