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 코로나 종식 불가능 인정…“독감처럼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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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0%, 코로나 종식 불가능 인정…“독감처럼 관리해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09.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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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 실시
일상회복 위한 구체적인 전망과 정책 비전 원하고 있어
공공보건의료 국가 책임 및 의료공공성 인식에도 변화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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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를 통한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 대다수는 이미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불안한 동거를 피할 수 없다면 일상회복의 구체적인 전망과 정책 비전만 제시될 경우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위한 실무적 준비와 방역체계 전환에 대한 논의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정기현)은 코로나19 토착화에 따른 의료대응 전략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최근 실시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9월 2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155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진행됐다.

설문 문항은 △코로나19에 대한 개인경험과 사회변화에 대한 인식 △포스트 코로나 기획 및 미래 전망에 대한 기대 △공공보건의료 국가 책임 및 의료 공공성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이해 등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불안 속 공존에 대한 준비 빨리 시작해야

우선, 개인 및 가족의 건강차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0%(매우걱정 34.7%, 어느정도걱정 56.2%)가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고 했고 이는 계층과 연령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2년 가까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공포가 사회 전 부문에 만연해 있고 ‘비슷한 신종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91.5%)’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민들이 지속적인 사회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국민들은 ‘코로나19는 백신을 맞으면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독감이다’는 문항에 과반수(54.2%)가 동의를 표시해 불안한 동거를 위한 적극적인 해법이 나오길 바라고 있음을 보여줬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정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정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피해 우려에 있어서 63.7%의 국민은 ‘중증으로 치닫는 등의 건강상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다음으로 ‘생계 중단 등 경제적 피해(22.6%)’, ‘사회적 낙인과 고립(13.6%)’ 등을 걱정했다.

직업별로는 농·임·어업, 자영업, 학생 군이 가진 경제적 피해에 대한 우려 정도가 일반작업·사무기술·가정주부 등 타 직업군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설문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을 직접 경험한 29명 응답자의 경우, 건강상 문제(64.8%)와 경제적 피해(10.6%)보다 이웃 동료 등에게 알려진 데 따른 사회적 낙인 및 고립에 따른 피해(24.6%) 호소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립된 치료 과정, 가족과 지인에 대한 추적조사와 격리조치 등 확진과 치료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심리적 충격과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장기화한 감염병 위기대응, 정신건강 고려 강화해야

또한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과 우울의 경험 여부에 대해서 전 국민 3명 중 2명이 ‘경험있다(67.1%)’고 응답했고, 성별로는 여성의 경험 비율(74.8%)이 남성(59.7%)보다 높았다.

우울과 불안의 이유에 대한 설문에서 ‘감염확산’이나 ‘신체적 활동의 제한’보다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42.8%)’으로부터 오는 정신적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의 국민소통이 확진자 발생 규모 등 단순한 상황 중계에 그치거나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한 공포감 조성의 형태로 가면 안 되며, 국민 정신건강 차원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 명확한 대응 일정, 로드맵 제시 등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험 조사 결과 이례적으로 ‘가짜뉴스와 정보 만연으로 인한 불안경험’이 55.0%로 가장 높았던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가짜뉴스와 정보과잉에 따른 불안 경험은 20대 젊은층이 62.9%로,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독감처럼 관리해야

만연한 사회적 불안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최근 ‘위드 코로나’ 즉,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불가능하고 독감처럼 계속 백신을 맞고 관리해야 한다’에 89.6%라는 절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코로나19와의 불안한 동거 상황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

방역전략의 단계적 전환에 있어 핵심적인 재택치료(증세가 심할 경우 병원치료),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과 의료대응, 등교 교육의 필요성 등에도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했다(각각 73.3%, 62.6%, 60.6%).

특히, 그 비중은 실제 코로나19 확진을 경험한 그룹에서 더욱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재택치료 89.4%, 고위험군집중의료대응 82.4%, 등교교육동의 79.2%).

하지만 여전히 방역단계 완화에 대한 동의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42.5%) 있어, 단순하고 과격한 전환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른 충분한 사전조치 및 준비 선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신정책과 의료대응은?…냉정한 평가 뒤따라야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 변화 정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부정적 평가(21.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53.3%)’고 응답했다.

백신관련 정책평가 부문을 살펴보면 백신확보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잘못하고 있다 46.0%)을 표시했지만, 접종사업(잘하고 있다 38.9%)을 통해 일정 부분 만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자치료(65.9%) 등 의료대응에서는 백신정책 대응보다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실제 코로나 치료경험자들(29명)의 의료대응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6%(17명)만 잘 치료받고 있다고 평가해 일반 응답자의 기대와 실제 치료경험 간의 간극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확진 및 진료 경험 환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실제 의료대응에 대한 구체적이고 엄정한 평가를 진행해 감염병 의료 대응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상회복 위한 구체적 전망과 정책 비전 필요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 및 정상화에 대한 인식은 마스크 벗기(30.6%)에서부터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이 제시됐지만, 모든 항목에서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화라고 부를 수 없다는 비율이 27.8%였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완벽한 회복은 쉽지 않은 과제임을 국민들도 이미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 변화는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의 인력·자원 확충 및 체계 강화’가 94.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자영업자 등 방역정책에 따른 손실평가 및 보상 현실화(86.1%)’가 잇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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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부족한 사회 의료안전망을 강화해 개인에게 전가된 코로나19 사회적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추가 의견이 제시됐다.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의 의료인에 대한 인식과 의료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인식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이 총동원되는 과정에서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한 인식 향상(77.6%)은 물론이고,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대한 필요성(82.3%)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아울러 전체 보건의료인에 대한 인식향상(84.1%) 및 국민건강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대한 인식(87.1%)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중앙감염병병원이 세계 최고 병원되기 위한 조건 갖춰야

한편, 의료공공성 강화에 대한 인식 확산과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 보건의료체계 운용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중앙병원 및 국가책임의료체계의 중심기관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59.9%).

나아가 국립중앙의료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병원’에 대해서도 90.9%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답해 감염병 대응 국가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중앙감염병병원이 세계 최고의 감염병전문병원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을 묻는 질문(중복)에서는 국소적인 병상 규모 확대보다는 △감염병 전문인력 교육기능 56.7% △국가 감염병 의료대응 체계의 지휘 40.5% 기능 △백신·치료제 개발 등 연구 역량 확충 36.5% 등이 높게 나왔다.

정기현 원장은 “이번 인식조사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2년 동안 국민들의 인식과 기대가 임기응변식의 단기적 대응 수준을 넘어 장기적이고 수준 높은 국가대응 체제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어 “바이러스와 공존해 살아가는 국가 의료대응 전략은 국민과 환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도 국민의 기대에 발맞춰 세계 최고수준의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완전히 새로운 국가 보건의료체계 중추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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