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의 반칙 플레이?…권익위 투표 독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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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의 반칙 플레이?…권익위 투표 독려 논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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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 단체들, 권익위 전자공청회 및 입법예고 링크 회원 전송
중복 찬성 제출 가능 문구 삽입…의협, “과도한 직역 이기주의”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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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전문간호사에 대한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가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계의 선을 넘은 투표 독려 문자(SMS)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간호계가 소위 ‘반칙’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관련 개정안 입법예고 전자공청회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공청회는 8월 3일부터 진행돼 오는 9월 13일에 마감되며, 보건복지부 공고의 세부 내용과 개정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 참여형 플랫폼답게 개정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국민에게 묻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일종의 여론조사인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의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관련 개정안 찬반투표 홈페이지.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의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관련 개정안 찬반투표 홈페이지.

실제로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물음에 9월 7일 기준 △찬성 5만962명 △반대 9712명 △기타 1만5285명이 투표했다.

마치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두고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듯 보이지만, 문제는 투표 과정에서 간호계가 과도한 개입을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문간호사협회와 병원간호사회 등 간호계 주요 단체들은 일선 회원들에게 ‘긴급!필독!’이라는 제목의 단체문자를 전송했다.

전문간호사협회와 병원간호사회는 문자를 통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안) 입법예고를 두고 의협과 응급구조사협회 등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며 “반대가 많으면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9월 13일 이전에 링크에 접속해 꼭 찬성 표기를 부탁한다”며 “우리의 단결된 행동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협은 찬반 투표 독려를 위한 간호계의 단체 행동은 이해하나 일부 표현에서 과도한 직역 이기주의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전문간호사회협회가 회원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내용.
한국전문간호사회협회가 회원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내용.

특히 전문간호사협회의 경우 문자 중간에 ‘1명이 3~4개 계정으로 각각 로그인해 중복 제출이 가능하다’는 표현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생각함 전자공청회와 보건복지부 입법예고 링크도 첨부해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이 같은 내용들이 다소 불쾌하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계된 직역이 선동해서 투표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특정 직역의 의견을 국민 대다수의 의견으로 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방식이면 권익위에서 진행하는 투표들의 의미와 의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의료는 전문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다수결이나 찬반 투표로 법안을 만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두고 촉발된 보건의료계 직역 간의 갈등은 이번 권익위 전자공청회 논란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의협은 지난 8월 31일부터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진행 중인 릴레이 1인 시위를 입법예고 마감일인 9월 13일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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