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분야 AI 급여 적용 ‘가산료’ 형태 가장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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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 분야 AI 급여 적용 ‘가산료’ 형태 가장 적절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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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등, 대한의사협회지 JKMA 통해 주장
새로운 영역인 것 고려할 때 현 보험 급여 결정 체계와 다른 방식 필요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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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영상의학 분야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면 기존 의료행위 수가에 대한 가산료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I가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현재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 결정 체계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박창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최준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지(JKMA) 10월호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의료현장으로 널리 도입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 중 하나가 의료보험 적용 여부다.

거의 모든 의료행위가 공공 의료보험에 의해 운영·관리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에서 AI 기술에 대해 의료보험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9년 12월과 2020년 12월 각각 영상의학 분야와 병리학 분야 AI 기반 의료기술에 대한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군불은 지핀 상태다.

심평원의 가이드라인 중 영상의학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료인을 보조하는 AI를 그 효과에 따라 4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진료 업무 효율 증가를 통해 주로 의료기관의 부가적 이익창출 또는 간접비용 감소효과 도출이 가능한 경우, 2단계는 기존 행위와 유사한 수준의 진단능력을 가진 경우, 3단계는 기존 행위 대비 현저하게 진단능력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진단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치료효과성이 있는 경우, 4단계는 3단계에 더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경우를 말한다.

이 중 3단계와 4단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으로부터 별도의 보상이 고려된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일반적 원칙을 잘 따르고 있으며 유연성도 포함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평했다.

연구팀은 “현저한 진단능력의 향상을 어떻게 정의할지는 상황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AI를 사용했을 때 진단능력의 향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할 수 있다는 부분은 진단 정확도의 향상이 반드시 환자의 궁극적 진료 결과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고려할 때 약간의 유연성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도입된 AI 의료기기들이 해당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실제로 심평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후 AI 의료기술에 대한 여러 건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신청이 있었지만, 아직 급여가 승인된 경우는 없다.

연구팀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발생하는 이득이 AI 사용에 들어가는 새로운 비용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고 요양급여와 같은 별도의 보상도 없다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즉, AI 사용으로 인한 업무 비용 감소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AI를 사용하는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인데, 국민건강보험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책정된 정부의 관리를 받는 행위별수가제이기 때문에 업무 비용 감소의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

그렇다고 보험급여 적용을 위해 3단계와 4단계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연구팀은 “성능이 좋은 AI라 하더라도 보통 AI로 인한 진단능력의 향상이 그다지 크지 않고 AI는 일반화에 대한 취약성이 있어 모든 병원에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며 “따라서 새로운 진단적 가치 창출 또는 치료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결국, 연구팀은 영상의학 분야의 AI 의료보험 적용에 있어서 다른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귀결하고 미국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두부 컴퓨터단층촬영을 이용한 대혈관 폐쇄로 인한 뇌졸중 진단을 보조하는 AI와 당뇨망막병증을 선별하는 AI에 대해 보험급여를 적용한 바 있다.

연구팀은 “두 사례는 진단을 보조하는 AI를 사용하면서 단순히 기존에 하던 진단행위를 그대로 따르며 정확도를 높이려는 방식이 아닌 의료진이 하지 못하던 일에 적용해 의료진과 AI의 적절한 협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의료보험 적용도 가능함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AI의 정확도 자체보다는 AI를 이용해 현재 하지 못하는 새로운 의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의료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접근한 것이 미국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팀은 영상의학 분야 AI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별도의 수가가 아닌 가산료 형태가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영상의학 분야 AI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영상검사들을 분석, 판독, 이용하는 방식 등에 변화를 주는 진단보조 기능들이어서 새로운 검사나 새로운 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상의학 분야에 대한 가산료 형태의 건강보험 적용은 이미 널리 이용됐다.

상근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는 경우 발생하는 가산료, 더 높은 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고자장(3 Tesla 이상)의 자기공명영상 사용 시 가산료,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상하기 위한 가산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진단을 보조하는 AI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치료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진단기능이 아주 높지 않은 AI라고 하더라도 현재 의료의 미충족 수요와 임상적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임상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AI를 기존에 하던 진단행위에 단순히 반복 적용하거나 정확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의료인이 하지 못하고 있던 일에 적용해 의료인과 AI의 진정한 협업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영상의학 분야의 AI에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면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기존 의료행위 수가에 대한 가산료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AI가 새로운 영역임을 고려할 때 AI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현재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 결정 및 적용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추가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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