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분만사고, 정부가 100% 배상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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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 분만사고, 정부가 100% 배상 책임져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2.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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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서 산부인과 주요 현안 설명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 책임제 도입 주장…의료기관 부담 없어야
초극저수가로 분만실 아사 직전…‘분만 없는 산부인과’ 현실화 목전

초저출산 시대를 외면하는 비합리적인 초극저수가 등으로 인해 아사 직전에 놓인 산부인과의 외침에 절실함을 넘어 포기가 묻어났다.

수년 전부터 산부인과의 위기를 외쳤지만,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의료기관개설자(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부가 ‘산부인과가 사라져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며 일갈하기도 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12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12차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산부인과 주요 현안 등을 설명했다.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 책임제 도입 필요

이날 김동석 회장은 “저출산 시대의 직격탄으로 자연 폐과 위기를 맞고 있는 산부인과에 대한 정책을 정부와 국회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산부인과가 사라져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묻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 증거로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과 의사는 매년 줄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2001년 기준 270명이던 산부인과 전공의 숫자는 2016년 96명으로 급감했고, 분만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분만 의료기관의 수는 2004년 1,311곳에서 2015년 617곳으로 10년 새 약 50%가 감소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는 서서히 폐과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법률안의 취지다.

이 법은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과 중과실에 의한 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 제4조의 요건인 손해배상 공제조합에 가입한 했을 시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석 회장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 책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의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산부인과 등에서 발생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재원의 30%를 의료기관, 즉 의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김재일 총무이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의료사고 책임을 의사에게 묻는 관행이 분만 기피의 최대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석 회장은 “무과실 분만사고 손해배상대불금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산부인과의 특성을 반영해 분쟁조정 자동개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특별법 제정해 수가 현실화 해야

이날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출산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지난 10년간의 합계출산율 1.3미만의 초저출산 상태와 산부인과 몰락, 분만 인프라 붕괴는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의 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담배나 복권 등을 이용하거나, 건강증진세금처럼 저출산 관련 항목을 신설해 별도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민들이 출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보육비와 교육비의 수혜대상 및 혜택을 확대하고 다자녀 가정 지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려면 저출산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10년 뒤 현재 분만을 하는 의사가 사라지면 젊은 의사들 중에 분만은 누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현재 산부인과 교수들도 분만 보다는 암이나 난임 파트로 가려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안전한 출산 인프라 확보, 저출산 특별법 제정, 저수가 문제 해결 등 분만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초저출산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필수로 둬야

이와 함께 김동석 회장은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만 전속 전문의를 두도록 한 현행 의료법도 문제로 제기했다.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내외산소 중 3개 필수진료과목만 둬도 된다는 규정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산부인과가 우선해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김 회장은 “수련 전공의가 분만과정을 배우고 산부인과 질환 관련 응급상황에 빠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종합병원조차 분만실을 폐쇄하는 추세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산부인과 진료를 담당해야 할 1차 의료기관조차 없는 지역이 많다며, 지역 국공립의료원 등 종합병원에 의무적으로 산부인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 회장이다.

그는 “물론 산부인과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될 경우, 종합병원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저출산 해결과 모성건강 보호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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