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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원인력, 제도 신설보다 '교통정리'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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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원인력, 제도 신설보다 '교통정리' 우선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0.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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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교수, 자격·역할·교육 등에 대한 명확한 구분 및 통합관리체계 필요성 주장
대한병원협회, “인력 간 경쟁관계 아닌 서로 도움 주는 의료 환경 만들어야" 강조

진료지원인력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운영함에 있어서 특정 제도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이들의 자격, 역할, 교육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10월 27일 열린 ‘진료지원인력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현재 연구 중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의 개요와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보건복지부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했으며, 발표된 제안은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고려한 일종의 예시라고 강조했다.

제안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지원인력은 정의, 면허자격, 기능 범위, 역할 범위, 교육 및 모니터링 제도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진료지원인력은 면허범위를 벗어난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미국(PA-C), 영국(PA), 캐나다(CCPA) 등은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의사의 감독이나 지도의무가 명확히 명시돼 있고 책임과 업무 범위도 구분해 인력에 대한 질 관리, 제도 및 법적인 측면에서의 보호, 책임·권한 등이 확실하다.

이에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기보다는 진료지원인력의 무분별한 활용을 제한하고, 무면허 진료행위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윤석준 교수의 주장이다.

윤 교수가 제시한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은 기존 면허체계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장의 책임 하에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건의료인력이 팀을 구성해 팀 단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아울러 진료지원인력의 무분별한 활용을 제한하고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자격기준 △업무범위 △교육 △책임소재 △관리체계를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관리운영체계를 기관별로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각 기관에서 명시해야 할 진료지원인력의 자격기준, 기능, 역할, 업무범위 등을 요구했고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정도관리를 위해 최소 연 1회 이상 기관별·진료과별로 교육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진료과별로 구체적인 업무내용과 직무기술서를 마련해 기관 승인을 받아 활용해야 한다”며 “위임된 업무에 대해 의사 감독의무 및 주의의무를 문서화하고 진료지원인력의 임상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고려해 현장수용이 가능한 표준화된 규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행위 범위 중 주요 쟁점이 되는 10개 영역 44항목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주요 쟁점이 된 행위만 10개 영역 44항목이고, 더욱 세밀하게 분류하면 1만개가 넘는다”며 “현실에서 어디까지 작동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시범사업과 정부의 모니터링, 의료기관의 자율과 책임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련병원 여부 및 규모별로 진료지원인력 활용도 달라

이날 공청회에서는 수련병원 여부와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진료지원인력 활용 행태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준 교수 연구팀은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한병원협회 소속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41개와 진료지원인력 363명을 조사했다.

진료지원인력 면허 현황을 살펴보면 응답자 363명 중 93.9%가 간호사 혹은 전문간호사 면허 소지자였으며 그 외 임상병리사(3.9%), 응급구조사(0.6%), 간호조무사(0.8%) 순이었다.

조사 결과 채용절차 및 고용형태는 병원 내 별도 채용절차가 없는 기관이 51.2%인 21개소로 나타났고,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직과 정규직이 혼재됐다.

수련병원, 비수련병원, 상급종합병원, 300병상 이상 병원 간에 진료지원인력의 배치와 질에 차이가 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실태조사 발표를 진행한 계명대학교 간호대학 김가은 교수는 “응답자의 71%가 수련병원이었는데, 전공의가 부족한 진료과일수록 진료지원인력의 평균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의료기간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진료지원인력이 간호사를 벗어나 다른 직군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들은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비간호사 진료지원인력의 평균 인원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었다.

아울러 병원 내 별도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기관은 73%였고, 별도 규정이 없는 기관은 68%, 진료지원인력 자격요건 명시가 없는 기관의 경우 36%로 집계됐다.

별도 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은 59%에 불과했고, 진료지원인력이 소속된 부서와 관리 부서가 일치하지 않아 관리가 미흡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 29개소 중 14개소가 진료지원인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비수련병원 12곳의 경우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집도의 혼자 수술이 불가능해 진료지원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면허 범위 내에서 지원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이 필요하고 진료지원인력의 업무와 기능, 역할 범위 등을 마련해 일관된 교육 및 관리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포괄적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방안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병원협회, “경쟁관계 아닌 서로 도움 주는 의료 환경 만들어야”

정부와 국회, 지지부진한 진료지원인력 문제 해결 의지 확고

이어진 토론회에서 병원계는 큰 틀에서 의료행위 하나하나를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 수급, 간호사 수급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고 팀으로 진료를 하더라도 역할분담과 보조인력 직역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진료지원인력과는 경쟁관계가 아닌 환자안전을 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사이임을 명확히 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부회장은 “의사들이 진취적인 진료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진료현장에서 팔다리 역할을 하는 인력과 팀을 이룬다면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환자안전 조성의 좋은 예가 될 것”이라며 “진료지원인력이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도움을 주면서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이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직접 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기준 마련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의협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구분 작업을 하고 있으니 복지부는 기준을 설정하기 전에 의협과 먼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계는 진료지원인력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료지원인력의 명확한 업무범위와 표준화된 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은 “현재 진료지원인력은 약 1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사의 지도감독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인지, 퇴근 이후에도 원격으로 가능한 것인지 등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치권과 정부는 진료지원인력 양성화는 환자안전과 의료인력 간 협업체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이번에야 말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오늘 공청회가 의견이 모두 달라보여도 합의 가능한 지점을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다”며 “이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관리체계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이번 연구를 수행한 윤석준 교수가 의사가 반드시 해야 할 업무와 진료지원인력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한 윤 전문위원이다.

그는 “현재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행위들보다 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회귀한 것 같다”며 “행위 기준이 정리되면 기준을 지키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과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이번 공청회는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지원인력들이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개 목적”이라며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중 그레이존(gray zone) 때문에 불안한 법적 문제 해소에도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이 끝난 후 플로어 발언을 한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10년 넘게 해묵은 논란을 하나씩 정리하겠다며 진료지원인력 문제는 의사인력 수, 수술실 CCTV, 전공의 수련, 의료전달체계 등과 모두 맞물려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복지부에서 1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해 논란만 커진 것 같다”며 “실현 가능성과 수용 가능성을 높여 융통성 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화된 범위부터 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처음으로 실태조사 및 연구가 나왔으니 복지부가 의지를 갖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비용부터 의료전달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의료계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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